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 페링기(Batu Ferringhi) 해변과 거니 드라이브(Gurney Drive)
오전에 바투 페링기(Batu Ferringhi) 해변에 가려고 한다.
해변이 길고 예쁘다고 한다.
구시가지에서 바투 페링기에 가는 101번 시내버스가 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데 가는 길에 해변도로가 꽤 길게 이어져서 심심하지 않다.
바투 페링기
Batu Ferringhi
막상 도착한 바투 페랑기 해변은 다소 실망스럽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해변의 길이는 2km 남짓 될까,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그냥 우리 남해안의 평범한 해수욕장 같다. 열대 바다라고 다 같은 열대 바다는 아닌 모양이다. 그나마 이곳이 열대 바다라는 사실은 해변 뒤에 있는 몇 그루의 야자수 덕분이다. 그것도 제주도 바다라고 우기면 할 말은 없지만.
해변을 기어 다니는 큰 도마뱀을 봤다.
꼬리까지 합치면 대략 크기가 60~70센티미터는 충분히 되어 보이는 놈이다. 이렇게 큰 야생 도마뱀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있는 해수욕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놈은 유유자적하게 모래사장을 돌아다닌다.
해변 가로 고급 리조트나 호텔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페낭의 휴양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열대 바다를 만끽하고 싶다면 페낭보다는 다른 곳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랑카위(Langkawi)도 가깝다. 페낭에서 페리가 간다.
페낭의 신시가지, 거니 드라이브
Gurney Drive
해변 산책을 마치고 조지타운의 또 다른 중심가인 거니 드라이브(Gurney Drive)로 간다. 바투 페링기에 올 때 탔던 101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시가지 초입에서 내리면 된다. 조지타운 구시가지에서 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 올라오는 길이다.
거니 드라이브 주변은 페낭의 신시가지라 할 만하다.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도로 이름이 거니 드라이브. 여기에 꽤 괜찮은 쇼핑몰들과 카페들, 식당들 그리고 꽤 큰 먹자촌인 호커 센터(hawker center)가 있다. 어제 간 콤타르(Komtar)가 구시가지의 중심이라면 이곳은 신시가지의 중심이다. 쇼핑몰이든 빌딩이든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습이다. 상권은 확실히 콤타르에서 이곳으로 이동했다.
해안길이라서 바다가 보이는 멋진 길인 줄 알았는데 펜스로 가려져 있어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쇼핑몰이나 올라가야 바다가 보일 듯하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아직 호커 센터는 열리지 않았다.
배가 고프니 바로 거니플라자(Gurney Plaza) 식당가로 들어간다. 지하에 있는 식당가를 둘러보는데 어제 콤파르(Komtar) 쇼핑몰에서 본 한국 고기뷔페집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 가든(Seoul Garden). 체인인가 보다. 1인 점심 가격이 거의 50링킷 정도 하는데 배도 고프니 그냥 들어가 버린다.
고기 뷔페집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한국이라면 불가능할 일. 여기도 사람이 많았다면 혼자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았을 터인데 점심때가 지난 시간인지라 테이블에 여유가 있다. 한국의 고기뷔페에 샤브샤브가 혼합된 형태다. 테이블에는 고기 불판과 함께 샤브샤브를 먹을 수 있는 불판도 있다. 샤브샤브 국물은 내가 한국인임을 눈치 챈 점원이 김치 국물을 추천해서 시켰는데 마치 김치찌개 같아서 좋다.
한국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말레이인이 운영하는 것 같다. 직원들이 모두 말레이인들로 여자직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있다. 그래서 고기뷔페임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는 없다.
태국 람빵(Lampang)의 샤브샤브 뷔페에 이어 두 번째 뷔페다. 일단 양념 고기를 담아서 불판에 굽는다. 고기 양념은 다소 현지화되었지만 먹을 만은 하다.
샤브샤브 거리로 해산물과 야채를 담는데 고추장이 보인다. 상추도 있어서 고기에 상추쌈을 싸서 먹는다. 고추장은 한국에서 수입한, 한국 맛 그대로의 고추장이다. 이게 언제 먹어 본 상추쌈인가. 다소 현지화된 느끼한 고기 양념의 맛을 우리 맛 그대로의 고추장이 바로 잡아준다. 식당의 손님들은 모두 현지인들인데 나처럼 고기를 상추에 싸먹는 사람들은 없다.
사람의 위장도 좀 조절이 되었으면 싶다. 아니면 좀 저장을 할 수 있든지. 얼마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배가 불러온다. 뱃살이 많이 빠져서 배불리 먹었는데도 배가 나오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 체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식사를 마치고 쇼핑몰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올라간다. 말레이시아 영화나 한 편 때려줄 생각이었는데 말레이시아 영화가 한 편도 상영을 하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장악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3천만이 훌쩍 넘는다. 경제력도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고. 그럼에도 비수기도 아닌 1월 극장가에 자국 영화 한 편도 상영하지 못하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참 대단하다.
거니 드라이브 길을 걷지만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덥고 다리도 아플 무렵 깔끔한 카페가 보인다. ECC라는 이름의 체인 카페다.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인터넷의 기적(?)을 본다. 지금까지 경험한 곳들 중 페낭 최고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 드라마나 영화도 버퍼링 하나 없이 볼 수 있다. 페낭에 들어오기 전까지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가 다시 만나니 정말 신천지가 따로 없다. 페낭 숙소 사장의 말로는 따로 전용선을 깐 곳만 인터넷이 빠르다고 했는데 이건 도대체 얼마짜리 인터넷이길래 이렇게 빠른 것일까?
에어컨도 추워서 긴팔을 꺼내 입을 정도로 강하게 틀어준다. 페낭의 아지트로 삼을 만한 카페인데 숙소에서 꽤나 떨어져 있어서 아쉽다.
간만에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를 만나니 할 일이 많다. 정보도 찾아보고, 쉬엄쉬엄 드라마도 보다 하니 어느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역시 디지털 유목민에게 인터넷이 잘 되는 카페는 사무실이자 쉼터이자 놀이터다.
일멍, 쉬멍, 놀멍.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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