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7. 13. 목. 비. "기후 변화"
비다. 새벽에 일어나 커튼을 살짝 치고 하늘을 보니 어제보다 더 짙은 먹구름이다.
레를 둘러싸고 있는 설산은 이미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은지 오래다.
올뷰(All View)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도 한마디 하신다. 이런 적이 거의 없다고.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 이변이라고 하신다. 유식하신 우리 주인장님이시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
그것을 한국에서 멀고 먼 인도 북부의 라다크 레라는 한 지방에서 여실히 경험하고 있다. 연간 강수량이 100mm 이하라고 하는 극강의 건조지역에서 연 이틀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번 우리가 누브라 밸리(Nubra Valley)에 갔었을 때는 거의 3, 4일 계속 비가 내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한국에 비교해도 거의 준 장마에 해당하는 날씨다.
누브라 밸리에서 돌아오는 날에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지 않았나. 까르둥 라에서는 비가 눈으로 변해서 올해 첫눈을 맞기도 했으니 기후 변화가 분명하다.
한국도 지금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보이면서 아열대 기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전 세계를 엄습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적응의 문제라고 했던가. 기후 변화를 인간이 막을 수 없으니 그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응에는 많은 돈이 요구된다. 적응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히 생활의 방식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워진 지역에서는 냉방비가 들 것이고, 해수면이 높아진 지역에서는 이주를 해야만 하니 돈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작물 육성에 변화가 생긴 곳에는 농사 품종을 바꾸거나 작물을 바꾸어야 하니 그 또한 막대한 돈이 든다.
결국 기후 변화는 못 가진 사람들에게, 가난한 지역 또는 가난한 국가에 더 큰 고통을 준다. 기후 변화 자체가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잘 사는 나라는 기후 변화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겠지만 가난한 나라는 그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때론 이러한 기후 변화로 인해서 거대한 인구 이동과 이로 인한 내전이 발생하기도 하지 않는가!
레에서 보는 기후 변화. 아직까지는 여행객으로서 조금의 불편함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게 심화된다면 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설산의 만년설이 다 녹아내려 이 오아시스 도시가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이처럼 비가 자주 내려서 온 산하가 모두 푸르른 지역으로 변화되는 것일까?
10년 후 쯤 다시 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궁금하다. 레 서쪽의 녹지마저 사라져 있을까? 아니면 레 동쪽도 녹음으로 우거져 있을까?
그 궁금함을 넘어서 그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이 지역만이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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