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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79, 쿠알라룸푸르 2-1: 쿠알라룸푸르의 중심가 산책 1, 부킷 빈탕 지역 (20190201)

경계넘기 2021. 7. 28. 12:24

 

 

쿠알라룸푸르의 중심가 산책 1, 부킷 빈탕(Bukit Bintang) 지역

 

쿠알라룸푸르는 볼 게 없다?

 

 

페낭(Penang)에 있을 때다. 거리를 지나가는데 영어로 ‘Hanjan’이라고 쓰여 있는 레스토랑 간판을 보았다. 입으로 발음을 따라 하니 우리말로 한 잔이다. 신기해서 문 앞에 있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한국 식당이었다. 그때 젊은 식당 사장이 밖으로 나왔다. 짙은 유리 색깔 때문에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지만 사장은 안에서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본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페낭 다음에는 어디로 갈 예정이에요?”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로요

그 다음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열흘 정도 있다가 인도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열흘이요! 거긴 볼거리가 거의 없는데....”

 

떠나기 전에 그곳에 한번 가본다면서 그러질 못했다.

배낭여행자가 가기엔 가격이 조금 많이 벅찼다.

 

말레이시아를 먼저 여행했던 형도 쿠알라룸푸르는 한 이틀 돌아다니면 갈 데가 없다고 했다. 덧붙여 중심가가 작아서 웬만한 곳은 걸어서 다닐 수 있다고도 했다.

 

남들은 볼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솔직히 난 이런 곳이 좋다. 쓸데없이 넓고 잡다한 볼거리가 많은 곳은 딱 질색이다. 난 딱 몇 놈만 잡는다. 그런 몇 놈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부킷 빈탕
Bukit Bintang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에는 서울의 명동 또는 강남이라 불리는 부킷 빈탕(Bukit Bintang)이 있다. 별칭에 걸맞게 쇼핑몰이나 백화점이 몰려 있는 상업 지구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숙소 앞에서 무료 버스를 타도되지만 20분 정도 거리를 굳이 버스를 탈 필요는 없다. 낯선 거리를 걷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다.

 

 

 

그 묘미 중의 하나에는 이런 것도 있다.

 

거리를 걷는데 신호 대기 중인 횡단보도에서 한 여행자 커플이 저글링 공연을 한다. 인도의 사람들도, 신호대기 중인 차의 운전자들도 흥미롭게 구경한다. 차를 막고 계속하려나 싶은 찰라에 신호가 바뀌자 두 친구들은 정중한 인사와 함께 공연을 마친다.  

 

 

 

쿠알라룸푸르 시가지의 인도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덕분에 해도 피하고 비도 피해서 걸을 수 있다.

 

 

 

숙소에서 부킷 빈탕 가는 길은 그냥 고층 빌딩 숲이다.

길은 무척이나 잘 정돈되어 있어서 싱가포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킷 빈탕에는 KL 모노레일 역이 있어서 바로 알 수 있다.

 

 

 

부킷 빈탕에서는 아무래도 파빌리온(Pavilian) 쇼핑몰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쇼핑몰은 역시 쇼핑몰이다.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유명한 쇼핑몰이란 그저 크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화교가 많은 국가라 그런지 설을 기념하는 중국식 인테리어와 장식이 곳곳에 넘쳐 난다.

 

 

 

파빌리온에는 지하에 먹자거리가 있다.

한국 음식점들도 몇 개 있는데 특히 한국 치킨 체인점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교촌도 입점해 있는데 손님이 적지 않다.

 

 

 

왜 이리 치킨 체인점이 많을까?

 

인류가 즐겨 먹는 육식이라면 아무래도 소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일 게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선택의 폭이 그만큼 줄어든다. 여기에 소고기는 비싸니 만만한 게 닭고기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저렴한 육류 요리는 대부분 닭고기다. 지난번 페낭에서 고기 뷔페에 갔을 때에도 대부분의 육류는 닭고기였다. 소고기는 두어 가지가 전부였다. 한국 치킨 브랜드가 많이 진출한 것도 그런 배경에 있지 않을까?

 

이왕 육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옆길로 조금 더 새보자.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안 좋은 여행지가 인도다. 인도에는 힌두교 신자가 가장 많지만 이슬람교도도 적지 않다. 덕분에 힌두교가 금하는 소고기와 이슬람교가 금하는 돼지고기를 먹지도 않고 팔지도 않는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닭고기뿐. 정말이지 커리(카레)에 질려버리면 먹을 거라곤 닭을 화덕에 구운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 하나밖에 없다. 인도를 좀 여행하다 보면 11닭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피빌리온 외에도 근처에는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 파렌하이트 88(Fahrenheit88), Lot 10 등의 여러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보긴 했는데 별 흥미는 없다. 다양한 쇼핑몰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명품 브랜드가 많은 고급 쇼핑몰이거나 그렇지 않은 보통 쇼핑몰의 차이다.

 

 

 

내가 쇼핑몰을 찾는 이유는 쇼핑보다는 일종의 시장 조사에 가깝다. 현지인들의 소비 수준과 패턴 그리고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좋은 곳일 뿐만 아니라 현지 젊은이들의 문화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란 알로 야시장
Jalan Alor

 

 

 

쇼핑 거리 맞은편으로 건너가면 잘란 알로(Jalan Alor) 야시장이 있다. 정확히 Lot 10 쇼핑몰이 있는 사거리에서 Lot 10 대각선 방향이다.

 

야시장답게 대낮의 시장은 썰렁하다. 이제 막 영업 준비를 하는 모습들이 간혹 보인다. 잘란 알로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야시장이라 해서 일반 동남아의 야시장처럼 길거리 음식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식당에서 길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영업을 한다. 골목골목 매우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술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도 있고, 물론 길거리 음식들이 모여 있는 골목도 있다. 주로 저녁에 영업을 하는 식당가라고 보면 된다.

 

주변 거리에는 중저가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잘란 알로 시장 초입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마사지 숍들이 밀집해 있는 마사지 거리(Massage Street)가 있다. 가격을 대충 보니 태국의 2. 마사지의 원조인 태국과 중국에서 실컷 받았기에 더 이상 마사지에 대한 미련은 없다.

 

 

벽화 거리
Wall Art Changkat Bukit Bintang

 

 

 

그 맞은편으로 벽화 거리(Wall Art Changkat Bukit Bintang)가 나온다.

 

들어는 봤지만 우연히 찾게 된 곳. 진짜 쿠알라룸푸르는 대충 걸어 다닐 만한 곳에 다들 모여 있다. 벽화 거리가 넓지는 않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세 개 골목이 온통 벽화 세상이다. 골목길에 들어선 건물들 전체를 색칠하고 그림을 그려놓았다. 무지개빛 색깔이 색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사진은 무척 잘 나온다.

 

 

 

벽화 골목이 조금 분산되어 있으니 구글 지도에서 찾는다면 Wall Art Changkat Bukit Bintang, Jalan Alor KL Street Art 1 Lane, Jalan Alor KL Street Art 2 Lane를 찍어서 찾아가 보자.

 

 


 

 

정오에 햇살이 강렬해지자 부리나케 숙소로 돌아온다.

 

더운 나라에서는 그나마 시원한 오전에 한탕, 오후에 한탕 그리고 더운 정오에는 쉬어주는 것이 좋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그게 무더운 동남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기도 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