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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Koica 이야기 4: 코이카 단원은 뚜벅이가 되어야 한다 (20230401-1)

경계넘기 2024. 2. 7. 13:12

 

 

코이카(Koica) 단원은 뚜벅이가 되어야 한다.

 

 

간만의 편안한 주말이다.

 

6주간의 하노이 교육이 끝나고, 부임지인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의 현지교육은 43일 월요일부터 2주간 진행된다. 이번 주말은 별다른 일없이 자유롭다. 덕분에 주말 동안 타이응우옌을 둘러본다. 강아지가 자기 영역을 둘러보듯 내가 일하고 살아야할 타이응우옌을 둘러보는 것이다.

 

코이카 단원은 동력이 있는 탈 것을 직접 운전할 수 없다.

 

 

,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 스스로 움직이는 동력이 있는 것들을 직접 운전해서는 안 된다. 어겼을 경우 강제귀국 조치마저 당할 수 있다. 그만큼 엄격한 규정이다. 당연히 안전 때문에 그럴 게다. 해외에서, 그것도 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코이카 단원들에게 안전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여행 중 가장 많은 사고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사고이고 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오토바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형이 한 15년 전에 배낭여행을 하던 중 라오스 방비엥(Vang Vieng)이라는 곳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잃을 뻔한 적이 있다. 오토바이를 빌려서 방비엥 주변을 돌아다니는 중 한 마을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마침 마을 잔치가 있어서 잠시 멈춰서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마을 어르신들이 형을 초대해서 술을 권했다. 몇 잔 기분 좋게 얻어 마시고 마을 어귀의 가게에서 과자 등을 사서 답례로 선물도 드리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중 모자에 꽂은 선글라스가 뒤로 날라갔다. 순간적으로 그걸 잡겠다고 몸을 뒤돌리는 순간 오토바이와 함께 몸도 같이 날았다고. 온몸이 다쳤지만 그 중에서도 다리를 크게 다쳤다. 외진 지역이라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어서 피가 나는 와중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오토바이를 끌고 방비엥 시내까지 와서야 쓰러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형을 급하게 방비엥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런데 의사가 엑스레이 같은 것을 찍더니만 서투른 영어로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하더란다. 다리가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여하튼 오토바이까지 끌고 시내까지 왔다는 생각에 다리가 아주 심하게 다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대충 응급조치만 해달고 하고 급하게 의료시설이 좋은 방콕으로 갔다. 방콕 병원에 갔더니 다리를 자를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아직까지 잘 걸어 다니고 있으니 그때 다리를 잘랐으면 정말이지 평생을 불구자로 살 뻔 했다. 그만큼 오토바이는 사고도 잘 나지만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에서는 작은 사고로도 생명을 잃거나 불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경우 교통사고 처리도 쉽지 않다.

 

외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외국인은 그 처리에 있어서 현지인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의 경우는 외국인이 운전면허 없이 모는 경우도 많아서 더 불리할 수 있다. 더욱이 과실의 책임이 외국인에게 있는 경우 감방에 가지 않으려면 피해자인 현지인이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 돈도 돈이지만 그 과정에서 현지인들과의 마찰과 갈등도 불가피하다. 현지에 봉사를 하러 온 입장에서 그런 일들이 발생하면 난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코이카 입장에서 그런 마찰의 소지를 원천에 방지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베트남은 대중교통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사실 동남아, 특히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대중교통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도시인 하노이는 버스나 전철도 있지만 이런 지방도시에는 자주 다니는 버스도 거의 1시간에 한 대 꼴이다. 그나마도 언제 올지 모르니 한번 버스 타려면 덥고 습한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오토바이는 저렴하면서도 기동력이 좋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나라도 이런 곳에서 오토바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전기자전거도 탈 수 없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타이응우옌에는 그랩(Grab)마저도 없다.

 

대중교통이 나쁜 베트남에서 그나마 외국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랩은 동남아 우버다. 요즘은 택시까지 그랩으로 부를 수 있다. 그랩 앱 하나 깔면 어디에서나 오토바이, 그랩 차, 택시까지도 쉽게 부를 수 있고, 금액이 정해져 나오기 때문에 바가지를 쓸 이유도 없다. 한때 세계에서 바가지로 가장 악명 높던 베트남 택시가 가장 착한 택시로 바뀐 이유도 바로 그랩 때문이다. 평점에 죽고 사는 그랩 운전자 입장에서는 바가지 좀 씌었다가 평점 바닥 치면 그 생활 접어야 한다. 덕분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베트남에서의 이동이 한결 쉬워졌다. 특히 홀로 이동할 때 오토바이를 부를 수 있으니 저렴하면서도 기동력 있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타이응우옌에는 그랩마저도 없다. 북부에서 규모가 꽤 있고, 큰 산업단지를 가지고 있는 도시임에도 그랩 서비스가 없다. 대중교통 수단이 약한 곳인데 그나마 그랩마저 없으니 이 도시에서 이동하려면 택시밖에 없다. 하지만 택시마저도 우리가 머무는 대학 근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학이 도시의 변두리에 있기 때문이다. 택시를 호출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의 베트남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코이카 단원은 확실히 뚜벅이가 되어야 한다. 이곳 타이응우옌을 둘러보려면 순전히 우리의 두발로 돌아다녀야 한다.

 

 

 

 

그런데 베트남은 도보자에게 가장 불친절한 나라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오토바이나 자동차 주차장이다. 사람은 인도 위에 주차한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밀려 차도로 다녀야 한다. 그나마 오토바이가 없는 인도도 간판이나 장사나 음식 좌판으로 잔뜩 덮여 있어서 인도로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노이 같은 대도시에는 출퇴근 시간에 도로가 밀려 인도로 달리는 오토바이마저 쉽게 볼 수 있으니 베트남에서 도보자는 설 자리가 없다.

 

타이응우옌은 하노이보다는 인도가 넓고 오토바이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하노이보다 적다뿐이지 인도는 오토바이, , 간판, 좌판 등의 차지다. 타이응우옌에서도 뚜벅이가 서러운 이유다. 하지만 어쩌랴! 봉사하러 와서 민폐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