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가옥촌(Penang Jetty Chew) 그리고 문화 공간, 제티 35(35@Jetty, 潮人居)
해안가의 수상 가옥촌(Penang Jetty Chew)을 가볼 생각이다.
일단 아침 식사를 한다.
페낭에서 나의 아침은 항상 로띠 바까르(Roti Bakar)와 함께 한다. 오전에는 곳곳에서 로띠 바까르를 판다. 카페나 식당들은 물론이고 오전에만 거리의 한 모퉁이에 테이블을 깔고 하는 노점 식당에서도 판다. 오늘은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의 노점 식당에서 로띠 바까르를 먹는다.
현지인들과 로띠 바까르를 함께 하는 이 시간의 여유가 참 좋다. 카야잼을 바른 구운 토스트, 반숙 계란 그리고 커피 한 잔의 로띠 바까르는 양이 좀 부족한 감은 있지만 선선한 아침 바람과 함께 카야 토스트의 달콤함과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참 좋다. 반숙 계란 두 개가 주는 영양도 든든하고.
수상 가옥촌
Jetty Chew
조지타운(Gorge Town) 구시가지의 남동쪽 해안가에 수상 가옥촌이 있다.
조지타운을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해안가로 나간다. 조지타운은 골목길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화창하다 못해 눈이 시리다.
수상 가옥촌은 잔교(棧橋) 위 마을이다.
잔교는 배를 댈 수 있도록 다리처럼 만들어놓은 구조물을 말한다. 일종의 부두. 수상 가옥촌은 물 위에 나무로 만든 긴 잔교를 따라 집을 지어 놓은 곳이다. 잔교 위에 지은 집이라 집들도 모두 목조 건물이다.
이곳 수상촌에서 잔교는 하나의 골목길이고 그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집들이 마을(村)을 이루고 있다. 길만 보면 영락없는 골목길인데 바닥이 나무 바닥이라 실내 테마파크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지금도 엄연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이 수상촌 림(Lim, 林), 춰(Chew, 周), 신(Sin, 陳), 리(Lee, 李), 네시(Nyesh, 揚) 등 5개 가문이 마을을 이루는 일종의 집성촌이라 한다. 각각의 집성촌에는 각각의 잔교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성씨를 보면 이곳도 화교촌인 듯싶다. 수상촌 안에 사원도 있고,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집들도 많이 보인다.
잔교 골목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수상촌의 가옥들을 엿볼 수 있다. 나름 마당 같은 곳에 정원도 만들고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는다.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이곳이 나무 바닥 위라는 생각이 들면 묘한 기분이 든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오전에는 썰물인 듯 갯벌 위에 집을 지어 놓은 형국이다. 아마도 밀물이 되면 물이 가득 들어차 온전한 수상 가옥촌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옛날 이곳의 잔교들은 부두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옥촌을 넘어 잔교는 바다 위로 길게 뻗어 나와 있다. 집들 사이에서는 몰랐는데 잔교 끝의 바다로 나오니 조지타운 앞바다의 풍광이 시원하다.
잔교의 고즈넉한 풍광과 바다 너머 도시의 화려한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 낚싯대 하나 드리우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뒤로 하면서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배울까? 아니면 기회를 노렸던 강태공처럼 인생의 화려한 성공을 기다릴까?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상업적 골목으로 변한 곳도 있다. 육지의 골목길처럼 이곳도 나름의 벽화 거리를 만들어 놓고 기념품이나 옷을 파는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다만 갯벌은 이미 오랜 세월의 생활하수와 쓰레기로 많이 오염된 상태다. 냄새도 많이 난다. 여름에는 악취가 무척이나 심할 듯한데 그나마 집들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 나아 보인다.
ㅇ 문화 공간, 제티 35(35@Jetty, 潮人居)
수상 가옥촌 주변의 해안가에는 옛날 창고나 공장으로 쓰였을 회색의 큰 건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건물들의 하나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곳이 있어서 찾아 간다.
수상 가옥촌의 북단을 벗어나자마자 도로를 건너 맞은편으로 넘어오면 빨간 벽돌로 몸체를 쌓고 시멘트인지 석회인지는 모르지만 회색빛 무언가로 벽체를 바른, 세월이 흘러 곳곳에 몸체의 빨간 벽돌이 드러난 큰 건물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문화 공간 제티 35(35@Jetty, 潮人居)다.
커다란 부두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 곳이다. 유네스코 유적지 안에 있기에 건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개발할 수 없어서 넓은 창고 공간을 전시 등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큰 창고 한 채를 전시관으로 활용한 것이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거대한 군수 공장 단지를 예술촌으로 전환한 798 거리 같은 곳과 비교할 수는 없다.
제티 35의 벽면에는 ‘그네 타는 오누이(Brother & Sister on a Swing)’ 등의 유명한 벽화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건물 안 통로 좌우로는 수공예품, 액세서리, 팬시 상품 등을 파는 좌판들이 늘어서 있다. 대충 훑어봐도 기계로 찍어내는 상품들은 아닌 듯싶다.
창고에는 3~4개의 넓은 공간이 있는데 한 곳은 카페로 이용하고 다른 곳은 전시 공간이다.
지금 특별히 전시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에 천정이 높아서 전시관으로는 딱이다 싶다. 시멘트나 회를 바른 회색의 실내 벽면도 군데군데 드러난 빨간 벽돌의 몸체와 잘 어울려 그 자체가 예술 공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은 공연이나 상연회도 가능해보인다.
덕분에 카페의 분위기도 독특하니 좋다. 짙은 회색의 시멘트 배경이 오히려 시원하다. 페낭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에 하나인 빙수를 시킨다. 맛은 그냥 우리네 팥빙수와 비슷하다. 가격은 5링깃. 1,500원 꼴이니 저렴하게 더위 식히기에 좋다.
전시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잠시 구경하기에 나쁘지 않다. 카페에 들려서 커피 한 잔 하거나 액세서리나 기념품 등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게다.
해안가 부두를 중심으로 들어섰던 수상 가옥들과 부두 창고들 등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역사적,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모습을 보니, 모든 것을 갈아엎고 현대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만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개발 논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옛 것이 촌스러운 게 아니라 잡다한 새 것이 더 촌스럽고 유치하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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