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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1, 중국 베이징 5: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생각한다(20181125)

경계넘기 2020. 11. 22. 11:04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생각한다

 

 

베이징(北京)의 가장 중심가를 걷는다.

 

지하철 동단(東單)역에서 내린다. 걸어서 왕푸징(王府井)과 천안문(天安門) 그리고 중국국가박물관(中國國家博物館)에 갈 생각이다. 베이징의 상업 중심지와 정치 중심지를 걷는다

 

동단은 천안문 앞의 대로인 장안가(長安街)의 동쪽 편이라는 뜻이다. 베이징의 정치와 경제가 이 장안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서울의 광화문과 종로의 개념이다.

 

 

 

동단역에서 장안가로 나오니 바로 앞에 동방신천지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이 지하로 왕푸징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른 아침이라 쇼핑몰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베이징의 중심이자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을 상징하듯 화려한 쇼윈도와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왕푸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왕푸징은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이다. 길이가 800여 미터 정도 되는 도보 거리 양편으로 백화점, 쇼핑몰 등이 늘어서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건물들의 화려함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은 대부분 중국의 경제 성장에 걸맞게 깔끔하고 세련되게 리뉴얼을 했다.

 

 

 

남단에는 5층의 대형서점인 왕푸징서점(王府井書店) 있다.

 

한 바퀴를 둘러보면서 진열된 책들이나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책들을 보면 요즘 중국의 모습을 간접적이나마 살펴 수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서 어린이 책과 용품을 파는 매장이 바쁘다.

 

일요일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중국인들의 가장 관심사는 자녀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한 자녀만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한 자녀에서 두 자녀로 완화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중국 가족에서 자녀 문제가 항상 중심이다. 중국도 교육열만은 한국 못지않은데 거기에 한 자녀이니 말 다했다.

 

왕푸징 북단에 있던 롯데백화점 빌딩은 다른 쇼핑몰로 바뀌어 있다. 롯데가 백화점을 하다가 장사가 안 되어서 철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지금은 사드문제로 롯데가 대부분의 중국 사업을 철수했다. 중국의 텃세가 좀 심해야지.

 

 

 

왕푸징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왕푸징 샤오츠제(王府井小吃街), 먹자골목 겸 야시장이다.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별별 먹거리를 파는 곳이 나온다. 전갈 꼬치 같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음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곳이 왕푸징의 하이라이트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왕푸징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을 한다. 왕푸징에 오면 항상 들르던 곳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고급지고 비싼 곳이었는데 지금은 저렴해서 온다. 바로 옆이 왕푸징서점이다.

 

 

 

왕푸징을 둘러보고 다시 장안로로 나와서 천안문 쪽으로 걷는다. 유명한 베이징호텔을 지나면 바로 천안문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문제다.

 

일요일이라 행락인파도 많지만 천안문 광장에 들어가는 데도 검문검색을 한다. 신분증도 확인한다. 우리로 치면 광화문 광장 가려는데 검문검색을 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천안문 광장에서 테러나 시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아서 이해를 하려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통제에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국가박물관(中國國家博物館)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줄이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또 검문검색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많은데 이래서 줄이 더 길고 줄지 않는다. 여기서는 더 까다롭다. 여권 복사본을 제시했더니 내 사진을 다시 찍는다. 생수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버리란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인지 맞은편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에 들어가는 건지 헷갈려진다. 아니지. 예전에 인민대회당에 들어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위대한 변혁(偉大的變革):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박물관에 왜 이리 사람이 많나 했더니 지금 한창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전시회를 하고 있다. 1978년에 개혁개방을 시작했으니 2018년 올해로 정말 40년이다.

 

 

 

박물관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많아서 정신이 없다.

 

 

 

개혁개방 40년의 과정과 그 성과들을 전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정책 성공을 과시하는 자리일 터인데 당보다는 현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을 위한 자리 같다.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거대한 시진핑 사진만 수십 장을 본 것 같다.

 

 

 

40년 전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한 사진들과 자료들을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변했다.

 

경천동지(驚天動地)란 말이 딱 여기에 쓰이겠다. 하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40년이면 강산이 4번 바뀔 시간이긴 하다. 살아오면서 한번에 before & after 사진을 이렇게 많이 본 것도 처음이다.

 

 

 

시진핑은 자신을 내세우고 싶겠지만 자꾸 눈과 생각은 덩샤오핑(鄧小平)으로 간다.

 

40년 전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장본인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아래에서 이데올로기 권력 투쟁에만 매몰되었던 중국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끌어 지금의 중국을 만든 사람이다. 한 사람이 어떻게 13억 인구의 중국을 변화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 주석들, 덩샤오핑( 鄧小平 ),  장쩌민( 江澤民 ),  후진타오( 胡錦濤 ),  시진핑( 習近平 )

 

중국의 빠른 성장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위치가 새삼 고민된다.

 

여기에 오기 전에 왕푸징의 한 쇼핑몰에서 화웨이(華爲, Huawei) 매장에 잠시 들렸었다. 며칠 전 샤오미(小米, Xiaom) 매장에 이어 화웨이에서 또 한번의 충격을 받았다. 샤오미의 핸드폰보다 화웨이의 그것은 한 수 위다. 샤오미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화웨이는 이미 고가의 핸드폰까지 나온다. 기본적인 디자인이나 하드웨어의 성능은 삼성 못지않다. 곳곳에서 중국의 추격이 턱 밑까지 왔음이 느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 전자제품이 우리 시장에서 사라졌듯, 지금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 전자제품이 사라지고 있다. 베이징의 핸드폰 매장들에서 LG는 말할 것도 없고 삼성마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정치적 퇴보와 경제적 성장.
전시장이 말해주는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결과다.

 

 

개혁개방 40년을 기념하며 중국의 성장과 발전을 과시하는 거대한 전시장에 무언가 많이 결핍되어 있다.

 

대부분의 성과들이 경제와 기술 분야에 치우쳐 있다. 발전의 다른 축인 정치와 사회 분야가 없다. 정치 분야에서 그나마 성과를 자랑하는 분야가 군사력이다. 하지만 군사력 자체는 오히려 경제와 기술의 영역이다. 군사력이라는 강력한 강제력을 얼마나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가 정치와 사회의 영역이다.

 

 

 

정치적 퇴보와 경제적 성장.

자유를 잃은 만큼 부를 얻었다.

전시장이 말해주는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결과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점점 파놉티콘(Panopticon)을 향해가는 사회,

점점 빅브라더(Big Brother)를 추구하는 정치.

개혁개방의 40년 중국의 현 모습이다.

 

개혁개방 50주년, 60주년의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긴 되는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눈에 잘 띄는 흰 쥐만 잡고 있다.

어둠에 몸을 숨긴 검은 쥐가 훨씬 더 많은데. 우리의 경험으로 봐도 경제 성장보다 민주화가 더 멀고 힘든 과정이었다.

 

전시를 보고 박물관을 나서니 밖은 이미 땅거미가 졌다. 조명을 받은 천안문 광장과 인민대회당 그리고 천안문이 보인다.

 

 

 

언제까지 환할 수 있을까?

 

자유를 잃은 댓가는 처절하다. 이 땅에 민주화의 소리가 커질 때 천안문 광장은 다시 피로 물들지 모른다.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개혁개방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