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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충성 경쟁 1: 왜 그러는 걸까?

경계넘기 2021. 5. 1. 21:39

 

 

중국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충성 경쟁 1: 왜 그러는 것일까?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중국 정부 지지 발언으로 시끄러워지곤 한다.

 

중국인이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것을 두고 왜 그러냐 싶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주로 인권 탄압이나 역사 왜곡 등 국제적으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지지 선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신장 위구르인들에 대한 인권 탄압,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의 개별 사안들에서부터 하나의 중국원칙에 대한 지지까지 사안별로 다양하고 그 스펙트럼도 넓다.

 

 

중국 출신 아이돌 (출처: YTN)

 

작년 2020년에는 한국 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항미원조전쟁을 기념하는 글들을 올려 논란이 되었다. 한국 전쟁을 칭하는 중국식 명칭인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싸웠다는 의미를 갖는다. 항미원조전쟁을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말은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의 남한 침략을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의미이니 한국 입장에서는 무척 언짢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당시에는 BTS의 한국 전쟁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인들이 비난하고 나서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었다. 작년 107일 한·미 친선 비영리 재단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BTS에게 벤 플리트 상을 수여하자 BTS의 한 멤버가 올해는 한국 전쟁 70주년으로 한국과 미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 한국 전쟁에서 흘린 중국인들의 피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이에 대해 한국과 국제 사회가 재반박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항미원조전쟁을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글을 내니 불에 기름 붓는 격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아이돌이 굳이 정치적인 이슈에 자기 주장을 드러내는 이유가 무얼까? 백번을 양보해 홍콩이나 신장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 등은 중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애국심의 문제라고 치더라도 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중국계 아이돌들이 왜 굳이 한국과의 민감한 역사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것일까?

 

더욱이 민감한 시점에 평소에는 언급이나 관심도 없던 항미원조전쟁을 불쑥 거론하는 것은 정말 생뚱맞다. 바보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어 보인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중국 여배우 판빙빙(范冰冰) 사건

 

 

201811월 잠시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었을 때다.

 

예전에 잠시 적을 두었던 중국 영화의 산실 베이징영화대학(北京電影學院)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베이징에서 영화 일을 하고 있던 친한 후배와 술 한 잔 했다. 한중 합작영화에 한국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는 후배였다.

 

 

 

, 요즘 한국에서도 판빙빙(范冰冰) 사건은 잘 알고 있죠?”

물론. 많이들 궁금해 하지.”

 

2018년 한동안 판빙빙이 실종되는 일이 있었다. 연락이 두절되자 정부에 의한 감금설까지 나돌았는데 결국 탈세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판빙빙은 약 400억 원 상당의 탈세 혐의를 받고 1,500억 원 상당의 밀린 세금과 벌금을 납부했다.

 

탈세 조사를 받았다며.”

판빙빙도 판빙빙이지만 그 사건으로 요즘 중국 영화계가 바짝 얼었어요.”

?”

중국 영화산업에서 탈세와 비리가 어디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요. 영화계 전반도 아니고 한 놈 딱 찍어서 하는 것을 보면......”

시범 케이스!”

그렇죠. 정부가 대중문화계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 지금 중국 영화계의 시각이에요.”

찬바람 불겠군.”

바짝 엎드리고 있어요. 영화 제작도 올스톱이고.”

 

 

판빙빙(范冰冰) (출처: 위키백과)

 

판빙빙 사건 이후로 당시 중국에서 대형 영화 제작이 전면 보류되고 있다고 했다. 후배가 참여 하고 있는 영화가 판빙빙 사건 전후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대작이었다고. 이 영화의 제작비는 2억 위안, 우리 돈 약 350억 원 정도다. 이미 상당히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 빼도 박도 못한다고 했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 영화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 영화시장이 포화에 들면서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영화인들이 많아졌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영화산업 통제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대중문화 통제에서 물러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통제가 완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완화된 것이 아니라 중국 영화계 스스로가 순응하면서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설 필요가 있다 싶으면 충격 요법을 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범 케이스.

판빙빙 사건이 전형적인 예다.

 

 

판빙빙(范冰冰) 사건을 보는 중국 대중예술계의 시각

 

 

판빙빙 사건은 배우 한 명의 단순 일탈로 보이지만 그것을 보는 중국 대중예술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중국 대중예술인들은 판빙빙 사건을 중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로 인식한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중국 지도부에서 상당히 팽배해 있음을 느낀다. 판빙빙은 시범 케이스라 벌금으로 끝났지만 이후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도.

 

일단 경고가 나오면 바짝 엎드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충성의 맹세가 나와야 한다.

 

종교와 정치는 많이 닮았다.

 

원래는 정교일치라 해서 정치와 종교가 한 몸이었다. 옛날 원시부족에서는 정치 지도자인 추장이 종교 지도자인 제사장을 겸했다. 이후 종교가 정치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태생적으로 둘은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종교 행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회개와 찬양이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신을 찬양하는 것. 정치 행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종교에서의 회개가 정치에서는 자아비판으로, 찬양은 충성맹세로 달리 표현될 뿐이다.

 

회개와 찬양을 열성적으로 해야 하듯 자아비판과 충성맹세도 마찬가지다.

 

근처 교회에 가서 부흥회라는 것을 한 번 참석해 보라. 기도와 찬양을 열성적이다 못해 경쟁적으로 하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게다. 마치 천국이 선착순인양 싶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광신적 열정으로 모는 것은 천국의 달콤함보다 지옥의 공포심이다.

 

하물며 종교가 그럴진대.

 

중국 정부가 판빙빙을 대표로 회개의 제물로 삼아주었으니 나머지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알아서 충성의 맹세를 표해야 한다. 성의 없이 하면 바로 찍히고, 남보다 못하면 바로 숙청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 경쟁적으로 해야 한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한번 해보라! 나 하나 지옥 가는 데에서 끝나지 않을 터이니.

 

 

중국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충성 경쟁

 

 

아니다 다를까 바짝 엎드린 중국 대중문화계가 영화계를 필두로 충성의 맹세를 경쟁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가 중국인을 비하하는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마침 상하이(上海)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이 브랜드의 패션쇼에 참석을 약속했던 장쯔이(章子怡), 리빙빙(李冰冰), 황샤오밍(黃暁明) 등의 중국 유명 배우들이 모두 참석을 거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패션쇼는 당연히 취소되었다.

 

자국의 문화를 무시한 이탈리아 브랜드에 대한 배우들의 분노로 보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동시다발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참석을 거절하는 것을 보면 중국 정부에게 보이는 그들의 충성맹세다.

 

같은 해 대만에서 열렸던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다. 이날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대만의 푸위(傅榆)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우리나라(대만)가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개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소원하다고 말했다.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듯한 수상자의 말에 판빙빙을 위시한 중국 영화인들이 득달같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왼쪽이 푸위(傅榆) 감독 (출처: bbc.com)

 

영화제에 참석했던 중국 영화인들이 모두 불쾌감을 토로한 것은 물론이고, 심사위원장인 공리(鞏俐)는 작품상 시상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시범 케이스로 제대로 당한 판빙빙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 조금이라도 줄어들어선 안 된다((中国一点都不能少!)”며 영토 수호의 의지를 담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글과 그림을 올렸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수없이 반복해온 공포의 학습효과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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