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에서 영화 ‘모가디슈’는 길을 잃다
슬픔과 공포, 스릴과 액션 거기에 진한 감동까지.
영화 ‘모가디슈’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 ‘카불’ 이야기다.
한 장의 사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국 대사관 직원과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인 대사관 직원이 카불 국제공항에서 포옹하는 장면이다. 두 남자의 포옹인데 왜 이리 먹먹해지는지. 생사의 갈림길에서 약속을 지킨 두 사람의 모습이 거인들 같다.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다시 오고,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를 뚫고 왔다.
한 장의 사진이 미소를 짓게 한다.
한국 공군의 최정예 부대인 공정통제사 요원이 카불 공항에서 요람에 누워 있는 아프간인 조력자의 아기를 돌보는 장면이다. 최정예 특수부대원의 아기 돌보기라니, 우리 어머니가 즐겨 보시는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진짜 현실 판이다. 이쯤 되어야 진짜 ‘슈퍼맨이 돌아왔다’지!
지난 글(영화 ‘모가디슈’ 속의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연달아 담은 두 장의 사진이 있었다.
하나는 영화 ‘모가디슈’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조인성이 아이를 안고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달리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아기를 철조망 위 미군에게 건네는 장면이다. 아기라도 지옥 같은 아프간에서 탈출을 시키고 싶은 부모의 피맺힌 절규다.
현실은 영화보다 잔인해서 영화 속의 조인성과 아이 그리고 남북한 대사관 직원 모두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현실의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겨우 미군 손에 건네진 아이만 구출된다. 현실에서는 담장 하나가 부모와 아기를 그리고 생(生)과 사(死)를 가른다.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현실이다.
실화 '카불'은 그렇게 슬픔과 공포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오늘 두 장의 사진이 하루 종일 나를 따뜻하게 만든다. 여전히 참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엷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상영시간 121분의 영화 ‘모가디슈’보다 단 두 장의 사진이 주는 울림이 훨씬 크고 깊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현실이다.
실화 ‘카불’은 그렇게 다시 왔다.
미안한데 류승완 감독,
당신 영화 ‘모가디슈’는 상대를 잘못 만났네!
by 경계넘기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과 베트남의 사이공(Sai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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