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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2, 중국 베이징 5-2: 기차 타고 시안(西安)으로, 중국 기차 이야기(20181126)

경계넘기 2020. 11. 23. 11:44

 

 

기차 타고 시안(西安)으로, 중국 기차 이야기

 

 

일반 기차를 탄다. 그것도 침대 기차로.

시안(西安)으로 간다.

 

지난번 칭다오(靑島)에서 베이징(北京)으로 올 때 기차를 탔지만 그건 고속 열차였다. 고속 열차가 빠르긴 하지만 재미는 없다. 고속 열차를 타면 출장 가는 기분이 든다. 마치 서둘러 일 마치고 바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여행은 느림의 미학이다.
역시 느려야 재미가 있다.

 

 

기차표는 며칠 전에 미리 구매를 했다. 기차역까지 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숙소 사장이 숙소 근처에 기차표 대행소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바라던 바다.

 

중국에는 기차표 대행소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여행사에서 대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은 기차표를 판매하는 대행소가 따로 있다. 5위안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데 기차역까지 갔다 오는 왕복 차비와 시간 그리고 수고를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에 중국의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살려면 보통 1~2시간은 기본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 새치기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다. 줄이 줄지가 않는다. 특히 여행사 직원들이 단체 표를 사러 끼어들면 미친다. 여러 장을 사나 한 장을 사나 걸리는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 없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건 한국의 경우다.

 

중국에서는 기차표를 살 때 반드시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일일이 신분증 확인을 하고 전산에도 입력한다. 표에도 그 사람의 이름이 찍혀 나온다. 기차 탈 때 승차권의 이름과 신분증을 확인한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남의 표를 가지고 기차를 탈 수 없다. 여행사 직원이 단체로 수십 장의 표를 끊는다고 치면 창구 직원은 여행사 직원이 대신해서 가져온 수십 명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일일이 이름을 입력한다. 시간이 엄청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줄을 설 때 잘 서야 한다.

 

짧다고 좋아하지 마라. 그 몇 명 서 있는 사람이 모두 여행사 직원일 수 있다. 여행사 직원들은 보통 창구에 가까워지면 손에 뭉치의 신분증을 들고 있어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더라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여행사 직원들 중에 제대로 줄 서는 놈들이 없다. 한참을 줄 서서 이제 몇 명 안 남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진짜 지옥을 맛본다. 내 앞으로 여행사 직원들이 사정없이 끼워들기를 하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이나 역무원들하고도 관계가 있는지 제지도 당하지 않는다.

 

하물며 인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때는 중국이나 인도의 기차역에서 표를 살 수 있다면 세계 어디든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지금은 인터넷 예매도 되고, 기차역에서는 무인기계로 살 수도 있어서 예전의 도떼기시장과 같은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다만 외국인은 인터넷이나 무인기계에서 신분 확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기차역까지 가야만 하고, 기차역에서도 창구에서만 사야 한다. 물론 인터넷 예매는 예매 사이트에 자신의 여권 정보를 등록하고 가입을 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나의 기록을 철두철미하게 기록하는 중국에서 굳이 내 스스로 정보를 남기도 싶지는 않다. 오래 있을 것도 아닌데.

 

대행소에서 요금을 확인하니 베이징에서 시안까지 고속 철도는 5백 위안이 넘는다. 시간은 5시간이 걸린다. 칭다오에서 베이징까지도 고속 열차가 똑같이 5시간 걸렸다. 그런데도 요금은 3백 위안이었다는 것을 보면 베이징에서 시안까지의 거리가 더 먼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칭다오에서 지난(济南)까지는 고속 철로가 아니었음도 분명한 것 같다. 칭다오에서 지난까지의 거리는 분명 지난에서 베이징보다 짧아 보였는데 시간은 훨씬 더 걸렸기 때문이다.

 

시안까지 일반 열차로는 14시간이 걸리니 침대칸이 있다.

