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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속의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

경계넘기 2021. 8. 22. 15:58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영화 모가디슈속의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무섭고 잔인하다.

 

지난주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 코로나 19 덕분에 간만에 간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다. 역시 귓가를 날카롭게 때리는 음향의 맛이 살아난다.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새삼 절감한다.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Mogadishu)로 갑자기 밀려오면서 도시는 전쟁터로 변한다. 영화는 외국 공관도 여지없이 약탈과 방화, 살인의 대상이 되는 혼돈의 도시 모가디슈를 탈출하려는 남북한 외교관들의 절박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당시 사용했던 소총의 총소리까지 고증해서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영화 내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분명 잘 만든 영화고,

보고 난 이후에도 장면장면 생생하게 기억나던 영화였다.

 

그런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영화 모가디슈를 생각하면 소말리아의 모가디슈가 아니고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이 그려진다. 영화 속의 모가디슈는 디졸브(오버랩)되어 어느새 카불로 바뀐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뉴스 속의 강렬한 영상들이 영화를 먹어버린다. 그 잘 만든 영화가 현실에 먹혀 버렸다. 진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때문에.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처: Reuters)

 

 


 

 

2021815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

 

815일 카불이 탈레반(Taleban)에 함락되면서 미국인과 외국인 그리고 서방의 아프간인 조력자와 그 가족 등 수 만 명이 발이 묶였다. 아프가니스탄과 카불 전역이 탈레반의 통제에 완전히 떨어지면서 세계는 지금 자국민의 안전은 물론이고 아프간인 조력자에 대한 탈레반의 보복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국민과 아프간인 조력자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한 탈출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탈레반의 보복은 시시각각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2021414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선언했다. 다음달 5월부터 철군이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철군은 7월의 일이었다. 그런데 철군 선언 4개월, 철군 시작 3개월, 본격 철군 1개월 만에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탈레반의 깃발이 올라갔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이 탈레반에 탈환되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한 듯하다.

베트남 전쟁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1975 429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Saigon).

 

이날은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기 바로 전날이다. 다급해진 미국은 사이공 탈출 작전 4번째 옵션인 헬기 탈출을 감행했다. 미국은 위급 시 사이공에서 자국과 동맹국의 외교관과 국민들을 탈출시킬 4가지 옵션의 탈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그 중 4번째 옵션인 헬기 탈출은 말 그대로 가장 최후의 수단이었다. 428일 사이공 공항 바로 옆의 공군 기지가 북베트남군에게 폭격을 당하고, 이륙하는 미군 항공기에 북베트남군의 대공포가 작렬하자 항공기로의 탈출을 전면 포기했다.

 

미국은 사이공이 그렇게 빨리 함락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전히 수천 명의 미국인들과 동맹국 국민들 그리고 수만 명의 남베트남인 조력자들이 있었지만 사이공은 이미 북베트남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헬기 외에는 탈출 방도가 없었다. 공포에 질려 사이공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대사관으로 달려와서 대사관 앞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29일 당일에는 그나마 사이공 곳곳의 헬기 착륙장에서 탈출이 있었다. CH-47 치누크(Chinook) 헬기와 CH-53 시스탤리온(Sea Stallion) 헬기가 사이공 앞바다에 대기 중인 미군 함정들 사이를 숨 가쁘게 오가며 사람들을 탈출시켰다.

 

 

 

사이공 함락 당일인 430일에는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만 헬기 탈출이 이루어졌다.

 

그나마도 아침 7시에 성조기를 수습한 마지막 해병대원을 태운 헬기가 미국 대사관을 떠나면서 탈출 작전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4시간 30분 뒤인 오전 1130분 북베트남 탱크가 사이공 대통령궁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가면서 대통령궁에 북베트남 깃발이 게양되었다.

 

4 29일과 30일 새벽까지 기껏해야 정원 40~50명의 헬기로 탈출시킨 인원이 7천 명에 달했다.

 

함정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헬기가 착륙할 공간이 없어지자 이미 착륙해 있던 헬기를 바다로 밀어내어 헬기를 착륙시키기도 했으니 얼마나 급박하고 위급한 탈출이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에 조력한 남베트남인들은 제대로 탈출시키지 못했다. 당시 한국 교민 100여 명과 몇몇 한국 대사관 직원들도 탈출하지 못하고 억류되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10여 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으면서도 도망치듯 탈출했으니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사이공 미국 대사관 (출처: New York Times)
사이공 대통령궁을 진입하는 북베트남 탱크 (출처: Wall Street Journal)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과 베트남의 사이공(Saigon)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과 베트남의 사이공(Sai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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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에서는 결코 사이공과 같은 일이 되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공헌하며, ‘질서 있고 안전한 철수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지금 미국은 사이공보다 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인 1만여 명과 미국 조력자 아프간인 8만여 명이 아프가니스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미군이 장악하고 있는 카불 국제공항에서 군용기로의 탈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군용기에 탑승한 아프칸인 (출처: Al Jazeera)

 

하지만 문제는 카불 국제공항까지 가는 길이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가장 절정은 한국 대사관에 모여 있던 남북한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이 카불 탈출을 도와줄 수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내전으로 치안이 붕괴되면서 도처에서 약탈과 살인이 횡횡하는 내전 한 복판의 시가지를 뚫고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이동해야 한다. 말 그대로 생사를 건 이동이다.

 

남북한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세 대의 승용차를 책과 문짝으로 덮어씌운다. 가는 길에 받을 총탄을 막기 위해서다. 책으로 중무장(?)한 세 대의 차량이 한국 대사관을 나선다. 차량들은 곧 반군은 물론이고 정부군에게도 쫓기면 총탄 세례를 맞는다. 그 속을 뚫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남북한 외교관 일행의 처절한 사투가 이어진다. 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 민간인들이라 보는 내내 팔과 발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모가디슈 (출처: 다음영화)

 

2021년 8월 15일 이후 탈레반은 카불 시내의 공항 가는 길 곳곳에 검문소를 만들어 놓고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인들이나 여타 외국인들은 통과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8만 명에 가까운 미국 조력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은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인들조차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공항 앞까지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공항 안으로의 입장은 더 어렵다. 이미 공항 둘레를 탈레반이 봉쇄하고 공항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곳곳에서 카불로 오는 것도 만만치 않다.

 

너무도 급박하게 카불이 함락되면서 미처 카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장악한 탈레반이 카불로 들어오는 길 곳곳에 검문소를 두고 카불로의 진입을 막고 있다.

 

 

탈레반 (출처: India TV)
탈레반 (출처: New York Post)
카불 (출처: PBS)

 

카불을 함락한 탈레반은 방송을 통해 미국과 서방 조력자들에게 결코 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것 역시 공염불이었음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공항이나 카불로의 이동은 오히려 조력자 신분만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

 

카불 (출처: Reuters)
카불 (출처: 한국일보)

 

미국 대사관마저 철수를 서두르고 있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안전 지역은 카불 국제공항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은 자국인들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철군 시간을 보류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조력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은 이들까지 탈출 시킬 의지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떻게 이들을 탈출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카불까지 그리고 공항까지 갈 수 있을까?

 

 

카불의 미국 대사관 (출처: Businessinsider)

 

영화 모가디슈의 후속 편은 카불이 되지 않을까 싶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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