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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79, 쿠알라룸푸르 2-2: 쿠알라룸푸르의 중심가 산책 2,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20190201)

경계넘기 2021. 7. 28. 14:53

 

 

쿠알라룸푸르의 중심가 산책 2,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한낮의 햇살이 힘을 잃기 시작하자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한다.

 

오전에 부킷 빈탕(Bukit Bintang)을 둘러보고 한낮의 더위를 피해 숙소에서 쉬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 다시 숙소를 나선다. 어제 저녁에 갔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를 제대로 볼 생각이다. 어제는 그저 저녁 먹으러 갔었다.

 

오후 늦게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 가려는 이유는 야경이 낮 풍경보다 더 멋있을 뿐만 아니라 저녁 8시에 한다는 분수 쇼도 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트윈 타워 앞에서는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하지만 건물이 높아서 광각 렌즈가 없다면 건물 바로 앞에서는 건물 전체를 담을 수 없다.

 

 

한국이 만든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Petronas Twin Tower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페트로나스(Petronas)라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가 1996년에 만든 쌍둥이 빌딩이다. 88452미터의 트윈 타워는 2004년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이 개장될 때가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고 한다.

 

 

 

이 트윈 타워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트윈 타워에서 왼쪽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인 스카이브릿지(skybridge)는 한국의 삼성물산과 극동건설의 컨소시엄이 건설했고, 오른쪽은 일본의 하자마(迫間) 건설회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이 오른쪽, 왼쪽이라는 것이 어디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즉 건물을 바라보고 말하는 것인지, 등지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막상 한국 업체가 만든 곳이 어느 쪽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177m의 높이에 만든 스카이브릿지는 100년 역사의 일본 업체 하자마도 자신이 없어서 입찰을 포기한 것을 한국이 따낸 것이라 한다. 당시 삼성물산의 건설현장 소장이었던 분의 말에 의하면 이 스카이브릿지를 연결할 때인 19956월에 한국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방송에도 연일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백화점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한국이 어떻게 스카이브릿지를 연결하냐는 비아냥을 엄청 받았다고 한다.

 

 

 

트윈 빌딩을 한국과 일본의 두 업체가 맡아서 짓게 된 배경에는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였던 마하티르(Mahathir)가 싼값으로 빨리 짓기 위해서 한일의 숙명적 라이벌 관계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같은 모양의 두 건물을 각기 다른 두 건설사에 주고, 그것도 굳이 한국과 일본에 맡긴 것을 보면 과히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마하티르의 작전은 성공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일본보다 늦게 건설을 시작했음에도 일찍 완공했다고 하니 말이다. 정확히는 한국은 일본보다 35일 늦게 착공해서 일주일 먼저 완공했다고 한다.

 

이 트윈 타워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3(Mission: Impossible )’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졌다. 하나의 랜드마크 건물이 국가와 도시의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의 분수 쇼

 

 

 

트윈 타워 안 지하에서 4층까지는 쇼핑몰 수리아 KLCC(Suria KLCC)가 있다. 오전에 구경한 부킷 빈탕(Bukit Bintang)의 쇼핑몰 파빌리온(Pavilian)과 쌍벽을 이루는 쇼핑몰이다. 쇼핑몰을 찬찬히 구경하다가 저녁까지 먹으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다.

 

이제는 분수 쇼를 볼 시간이다.

 

트윈 타워 뒤편으로 넓고 푸른 공원이 있는데 거기에 호수가 있다. 물론 인공호수다. 이곳에서 저녁에 분수 쇼가 펼쳐진다. 호수와 트윈 타워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분수 쇼를 기다린다.

 

 

 

시시각각 어둠이 짙어지면서 트윈 타워에도 불이 밝혀진다.

어둠 속을 밝히는 트윈 타워의 모습이 더욱 웅장하고 멋있다.

 

 

 

트윈 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분수 쇼도 볼만하다.

트위 타워를 중심으로 몇 개의 고층 빌딩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들 빌딩 병풍을 배경으로 분수 쇼가 펼쳐진다.

 

 

 

한참 분수 쇼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건기에 웬 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몇 방울 맞았는데 금세 속옷까지 젖는 느낌이다. 얼른 공원에 있는 정자 밑으로 들어갔지만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이 정자 안으로 들이친다.

 

열대의 비라 그 위세가 자못 대단하다.

 

한 시간 남짓 지나서 비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서둘러 숙소를 향해서 가는데 그 한 시간 동안의 비에 도로가 온통 물바다다. 겉모습은 그렇듯 한데 배수는 영 신통치 않은가 보다.

 

이번 여행 중에 살짝 비를 맞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비를 맞아 본 적은 처음이다. 근처에 정자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제대로 흠뻑 젖을 뻔 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거의 열 시다.

오늘 하루 볼 거 없다는 도시를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