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안(西安)의 낮과 밤, 중심가 산책
기차 안에서 눈을 떠 창밖을 내다본다.
산시성(陝西省)의 황량함이 눈에 들어온다. 그나마 황량함을 자욱한 안개가 많이 가려준다. 자욱한 안개에 가린 목적지를 갈 때 마다 기억나는 소설, 김승옥 ‘무진기행(霧津紀行)’의 한 장면 같다. 가까운 앞만 보이고 조금만 고개들 들어 멀리 보면 안개에 뒤덮인 산야는 흐릿한 실루엣만 보여준다. 기차가 하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얀 블랙홀을 통과하면 3천 년 전 시안(西安)이 나왔으면 싶다.
어제 저녁 8시 10분쯤에 출발한 기차는 정확히 아침 9시 55분에 시안역에 도착한다.
중국 기차도 지연이 거의 없는 정상국가의 열차가 되었다. 옆 침대의 친구가 코를 골아댄 것 빼고는 열차 안에서 편하게 잤다. 일반 기차는 시안역에 내린다고 하더니만 성도(省都)의 역 치곤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옛 모습의 기차역을 보니 정감은 간다.



고속 열차는 시안의 다른 역에 도착하나 보다.
고속 열차가 확대되면서 요즘 대부분의 중국 기차역은 새로 지었다. 기존의 역을 개축하기도 하지만 장소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고속 열차를 위한 기차역을 따로 짓는다. 최근 새로 지어진 중국의 기차역들은 마치 공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크다. 일단 덩치부터 크게 짓는 중국 스타일이다.
호스텔에서 마중을 나왔다. 4달러짜리 도미토리 손님을 위해 픽업을 나오다니 감사하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간다. 차를 가지고 픽업 나온 줄 알았는데. 버스비는 픽업 나온 친구가 내 준다. 중심지이긴 하지만 골목 안에 호스텔이 있어서 혼자 찾아오려면 조금 헤맸을 것 같다. 사용해보니 바이두(Baidu) 지도앱의 성능이 그리 좋지가 않다.
시안에서도 카카오톡은 먹통이다.
숙소 1층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오전이라 아직 침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15분 정도 기다리니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난 지금 이미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있고, 물만두도 시켰다. 시안 현지 맥주가 HANS인가 보다.

늦은 오후 저녁도 할 겸 동네 한 바퀴 둘러보러 나온다.
대충 세수만 한 편한 차림이다. 동네 한 바퀴라고 하지만 이곳이 시안의 중심이다. 숙소는 골목에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중심대로의 화려한 빌딩숲으로 들어간다.

시안은 종이 달린 탑인 종루(鐘樓)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펼쳐진다.
종루(鐘樓)는 항상 북이 달린 탑인 고루(鼓樓)와 함께 한다.
종루에서 서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고루가 있다. 아침에는 종루에서 종을 울리고 종소리에 맞춰 성문이 모두 열린다. 반면에 저녁에는 고루에서 북을 친다. 북소리와 함께 열려 있었던 성문이 모두 닫힌다. 그렇게 종은 아침을, 북은 저녁을 알리는 소리다. 그래서 항상 종루는 해가 뜨는 동쪽에, 고루는 해가 지는 서쪽에 있다. 베이징은 종루가 북쪽에, 고루가 남쪽에 있다. 베이징이 잘못 되었다. 베이징을 건설한 원나라가 성의 전체적인 구조를 고려해서 남북으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 시안에서 종루는 서울의 남대문 같은 곳이다. 남대문과 비슷하게 종루 역시 거대한 사거리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어떻게 종루에 가나 했더니 지하도로 해서 갈 수 있다.


시안도 예전에 와봤던 곳.
종루 주변을 걷다보니 옛 기억이 소록소록 난다.
지금은 더 화려해졌지만 기본적인 옛 모습은 그대로다.
종루 근처의 종고루 광장(鍾鼓樓廣場) 옆으로 예전에는 한국 물건을 주로 파는 큰 상가인 한국성(韓國城)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한류가 예전 같지는 않나 보다. 대신 광장 안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종루에서 종고루 광장을 조금 걸어가면 베이위안먼(北院門) 회족(回族)거리가 나온다. 고루 바로 뒤편이다. 시장과 먹거리 야시장이 있는 곳이다. 규모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회족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소수민족을 말한다.
시안의 옛 이름 장안(長安)은 실크로드의 출발지. 그 옛날 실크로드를 따라 왔던 서아시아 아랍 상인들이 장안에 정착하였고, 이후에는 중앙아시아의 무슬림들도 많이 넘어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회족을 형성했다. 시안의 회족거리는 아랍 상인들이 장안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회족 거리에서 많이 파는 것 중에 하나가 엿이다. 여러 가지 잡곡이나 땅콩, 잣 등을 섞어서 만드는데 그 종류가 대단히 많다. 시식할 수 있도록 해놔서 몇 가지 먹어 봤는데 한국 엿이랑 똑 같다. 술안주 하려고 엿을 좀 샀다.


먹음직스런 꼬치도 다양하게 파는데 아쉽게도 이슬람을 믿는 회족이라 술을 팔지 않는다. 술 없이 꼬치만 먹는 것은 고문과 진배없다. 아쉽지만 눈으로만 본다. 베이징에서 먹은 꼬치보다는 확실히 두텁고 더 맛있어 보인다.


그 외에도 무수한 많은 먹거리들이 있다.
하나 같이 먹음직스럽다. 관광객들도 많겠지만 뒷골목 시장거리로 들어서면 현지인들도 많다.




양고기 국수가 여기 국수인가 보다.
들어가서 먹어보는데 별 맛은 없다. 양고기를 팔팔 끓인 육수에 야채를 송송 썰어 넣고 국수를 말았다. 특별한 향을 넣거나 맛을 내지 않은 그냥 담백한 맛인데 양고기가 나와 안 맞나 보다. 고수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수를 주문하면서 고수 빼달라는 말을 잊었다. 웬만한 것은 잘 먹는데도 고수만은 시간이 흘러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날씨를 걱정했는데 오히려 베이징보다 따뜻하다. 저녁임에도 쌀쌀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안의 밤은 사람이 없고 건물만 있다.
저녁의 시안은 알록달록 조명에 맞은 건물들로 더 화려하다.
종루와 고루 조차도 낮보다는 지금이 더 잘 보인다.







조명 받은 건물들은 화려함을 뽐내지만 정작 시안의 거리는 가로등이 많이 어둡다. 대로임에도 불구하고 마주 오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보다 건물이 조명을 받는다.
사람은 어둠에 묻히고 화려한 건물은 드러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중국이다.
사람은 거기에 없다.
아침에는 안개에 저녁에는 어둠에 싸인 시안이다.
시안에서는 무엇을 하지.
내일부터 당장 계획이 없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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