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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4, 중국 시안 2-2: 시안성벽(西安城牆)에 앉아서....... 과거에 묶인 중국(20181128)

경계넘기 2020. 11. 28. 11:24

 

"시안성벽(西安城牆)에 앉아서....... 과거에 묶인 중국"

 

시안성벽(西安城牆)을 걷다가 잠시 성벽 위에 몸을 기대고 쉰다.

돌 위를 걸으니 발바닥도 무릎도 아프다.

 

 

 

성벽 위에서 시안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옛날 장안성(長安城)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안, 즉 장안(長安)은 한족(漢族)의 발원지. 이곳에서 시작한 한족이 황하(黃河)를 따라 동진하고, 다시 양쯔강(长江) 이남으로 남진하면서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 중국이 동쪽으로만 세력을 넓힌 것은 아니다. 서쪽으로도 진출했다. 장안이 수도였던 당나라 때만 하더라도 서쪽의 신장(新疆)을 장악하고 파미르 고원(Pamir Mountains)을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세력을 넓히기도 했다. 서남쪽으로는 티베트(Tibet)까지 세력을 넓히려 했다. 당이 몰락할 당시 마지막까지 이곳 장안성을 지키다 죽은 고구려 유민 출신 고선지 장군이 당의 신장과 중앙아시아 공략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중국의 세력 확장 과정에서 밀려난 민족들도 있고, 흡수 동화된 민족들도 있다.

 

한족은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민족이 아니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한민족(韓民族)과 다르게 한족은 민족 분류에서 문화를 강조한다. 혈연은 다르더라도 같은 언어, 같은 문화의 문화적 동질성을 갖는다면 모두 한족이다. 이는 한족이 장안에서 발원해서 동과 서, 남으로 진출하면서 많은 이민족을 흡수, 동화하면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심심치 않게 분리 움직임이 나온다.

 

티베트의 티베트인과 신장의 위구르인(Uighur) 등과 같이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 민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한족 중에서도 경제가 발전한 남쪽 지방은 내심 북쪽 지방으로부터의 분리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중국은 제국일까 민족국가일까?

 

 

시안성벽 위에서 생각해본다.

 

국가 안에 다수의 민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제국이나 다민족 국가나 동일하다. 다만 제국의 경우 단일의 정체성이 없거나 극도로 약해서 대체로 중앙의 통제력에 의해 유지된다. 따라서 중앙의 통제력이 약해지면 바로 해체된다. 반면에 다민족 국가는 영토 안의 다양한 민족 구성원들이 단일의 정체성을 가지며 자발적으로 국가를 형성한다. 따라서 중앙의 통제력과는 상관없이 국가가 유지된다.

 

15개 공화국으로 이루어진 구()소련은 중앙의 통제력이 사라지자 바로 붕괴되었다는 점에서 제국에 가까웠다. 반면에 50개 주로 구성된 미국은 각 주의 자발적 동의와 합의에 의해 국가를 형성했다. 워싱턴(Washington)은 그저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50개 주가 연방 정부의 힘이 약해졌다고 해서 독립을 추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다민족 민족국가다.

 

 

 

그럼 중국을 유지하는 원천은 강제력일까 자발성일까?

 

답을 찾기 위해서 최근 중국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민족주의에 주목해 본다. 민족주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그 중에서 가장 명료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겔너(Gellner)라는 학자의 정의다. 그는 민족주의를 정치적 단위와 민족적 단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정치적 원리로 정의한다.

 

여기서 정치적 단위는 국가(state)’, 민족적 단위는 민족(nation)’이다. 결국 민족주의라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일치시켜 민족국가(nation-state)’를 만드려는 정치적 원리 또는 의식을 말한다. 겔러의 정의로 본다면 다민족, 다국가(muti-state) 연합의 국가인 경우 국가와 민족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제국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배 민족인 한족을 포함해서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라고 한다. 하지만 한족이 전체 인구의 92% 가까이를 차지하는, 하나의 민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다. 한국만 해도 2020년 현재의 인구통계에 의하면 외국인, 귀화 외국인 등 외국계 인구가 222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4.3%를 차지한다. 단일 민족 국가라는 한국이나 다민족 국가라는 중국이나 별반 큰 차이가 없다. 민족을 인구 구성비로 보면 중국은 다민족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단일 민족 국가에 가까울 정도로 국가와 민족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중국의 민족 구성을 지정학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확실히 달라진다.

