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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Koica 이야기 6: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집구하기 (20230403-1)

경계넘기 2024. 3. 22. 15:01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집구하기

 

 

봉사단원이 부임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집을 구하는 것이다.

 

봉사 활동지인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의 현지 적응교육이 시작되었다. 교육은 2주 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이 기간에 가장 중요한 일이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란다. 교육을 하는 틈틈이 현지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방을 보러 다니기로 했다.

 

해외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아니 그럴까!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요즘이야 부킹닷컴, 아고다 등 해외 숙소 구하는 사이트가 많아서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쉽게 숙소를 확인하고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 아날로그 시대에는 어림도 없었다. 해외 현지에 도착하면 일단 숙소가 밀집해 있는 곳(여행자거리 등)을 찾아가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직접 방을 보면서 구했었다. 그렇게 해서 맘에 드는 방을 구하면 여행의 반이 끝났다고들 했었다. 그만큼 방구하기가 쉽지 않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당장 오늘부터 대학팀이 먼저 집을 보러 다닌다.

 

우리 타이응우옌 프로젝트 팀은 4개 기관으로 파견된다. 우리 팀이 담당하는 기관은 대학,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이렇게 4개 기관이다. 이들 4개 기관에 파견되어 기후환경 관련 봉사활동을 벌인다. 하나의 프로젝트 팀이 담당 기관에 따라 4개의 팀으로 다시 나뉘는 셈이다.

 

대학팀에는 남자인 나를 포함해서 다른 한 분의 남자 쌤과 2명의 여자 쌤, 이렇게 4명이다.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대학이 바로 우리가 봉사활동을 벌일 대학이기도 하다. 이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는데 이곳 한국어과 선생님이 우리가 오기 전에 미리 둘러볼 방들을 준비해 두셨다. 한국어과 선생님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 분이 자기 차까지 가지고 있어서 편하게 방을 둘러볼 수 있었다.

 

살 만한 집이 없다!

 

처음 방문한 집이 그나마 나았고, 그 다음에 보는 집들은 도저히 우리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진심 나도 살기가 어려운데 여자 단원 쌤들이 어떨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나마 이게 대학 선생님이 알아본다고 알아본 집들이다. 제법 큰 도시라 집구하기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임대할 수 있는 집이 많지 않다고 한다.

 

 

 

 

시내 쪽에는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가 몇몇 있다.

 

그쪽을 가보자고 해도 현지인 선생님이 그쪽은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가까워 그쪽 단원 쌤들에게 보여줄 곳이라 안 된다고 하신다. 아마도 우리가 그쪽 집을 맘에 들어 하면 다음에 중학교와 초등학교 단원 쌤들에게 보여줄 집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대학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가보기로 한다. 이 아파트는 시내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쌤들에게 소개시킬 곳은 아니다. 내가 도시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아파트다. 최근에 완공된 아파트 건물이라 딱 맘에 든다. 하지만 이쪽은 큰 평수만 있어서 지원받는 돈으론 어림없고, 개인 돈을 더 넣어야만 구할 수가 있다. 대학에서 가깝다고는 하더라도 걸어서 오가기에는 멀어서 매번 택시를 타야하는 불편도 있다.

 

 

 

 

코이카 규정 상 두 명 이상이 한 집을 구할 수는 없다.

 

여자 쌤들이 이 아파트를 좋아한다. 방이 두 개라 두 여자 쌤이 같이 지내면 사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두 명의 주거비를 합하면 여기 아파트를 임대하고도 남는다. 물론 남는 돈을 단원이 챙기는 것은 아니다. 주거비는 코이카 사무소에서 직접 집주인에게 송금한다. 단원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따라서 두 명이 하나의 아파트에 살면 오히려 세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이카는 이걸 허락하지 않는다.

 

같이 생활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이 경제적이기도 하고, 보다 안전하기도 하고, 서로 의지도 되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경우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거의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니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터다. 외국에 나와 있는 경우는 그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진다. 인간관계가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도 귀국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이카가 경험적으로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코이카라고 한집에서 여럿이 함께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단원들이 한 집에 함께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금 몇 푼 아끼려다 더 큰 걸 잃을 수 있으니 그걸 사전에 막고자 하는 규정일 것이다. 여자 쌤들이 코이카에 문의를 해보겠다고는 하지만 코이카 교육 중에 여러 번 강조했던 사항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

 

 

시내 쪽의 고급아파트 내부
시내 쪽의 고급아파트 내부

 

 

코이카에서 주거비로 지원하는 비용은 지역에 따라 차등이 있다.

 

생활비 수준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고, 같은 나라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베트남의 경우 지역을 3등급으로 나누어 차등 지급한다. 1등급은 하노이나 호치민과 같은 대도시로 주거비를 최대 420달러 지원받을 수 있고, 2등급은 330달러, 3등급의 기타 지역은 250달러를 지원받는다. 원래 타이응우옌은 3등급 기타 지역에 해당되었다. 하노이에서 같이 교육을 받은 후에(Hue) 프로젝트 팀은 후에가 1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최대 420달러를 지원받는다.

 

타이응우옌도 2등급 지역으로 승격되었다.

 

하노이 현지 교육 초기에 코이카 코디의 교육 내용 중에 주거 관련 교육도 있었다. 그때 담당 코디가 타이응우옌이 2등급 지역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하노이 사무소 측이 몇 차례 방문해본 결과 타이응우옌의 생활비가 결코 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다만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라 한국 본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주거비가 최대 250달러에서 330달러로 상향되었다. 그때만 해도 타이응우옌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보니 승급이 되지 않았다면 그나마도 집구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2주간의 교육이 끝나면 무조건 자신이 구한 집으러 나가야 한다.

 

집을 못 구하는 경우 코이카에서 한 달 정도의 호텔비를 지원해주긴 하지만 여기에도 당연히 상한선이 있다. 타이응우옌의 호텔비가 같은 급의 하노이 호텔보다 비싸기 때문에 장기간 머무는 경우 자신의 돈으로 상당부분 충당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아무래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교육기간이 끝나면 이곳에 파견되었던 PMC 직원들도 철수하기 때문에 단원 혼자서 집을 구해야 한다.

 

그나마 일반 봉사단원보다 프로젝트 봉사단이 낫다.

 

프로젝트 팀은 PMC가 있어서 지원을 조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여러 명이 같이 왔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반면에 일반 봉사단원은 대개 단독으로 부임지에 간다. 그곳에 이미 활동하는 단원이 있다면 도움을 받거나 때론 전임 단원의 집을 그대로 인계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처음 부임하는 경우 맨땅에 헤딩하듯 홀로 다 헤쳐 나가야 한단다. 대신 단독 부임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집을 구하는 경우가 아니니 매물을 좀 더 쉽게 구할 수는 있겠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일단 아무도 방을 정하지는 못했다. 처음 방문한 방이 그나마 괜찮긴 한데 아무래도 여자 쌤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할 듯싶어서 여자 쌤들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한다. 정 없으면 나라도 혼자 돌아다니며 구해봐야 할까 싶다. 아무래도 현지인 선생님은 학교와의 거리를 최대한 고려한 터라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 보였다.

 

하루빨리 맘에 드는 집들을 구해야 할 터인데 오늘 하루 둘러보고 나니 맘이 조금 급해진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