 

중국 기차 침대칸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루안워(軟臥). 부드러운 침대라는 의미로 일등석 침대칸이다. 침대가 이층이다. 다른 하나는 잉워(硬臥). 딱딱한 침대의 의미로 2등석 침대칸이다. 침대가 3층이다. 루안워와 잉워의 가격 차이가 엄청 커서 중국에서 기차를 많이 타봤지만 루안워를 타 본적은 없다. 비행기보다 루안워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기차 좌석도 부드러운 좌석이라는 의미의 루안쭤(軟座)와 딱딱한 좌석이라는 잉쭤(硬座)로 나눈다. 각각 우리 기차의 특실과 일반실이다. 고속 열차에는 침대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은 없지만 시간 많은 배낭여행자가 굳이 고속 열차를 탈 필요는 없다. 일반 기차 잉워로 하니 요금은 288위안이다. 거의 배로 싸진다. 야간 기차니 방값도 절약한다.

 

 


 

 

어둠이 깔릴 무렵 베이징시잔(北京西站)에 도착한다.

 

베이징 서역이다. 798 예술구를 둘러보고 숙소에 맡긴 짐을 찾아오는 길이다. 지난번 칭다오에서 올라올 때는 베이징난잔(北京南站), 즉 베이징 남역이었다.

 

베이징에는 기차역이 4개 있다. 기차표를 잘 확인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중앙역에 해당하는 베이징잔(北京站), 베이징시잔, 베이징난잔 그리고 베이징북잔(北京北站)이 있다.

 

베이징역은 상하이(上海), 항조우(杭州), 우루무치(烏魯木齊) 등의 장거리 주요 도시들과 주로 동북 3성으로 가는 열차가 출발한다. 베이징북잔은 네이멍구나 헤베이성 등의 비교적 짧은 구간을 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생긴 베이징난잔은 중국 최대의 기차역으로 고속 열차를 위한 역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들은 고속 열차로 다 간다. 지금 내가 있는 베이징시잔은 주로 중국의 서남쪽 지역을 간다. 정저우(鄭州), 뤄양(洛陽), 시안, 청두(成都), 쿤밍(昆明) 등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한다.

 

중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무려 세 번의 신분증 검사를 받는다. 첫 번째는 기차역에 들어갈 때. 기차역 입구에서 신분증과 기차표를 확인하고 짐은 모두 엑스레이 검사를 받고 몸도 검색을 받는다. 두 번째는 대합실에서 플랫폼 들어갈 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기차 안에서 받는다.

 

비행기 탈 때보다 더하다. 적어도 비행기 탈 때는 기내에서 신분증 검사는 하지 않는다.

 

 

 

중국의 역은 시끌벅적하다.

 

특히 야간 기차를 타기 위한 일반 열차의 대합실은 더욱 그렇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 이런 시끌시끌함이 나쁘지 않다. 내 주변으로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인들도 라면을 좋아하는데 컵라면을 특히 좋아한다. 웬만한 기차역이나 숙소, 공공건물에서 뜨거운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차 안에서도 뜨거운 물을 제공한다. 그러니 장시간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바리바리 컵라면을 들고 탄다. 이렇게 대합실에서도 먹고.

 

기차는 정시에 탑승해서 정시에 출발한다. 중국 기차도 많이 좋아져서 열차도, 침대 시트도 깨끗하다. 조금 지나면 바닥과 화장실 정도는 지저분해지겠지만.

 

 

 

침대는 1층이다. 개인적으로 1층을 선호하는데 여자인 경우 3층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올라가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일단 올라가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서 훨씬 안전하고 편하단다.

 

기차가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역무원이 내 신분증과 하고 좌석카드와 바꾼다. 신분증은 내리기전에 다시 카드와 바꿔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도난 방지의 역할도 한다. 함부로 남의 가방 들고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면 잠이 잘 온다. 차의 적당한 흔들림이 자장가 같다. 눈을 감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잠이 밀려든다. 기차의 규칙적인 흔들림과 덜껑거리는 소리가 잠을 몰고 온다.

 

내일 아침이면 새로운 도시 시안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