 

인구 구성에서는 대략 8%에 불과한 소수 민족들이지만 역사적 연원을 가지고 있는, 그들 고유의 땅은 중국 전체 영토의 63.7%을 차지한다. 더욱이 이들 영토에 중국 지하자원의 대부분이 매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안보에 취약한 변방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족에 동화되기를 거부하면서 분리와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티베트, 신장 위구르, 네이멍구(內夢古) 등은 영토의 면적, 자원, 안보 등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들이다.

 

정치적 단위인 국가와 민족적 단위인 민족이 매우 큰 차이로 일치하지 않는다. 민족주의가 필요해 보이긴 하다.

 

 

중국의 민족 분포 (출처: 위키백과)

 

그런데 왜 최근에서야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것일까?

그것도 급속하게.

 

이번에는 중국과 아주 흡사한 성격을 갖는 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Soviet Union)을 살펴보자. 소련은 러시아를 포함한 15개 공화국이 합친 세계 최대의 다민족 국가였다.

 

 

구소련 국가들: 1. 아르메니아, 2. 아제르바이잔, 3. 벨라루스, 4. 에스토니아, 5. 조지아, 6. 카자흐스탄 7, 키르키스스탄, 8. 라트비아, 9. 리투아니아, 10. 몰두바, 11. 러시아, 12. 타지키스탄, 13. 투르크메니스탄, 14. 우크라이나, 15. 우즈베키스탄 (출처: 위키백과)

 

1985년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고르바쵸프(Mikhail Gorbachev)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련은 점차 사회주의 노선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극을 받아 동서독이 통일하고 동유럽 국가들도 점차 시장경제를 지향했다. 그리고 급기야 소비에트 연방의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급기야 1991년 소련 연방은 해체되어 지금의 러시아만 남았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약해지자 소비에트 연방은 붕괴되었다. 국가와 민족이 일치하지 소련이었지만 그간 사회주의가 민족주의의 역할을 하면서 연방의 통합을 유지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과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중앙의 강제력을 대신해 소비에트 연방을 유지했던 것일까? 정말 사회주의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던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강제력을 투사하기 위해서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소비에트 연방이 유지해야 하는지, 왜 동유럽이 소련과 함께 해야 하는지 등등. 명분 없는 강제력은 지속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사회주의는 소비에트 연방에서 이탈하려는 공화국들에게, 사회주의권에서 이탈하려는 동유럽 국가들에게 소비에트 중앙이 그리고 소련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왔다. 소비에트 연방은 사회주의 중국 건설 시 중국이 가장 모델로 삼았던 나라다.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동유럽 국가들의 잇단 사회주의 이탈을 보면서 중국은 다급했을 것이다. 중국 역시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그간 민족주의를 대신해서 다민족 국가의 통합을 지탱하거나 적어도 중국 공산당이 강제력을 투사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리라.

 

중국은 사회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다급히 필요했다. 그리고 중국이 다민족 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간절히 필요하다는 사실은 중국이 민족국가라기보다는 제국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난파의 위기에 직면한 제국이 갈 수 있는 기항지는 민족주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민족주의는 20세기 초반의 청 말과 중화민국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한족의 중국을 건설하고, 서구 제국주의의 침탈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케케묵은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케케묵은 민족주의를 다시 꺼내들고, 케케묵은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서 케케묵은 실크로드(일대일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렇게 중국은 스스로를 과거에 옭아 묶고 있다.

 

 

 

세계는 미래로 나가기 위해 앞다투어 새판을 까는 판에 중국은 도리어 케케묵은 과거에 얽매여 있다. 스스로를 과거에 옭아 묶은 중국은 다시 미래로 나아가려는 세계의 발목을 잡는다. 덩치 큰 놈이 붙잡으니 세계도 몸살이다.

 

과거의 장안은 과거의 장안으로 남아야지,

과거의 장안을 왜 미래의 시안 앞에 두려 하는지.

 

제국에 갇힌 중국은 지금 미세먼지에 갇힌 시안 같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