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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0, 중국 베이징 4-2: 전통 골목길 후통(胡同) 산책... 추억의 장소는 사라지고(20181124)

경계넘기 2020. 11. 21. 11:12

 

 

전통 골목길 후통(胡同) 산책... 추억의 장소는 사라지고

 

 

미술관에서 북쪽으로 미술관로를 걸어 올라가면 바로 후통(胡同) 길들이 나온다.

 

후통이란 골목길을 지칭하는 중국어다. 한국의 북촌이나 서촌과 같은 곳이다. 베이징의 전통 가옥들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주택가의 골목길 걷는 길을 좋아하는지라 베이징에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후통 가는 길에 동네 시장을 발견한다. 점심때도 되었고 해서 들어가 본다. 역시나 시장에는 먹거리가 많다. 사람들이 줄서 있는 가게에서 나도 줄을 서서 먹거리를 샀다. 큼직한 닭다리 튀김이 세 개에 10위안이었고, 호떡 같이 생긴 빵을 이것저것 대 여섯 개 샀는데도 4.5위안이었다. 우리 돈 25백원 정도.

 

서민처럼 생활하면 베이징에서도 큰돈은 들지 않는다. 이때 산 먹거리로 오늘 하루 세 끼를 해결한다. 그것도 배불리.

 

 

 

조금 걸으니 베이징 후통에서 가장 유명한 난뤄구샹(南锣鼓巷)이 나온다.

 

난뤄구샹은 고루(鼓樓) 남쪽으로 형성된 전통 마을이다. 서울의 북촌이나 서촌, 삼청동 같은 곳이다. 좁은 후통 골목길이 이리 저리 나 있는 곳으로 서민들의 주택부터 부호나 고관대작들의 집인 사합원(四合院)들이 섞여 있다.

 

사합원은 그 의미대로 가운데 마당을 두고 네 면을 높은 건물과 담장으로 둘러싸고 있다. 문을 통해서만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극히 폐쇄적인 구조다. 도적이나 성 안을 침입한 외적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라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합원이 많이들 서민들의 주택으로 개조되기도 했다.

 

서민형 사합원은 마당이 사라지고 대신 여러 채의 집들이 들어가 있는 복합주택이다. 일종의 단층 다세대 주택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서민형 사합원은 문을 통해 들여다보면 다시 골목길 같은 것들이 집 안으로 길게 나 있다.

 

 

 

베이징의 전통가옥들은 대체로 엷은 검은색의 벽돌들로 지어졌다. 덕분에 베이징의 후통은 검은 벽돌로 높게 만든 담벼락만 보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합원의 내부를 구경하고 싶지만 자제한다.

 

이곳도 한국의 서촌이나 북촌처럼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함부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지 집집마다 이곳은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집이니 외부인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들이 붙어 있다.

 

 

 

굳이 집안을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그런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중국의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곳에는 서민들의 가게와 식당, 그리고 베이징 서민들의 소박한 삶이 있다.

 

 

 

그런데.......,

막상 난뤄구샹에 들어서니 이건 완전히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후통의 모습이 살아 있으면서 곳곳에 예쁜 카페나 바 그리고 예술인들의 작업실이 있었던 난뤄구샹이 어느새 잡다한 상점들로 가득 찬 서울의 인사동 거리가 되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

 

 

 

 

난뤄구샹(南锣鼓巷)에서 다시 가고 싶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중국 배우들의 산실인 중앙희극학원(中央戲劇學院)이다.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 베이징전영학원(北京电影学院, 베이징영화대학)이라면 이곳은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다. 그런 대학이 생뚱맞게도 후통 골목길 한가운데에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인 공리(鞏俐)나 장쯔이(章子怡) 등이 바로 이곳 희극학원 출신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베이징영화대학 출신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연기는 베이징영화대학보다 중앙희극학원이 낫다고 생각한다. 방송 연기보다는 아무래도 전통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인성이나 생각도 더 낫다.

 

중앙희극학원이 있어서 그런지 예전의 난뤄구샹에는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참고로 중앙희극학원의 연기과는 베이징영화대학의 연기과와 함께 중국 최고의 미남미녀들이 모였다고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중앙희극학원은 금방 찾아 간다. 하지만 희극학원은 아예 입구에 지하철 개찰구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학생증을 찍어야 들어갈 수 있게 해 놨다. 인정머리 없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저 인파들이 이곳에 들어가려하면 학생들 공부는 다했다고 봐야 한다.

 

 

 

다른 한 곳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를 촬영했던 카페다.

 

그 곳을 찾아 발길을 돌린다. 전에 베이징영화대학 감독과에서 1년간의 아카데미 과정을 다녔었다. 그때 내 과제였던 단편 영화를 촬영했던 카페가 이곳에 있다. 난뤄구샹의 수 많은 인파를 헤집으며 찾아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카페가 없어졌더라도 그 건물은 옛 건물이라 당연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너무도 많이 바뀌어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왕복해서 두 번을 더듬었지만 포기하기로 한다. 그냥 내 단편 영화 속의 추억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이곳 난뤄구샹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심한 것 같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급등하다 보니 예전의 작업실과 카페들은 모두 유명 브랜드의 프렌차이즈 상점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베이징 추억의 장소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난뤄구샹에서 고루가 보이는 길을 건너면 바로 스치하이(什刹海)로 가는 길이 나온다.

 

 

 

스차하이는 첸하이(前海)와 허우하이(後海), 시하이(西海) 3개의 호수로 이뤄진 지역을 말한다. 원나라 시기에 이곳에 10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해서 스차하이라 한단다.

 

 

 

호수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호수 주변으로 상점들과 또 다른 후통이 있다

 

 

 

허우하이 주변에 잘 나가는 라이브 바(bar)나 카페들이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있긴 한데 예전과 달리 많이 낡았고, 폐점 중인 곳들도 있다. 예전엔 베이징에서 좀 논다는 친구들이 모이는 무척 핫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뜨내기 관광객들이나 상대하는 곳으로 바뀐 것 같다. 그렇다면 베이징 젊은이들의 문화와 유흥의 중심지는 어디로 옮긴 것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물어볼 데가 없다. 이런 곳은 좀 노는 애들이 알기 때문이다. 보통의 베이징 시민들은 잘 모른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미술관에서부터 이곳까지 쉼 없이 걸었다. 도저히 걷기가 힘들 무렵 허우하이 후통 입구에 깔끔한 카페 하나가 보인다. 아메리카노가 30위안. 깔끔은 하지만 비싸다. 베이징의 커피 가격은 서울보다 비싸면 비싸지 결코 싸지가 않다. 다른 차 종류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아메리카노가 제일 싸다. 중국도 점점 서민이 살기 힘든 나라가 되고 있다.

 

그래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중국에서 주구장창 맥노날드 커피만 마신다. 예전에는 가장 깔끔한 곳이어서 갔는데 지금은 돈이 없어서 간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베이징의 밤이 무척이나 쌀쌀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친구들과 어울려 걸었던 이곳을 혼자 걸어서 그런가 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