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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타이응우옌 살이 2: 이곳에서의 첫 일상.... 영화를 보다(20230402-1)

경계넘기 2024. 3. 20. 16:20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의 첫 일상.... 영화를 보다

 

 

아침부터 정처 없이 길을 나선다.

 

일요일. 벌써부터 무료해지는 곳이다. 무엇을 할까 고민해보지만 딱히 주변에 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냥 정처 없이 걷는 게 최고다. 이른 아침부터 홀로 길을 나선다. 매번 다닐 때마다 다른 길로 다닌다. 그래야 이곳을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혹 보석 같은 곳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목적지는 시내로 잡고 골목길을 걷는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습하고 더운 날씨에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걷는 중에 딱히 시원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 현지인들은 쌀쌀한지 긴팔 옷을 많이들 입고 있다. 두툼한 점퍼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에어컨이 있다 하더라도 켜지 않을 듯하다.

 

 

 

 

빈컴(Vincom) 플라자에 있던 CGV 영화관이 생각난다.

 

영화관에는 에어컨이 나오겠지 싶다. 더울 때 영화관도 좋은 생각이다. 어떤 영화든 상관이 없다. 베트남 영화라도. 괜찮은 영화라면 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를 알 수 있다. 땀도 식히고 영화도 보고, 현지 대중문화도 접하고. 13.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자주 하던 일이다. 예전 베트남 후에(Hue)에서도 영화를 봤었다. 그때는 롯데시네마였는데. 목표가 정해지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한국 영화를 한다!

 

소울메이트(Soulmate)’. 가격은 역시 좋다. 85천 동. 우리 돈으로 4천 원 조금 넘는 돈이다. 한국 영화를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본다. 더욱이 CGV에서. 얼른 영화 검색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어떠하리 외국에서 자막 필요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읽을 수 있는 자막이라 해봐야 영어겠지만.

 

 

 

 

외국에서 한국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생충이다. 20202,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쓴 직후의 LA 할리우드에서였다. 그것도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 돌비극장(Dolby Theatre) 바로 옆에 있는 전통의 TCL 차이니즈 극장(Chinese Theatre)의 메인 상영관에서였다. 세계 영화의 중심에서 현지인들은 자막을 보는데 난 자막 없이 영화를 봤다. 정말 생소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극장 안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앉아 있으니 몇몇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긴 하는데 그리 인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극장 안의 시설은 한국과 똑 같다. 다만 에어컨을 켜긴 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현지인들은 추운지 옷을 더 입는데 난 계속 부채질이다. 그래도 좋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지도 꽤 된 것 같은데 낯선 외국에서 한국 영화를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화를 보고 나서니 비가 내린다.

 

타이응우옌에 오고 나서는 계속 흐린 날이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데 단짝 쌤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기도 시내에 나와 있다고. 빈컴 근처의 카페에 있다고 한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다. 칙칙한 비 오는 날이지만 이런 날 커피 한 잔도 나쁘지 않다.

 

벌써 타이응우옌의 일상을 즐기는 듯싶다.

영화도 보고, 비오는 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함께 할 단원 쌤 친구가 있으니 더욱 좋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