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지인 타이응우옌 시(Thai Nguyen city)로 간다
버스가 하노이 대학을 출발한다.
12명의 단원에 비해 45인승 버스는 너무 크다. 하지만 1년을 살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단원들에게는 45인승 버스가 이사 트럭과 진배없다.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버스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작은 교정을 벗어난다.
복잡한 하노이를 떠난다.
사실 하노이는 너무 복잡하다. 대도시 특유의 복잡함과 시끄러움은 극을 달린다. 여기에 더해 동남아 특유의 송사리 떼 같은 오토바이들의 행렬은 골목길이나 인도마저도 편히 걷질 못하게 한다. 여행을 많이 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대도시의 번잡함이 싫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지방의 소도시가 훨씬 정감이 간다. 사람들과의 교감도 지방이 더 좋다.
하노이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복잡한 하노이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오토바이 떼에 둘러싸인 하노이의 차들은 항상 엉금엉금이다. 하노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자마자 버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답게 도로 위에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는다. 왕복 4차선의 잘 정비된 도로 위로 차량들도 많지 않아서 시원하다. 고구마 같았던 하노이에서의 답답함이 사이다처럼 한방에 털어지는 순간이다.
예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Sapa) 가는 길이 생각난다.
2015년인가? 라오스 중남부의 도시 사완나켓(Savannakhet)에서 베트남의 후에(Hue)로 들어왔었다. 베트남의 동맥이라는 1번 국도가 있다. 가늘고 긴 국토를 따라 하노이와 호치민을 연결하는 도로다. 이 1번 국도를 타고 후에에서 하노이로 올라왔었다. 그때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연결하는 1번 국도라 제법 잘 닦여 있고, 물동량도 엄청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우리나라 지방도로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물동량도 그렇게 많다고 할 수 없었다. 고속도로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베트남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인프라 수준은 중국과도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하노이에 며칠 묵었다가 다시 하노이에서 사파(Sapa)로 가는 길이었다. 사파는 베트남 최북단의 작은 도시다. 사파를 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국경도시 라오까이(Lao Cai)를 거쳐야 한다. 1번 국도의 기억이 있어서 사파 가는 도로는 더 나쁘리라 생각했다. 하노이에서 사파 가는 길은 산악지대라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하노이를 벗어나자마자 왕복 4차선의 잘 닦인 고속도로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 도로는 중국과의 국경인 라오까이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도로에는 중국에서 넘어오거나 중국으로 넘어가는 컨테이너 트럭들이 쉼 없이 지나다녔다. 베트남과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 고속도로를 중국이 깔았거나 적어도 많은 금액의 중국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나 싶었다. 중국과의 국경에서 하노이까지 연결되는 도로이니 말이다.
지금 타이응우옌 가는 길이 딱 그렇다.
다른 단원들은 잘 못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고속도로를 베트남의 여타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타이응우옌에 산업단지가 있다는 데 아마도 그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의 교역 그리고 하노이 주변 산업단지들 덕분에 하노이 주변 도로 인프라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나 싶다.
타이응우옌에 삼성전자의 핸드폰 공장도 있다.
하노이에서 1시간 정도 달렸나 싶었을 때 고속도로 우측으로 거대한 삼성전자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으로 연이어 다른 한국기업들도 보인다. 삼성전자를 따라온 협력업체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있는 곳은 하노이에서 50~6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오산이나 평택 정도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평택시는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있는 곳이니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삼성의 공장부지 선정이 비슷해 보인다.
외국에서 한국기업의 거대한 공장들을 보면 남다른 생각이 든다.
예전 중국의 우시(無錫, Wuxi)라는 곳에서 정말 우연히 만났던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생각난다. 상하이와 쑤저우(蘇州)를 여행하다 우연히 들리게 된 도시였는데 이상하게 한국 식당들이 많았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우시라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었었다.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특별한 관광지가 없어서 외국인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도시었다. 그런 곳에 한국 식당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의아하게 느끼던 차에 눈에 들어온 거대한 공장, 바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당시에는 하이닉스가 아니라 현재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그럼 삼성전자가 있는 곳에 우리가 가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단원들이 가는 곳은 타이응우옌 시(市)다. 타이응우옌 성(省, province)의 성도(省都)가 타이응우옌 시다. 타이응우옌 성은 하노이 북쪽과 맞닿아 있는 성이다. 우리로 치면 경기도 북부다. 사실 삼성전자는 타이응우옌 성의 남단 즉, 하노이와 가까운 포옌(Pho Yen) 시에 있다. 타이응우옌 성에 있는 또 다른 도시다. 지금 우리가 갈 타이응우옌 시는 삼성전자가 있는 곳에서도 3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정작 타이응우옌 시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는 않단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이곳의 다른 한국기업들의 주재원들은 주로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이 좋은 하노이에 살면서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이니 출퇴근이 가능하다. 더욱이 하노이 코리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하노이의 미딩(My Ding) 지구가 하노이의 동북쪽, 그러니까 타이응우옌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코이카 단원들이 간다는 것도 좀 우스운 이야기긴 하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곧 바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대학이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 바로 면해 있다. 그러다 보니 시내 구경을 전혀 못했다. 버스를 타고 잠깐이라도 스치게 되면 대충 도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니!! 타이응우옌 시에 대한 첫인상은 아무래도 잠시 뒤로 미뤄야 할 듯하다.
대학은 하노이 대학보다도 더 작은 규모다.
하노이 대학도 크지 않았는데 더 작다니! 대학 내 우리가 머물 기숙사로 향하던 버스가 재차 턴을 하려다 멈춘다. 길이 좁아 대형버스가 돌질 못한다. 짐이 많은데 어쩌나 싶을 때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우리를 맞이하던 대학 선생님이 지나가던 학생들을 불러 우리 짐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 모양이다. 대학에 외국인이 오는 게 신기했던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짐을 옮겨준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내 짐은 그냥 캐리어 하나에 배낭 하나라 내가 직접 옮긴다. 짐 많은 거 싫어하는 성격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디나 활기차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생들보다 많이 어려 보인다. 체격이 작아서 일까?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타이응우옌의 첫인상 그것은 우리를 환영해주고 기꺼이 도와주는 귀여운 학생들의 쾌활한 모습이다. 날씨는 우중충하지만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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