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집이나 방 구하기 어려운 이유
도시 수준보다 때론 인프라 수준, 즉 공급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키피디아(영어 버전)에 의하면 타이응우옌 시는 1등급 도시로 베트남에서 9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아울러 2018년 기준으로 타이응우옌 시의 인구는 42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타이응우옌 성에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 타이응우옌(Thai Nguyen) 시에서 집 구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얼까?
외국인이 살만한 여건의 집이나 방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착각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지방의 작은 도시, 여기에 관광객마저 거의 가지 않는 도시라면 호텔 등의 숙박비가 싸리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가보면 유명한 관광도시보다 시설이나 서비스는 더 형편없으면서도 숙박비가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관광지가 아니기에 호텔 등의 숙박시설 인프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경우 이런 도시들에는 외국인이 머물 수 있을 만한, 그나마 깔끔한 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도시에 서너 개 정도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도시에서는 호스텔의 도미토리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나마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이 있으면 다행인 경우가 많다. 이러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고, 괜찮은 숙소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 여행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개 가장 빈곤한 국가들에 속하기 때문에 여행비도 적게 들 것이라 생각하기 싶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여행비가 가장 많이 드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역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어느 정도 자고, 먹고, 탈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 뻔하다 보니 가격이 천청부지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묵는 숙소, 먹는 식당, 타는 버스 등을 일반 외국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무리고, 더욱이 안전하지도 않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용과 현지인용이 갈리고, 이는 외국인 가격과 현지인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duble price)의 역할을 한다.
반면에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명 관광도시들은 비수기만 피하면 숙박비가 어마어마하게 저렴해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관광 도시들은 관광객,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 등의 인프라가 어마어마하게 구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성수기에는 숙소가 부족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 하지만 성수기에 바글거리던 사람들도 비수기가 되면 썰물 빠지듯 사라진다. 특히 바다나 스키장을 끼고 있는 관광도시들이 계절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하다. 비수기에 접어들면 어떤 숙소들은 영업을 접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숙소들은 그럴 수가 없다. 딸린 직원들도 있으니 더욱 어렵다. 그러니 비수기에 이런 곳에 가면 수요는 적은데 공급은 넘쳐나서 상상 이상의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설의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예약 같은 것도 필요 없다. 가면 빈방이 넘쳐 난다.
문제는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이런 도시다
관광객들이 없으니 당연히 숙소가 적고, 시설도 형편없다. 하지만 가격은 비싸다. 어차피 올 사람은 오기 때문이다. 타이응우옌 시가 딱 그렇다. 숙소 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이나 아고라에서 타이응우옌을 들어가 보라! 호텔도 몇 개 나오지 않을 뿐더러 하노이나 호치민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같은 가격이라도 당연히 시설이나 서비스가 훨씬 떨어진다.
이런 법칙이 집구하는데도 적용된다.
외국인이나 외부인이 자주 오는 곳은 이들에게 임대하려는 숙소들도 많게 마련이다. 장단기 임대는 물론이고 시설도 좋다. 하지만 타이응우옌에는 장단기로 찾아오는 외부인이 거의 없다보니 이런 임대물이 없는 모양이다. 외국인이 머물 만한 괜찮은 매물이 적다보니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타이응우옌 성에 있는 삼성전자 등의 한국기업 주재원들이 이곳 타이응우옌에 살지 않고 하노이에 사는 이유 중의 하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외국인 10여명이 동시에 집을 구하는 게 타이응우옌에서 흔하지 않는 일이란다.
안내해주시는 한국어과 선생님 말씀이 자신이 부동산을 몇 군데 둘러봤는데 다들 타이응우옌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동시에 집을 구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단다. 40여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도시에 10여명의 외국인이 동시에 집을 구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라 하니 이곳에 외국인이 살만한 집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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