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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10, 중국 베이징 4-1: 베이징(北京)의 중국미술관 산책(20181124)

경계넘기 2020. 11. 20. 22:22

 

 

베이징(北京)의 중국미술관 산책

 

 

여행 다니다보면 각국의 미술관을 다니는 맛이 쏠쏠하다.

 

대중문화에만 그 사회의 삶과 현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예술에 가까운 미술에도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이 담겨져 있다. 때론 치열한 시대상도 배여 있어서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의 미술관에는 정치성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

 

지난 여름에 갔던 베트남 호치민시티(Ho Chi Minh City)의 미술관에서도 그런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혁명과 전쟁 그리고 사회주의 붉은 영웅들을 그린 작품들. 어찌 보면 유치하기도 하지만, 북한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생각만큼 크게 낯설지는 않다.

 

베이징에 있을 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중국미술관(中國美術館).

 

중국미술관은 자금성 위 경산공원(景山公園) 옆에 있다. 1962년에 문을 연 국립 미술관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 중의 하나라고 하던데 생각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입장료는 없지만 검문은 철저해서 신분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여권 복사본을 보여주며 가능하냐고 하니 괜찮단다. 신분증을 받아서 뭐하나 봤더니 기계에 넣고 스캔을 한다. 이렇게 모든 신분증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겨두나 보다. 철저하다. 숙소나 교통기관 그리고 이런 방문지에서는 대부분 신분증을 확인하고 기록한다. 내 기록도 보관을 할 터이니 마음만 먹으면 중국에서의 내 일정을 빠짐없이 알아낼 수 있다. 대단한 나라다. 미술관 이야기하다 생뚱맞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예술은 자유를 먹고 산다. 통제받는 사회에서의 예술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편향되기 싶다. 아니면 고사하거나.

 

중국미술관의 정문에서부터 중국 문화예술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실감한다.

 

대중문화에 비해서 순수예술은 자본이나 권력에 덜 민감하다. 그래서 때론 사회에 더 비판적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저항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 또는 독재 국가에서의 미술 역시 정치적 한계를 감안하고 봐야 한다.

 

중국미술관의 전시관은 주로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 전시실은 전시 준비 중이라 개방이 안 되고, 가장 넓은 전시실을 가진 1층과 5층의 전시관만 개방되고 있다.

 

1층 가장 넓은 전시관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는 산둥예술대학(山東藝術學院)60주년 기념 작품전이다. 국립미술관에서 일개 미술대학의 작품들을 전시하나 싶은데, 다양한 전공들이 있어서 그런지 다방면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회화는 물론이고 조각까지.

 

 

 

특히 눈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사진처럼 보이는 실사 그림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문화예술을 강조하는 면이 있다. 문화예술이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현실을 잘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를 담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사진이 아닌가싶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정도다.

 

 

 

다른 주제 전시로는 내몽고의 암각화, 중국 수묵화, 스케치 그리고 중국 티벳 장족(藏族)의 불교 미술인 당카(唐卡, Thangka) 전시가 있다.

 

 

 

당카에서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티벳 불교와 관련된 불화들이다.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전하려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펴고 있는데 당카 역시 지원 사업 중의 하나로 보인다.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있겠지만 소수 민족의 문화가 보존된다는 사실은 중요한 일이다. 인류의 문화적 자산 아니겠는가. 의도가 어찌되었든 보전의 가치는 충분하다.

 

 

 

수묵화는 좋아하는 그림이다.

 

특히 풍경화. 현대적 수묵화라 흑백뿐만 아니라 물감을 넣어 다양한 색깔을 화폭에 넣었다.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도시나 마을 등의 풍경을 담은 것들도 있다. 중국의 전통미술을 계승해서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그림들이다. 수묵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5층 스케치 전시관에서는 스케치에 대한 재해석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스케치는 본 그림의 밑 작업으로만 인식되곤 하는데, 스케치 자체가 하나의 좋은 작품으로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정치성 짙은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나름 그것도 재미있는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마냥 쉬운 일 같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 건물 안이라고는 하지만 쉬지 않고 몇 시간을 계속 서서 걸어 다녀야 하니 다리가 무척 아프다. 아울러 짧은 지식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한참 지나면 다리와 머리가 동시에 멍해지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다행히 중국 미술관은 크지 않아서 그 전에 나올 수 있었다.

 

본관 건물을 나서면 왼쪽으로 기념품 파는 곳과 함께 카페가 있었다. 미술관에 걸맞게 무척이나 예쁜 카페다.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작품의 여운을 즐기시길.....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