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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2, 베이징 5-1: 다산즈 798 예술구(大山子798藝術區) 산책(20181126)

경계넘기 2020. 11. 22. 15:13

 

 

다산즈 798 예술구(大山子798藝術區) 산책

 

 

베이징을 떠나는 날이다.

 

일어나서 짐을 최종 점검한다. 저녁 기차라 시간은 많이 남는다. 짐을 숙소에 맡겨 두고 발걸음은 다산쯔 798 예술구(大山子798藝術區)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찾아 가다가 길을 잘못 찾아 들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798 예술구 건물들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에 많은 문화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곳곳에 8-9 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원래의 798 예술구를 다 밀어버리고 이렇게 만든 줄만 알고 실망이 컸다. 전형적인 개발지상주의라고 분노하고 했는데 민망하게도 원래의 798 예술구 옆에 문화단지를 만든 것이다.

 

 

 

 

다산쯔 798 예술구
大山子798藝術區

 

 

실망하고 돌아가려는데 눈에 익은 798 예술구의 거리가 보인다.

 

다산쯔 798 예술구, 우리 말로는 예술촌이 더욱 어울린다. 이곳은 원래 대규모 군수공장 지역이었다. 베이징(北京)이 확대되면서 군수공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공장과 공장 터만 폐허처럼 남아 있었다. 이곳에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서 폐공장들을 작업실이나 전시관으로 활용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대형 파이프가 얽기 설긴 넓은 공장들은 하나 같이 전시관이나 작업실로 사용한다.

 

거리 곳곳에 각기 개성을 뽐내는 상점들, 예쁜 카페나 바(bar)도 많은 곳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 가끔씩 오던 곳. 전시관도 많아서 예술인들의 최근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예술구에 들어서니 예전의 모습이 살아 있다.

 

대단위 군수단지의 위용이 남아 있다. 거대한 파이프들이 거대한 건물과 건물, 공장과 공장을 묶으며 지금이라도 가동시키면 탱크와 장갑차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갔다. 거리에 붙은 798 예술구를 알리는 표지판과 현수막이 오히려 예술구로 위장한 군수단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798 예술구는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거대한 미술관이라고 보면 좋겠다.

 

일단 걸어만 보자. 오늘 같이 쌀쌀한 날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든다면 더욱 좋다. 거리마다, 작은 골목마다 개성 있는 공간들을 연출하면서 각각 하나의 전시장이 된다. 하나하나의 공간이 각기 자신만의 멋과 향을 담는다.

 

 

 

담은 거대한 스케치북이 되고

 

 

 

거리 위는 조각 등의 조형예술의 공간이 된다.

버려진 버스마저 작품이 된다. 

그러니 거리를 걸을 때도 작품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벽화와 조각상을 살짝 피해가면 개성 넘치는 작업실, 공방, 갤러리 그리고 가게와 카페 등을 만난다. 거리로 난 문과 창문 그리고 쇼윈도는 작품을 담은 틀이다.

 

 

 

 

상점이 갤러리고 갤러리가 상점이다.
상술이지만 또 예술이다. 

 

 

굳이 들어가 보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들어가 보겠다면 부담 없는 상점부터 들어가 보자. 상품을 파는 가게지만 가게 안도 하나의 전시관이다. 획일화된 상품은 없다. 각기 다른 가게에서 각기 다른 상품들을 각기 다른 연출 속에서 판다.

 

 

 

그래서 798 예술구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수한 갤러리들을 거치게 된다.

 

 

 

 

여기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어두운 그림자는 피해갈 수 없다.

 

 

798 예술구의 젠트리피케이션은 10여 년 전 내가 베이징에 있었을 때부터 시작했다.

 

젊고 가난한 예술인들이 많았던 곳에 사람들이 몰리자 상점, (Bar)나 카페들이 들어오고 관련 회사들도 입주하기 시작했다. 임대료는 치솟고, 치솟은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처음 이곳을 만들었던 예술인들은 하나둘 이곳 예술촌 떠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미 798 예술구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798 예술구가 상업화되면서 이곳을 떠난 가난한 예술인들이 베이징 외곽의 다른 곳에 다시 예술촌을 만들기 시작했다. 798 예술구가 베이징의 동북쪽에 있다면 다른 곳은 주로 베이징 동남쪽에 있다. 이곳은 공장 지역이 아니라 대형 양계장이나 축사들이 밀집해 있었던 곳이다. 예술인들은 이들 축사 건물들을 인수해서 작업실이나 전시관, 그리고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한국인 촬영감독도 그곳에서 양계장을 개인 스튜디오로 쓰고 있었다. 양계장의 구조는 비닐하우와 비슷하다. 길고 천장은 둥글다. 내부에는 기둥도 없다. 물론 일반 비닐하우스보다는 훨씬 크다. 스튜디오로는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전시관으로도 전혀 손색없고.

 

지금은 더욱 활성화되었을 터인데 그곳은 798 예술구보다 훨씬 멀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축사들인 관계로 공장지대인 798 예술구처럼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둘러보기도 만만치 않다.

 

이곳이나 그곳을 생각하면 공장이나 축사를 전시관, 작업실 등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랍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막상 해보면 딱이다. 개발이라면 무조건 옛 것이나 낡은 것은 때려 부수고 새로운 것을 지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그때에 베이징에 이런 곳이 생겼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의 북촌이나 서촌과 같은 베이징의 오래된 마을과 후통(胡同) 골목길들도 사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지고, 그 자리엔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섰다.

 

예전에 베트남의 하롱베이(Halong Bay)에서 같이 보트투어를 했던 미국 여대생의 말이 생각난다. 일본에서부터 아시아를 여행하고 있다는 그녀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너무도 심플한 답을 주었다. “many apartments!”

 

답은 단순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국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파트밖에 없다는 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어느 도시를 가든 특색이 없다. 다 비슷비슷한 아파트의 단지의 홍수뿐. 옛 것은 다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개발이고 현대화라고 믿었던 신념의 부작용이다. 내가 중국 베이징의 옛 골목길 후통을 좋아하듯 외국인들은 한국만의 것을 보고자 온다. 아파트가 한국의 문화는 아니지 않은가!

 

798 예술구처럼 무조건 옛 것을 다 파괴하지 말고 옛 것과 새 것의 공존을 찾았으면 싶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서 미래가 되듯 그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았으면 싶다.

 

자연에 대한 자세도 마찬가지다.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공존을 찾았으면 싶다. 지붕의 처마 하나도 뒷산의 능선과 함께 하고, 뒷마당 하나도 너머의 수풀과 함께 했던 조상들의 건축미를 살렸으면 싶다. 자연과의 공존이 진정한 한국의 문화 아닌가.

 

그 생각을 되새기며 798 예술구를 그리고 베이징을 떠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