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살 만한 집이란?
어떤 집이 살 만한 것일까?
해외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 무슨 럭셔리한 집을 원하는 것일까 싶을지 모른다. 더욱이 코이카(Koica) 단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봉사를 하러 온 것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방을 구할 때 신경이 쓰이는 지역이 있다.
바로 덥고 습한 지역이다. 사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방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에어컨마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선풍기만 있어도 만족스럽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그늘만 있으면 선선하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지역! 특히 습기가 많이 차는 집이나 방에서는 꿉꿉해서 생활하기도 힘들지만, 장기체류하는 경우 감기나 기관지염 등의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정말이지 습기 차는 곳에서는 이불이나 옷도 눅눅하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사실 하루도 버티기가 힘들다. 습기 차는 방을 구할 수밖에 없다면 에어컨의 유무와 성능을 반드시 확인한다. 하지만 습도 없앤다고 하루 종일 에어컨을 세게 틀다보면 전기세도 전기세지만 오뉴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 달고 살 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바퀴벌레와 모기다.
습도 자체도 문제지만 습한 곳에서는 바퀴벌레와 모기 등의 해충이 정말 잘 출현한다. 덥고 습한 지역에 바퀴벌레와 모기가 많다지만, 낡은 건물에 방마저 습하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바퀴벌레의 온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동남아의 바퀴벌레는 크기도 커서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다년간의 해외 생활과 여행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적응되지 않는 게 두 가지 있다. 그게 바퀴벌레와 고수다. 그나마 고수는 정말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바퀴벌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싫어진다. 동남아에서 낡은 건물에 습한 방이라면 십중팔구 저녁만 되면 지옥을 맛볼 수 있다.
여행 중 동남아 지역에서 방을 구할 때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방을 구할까?
내 나름대로의 공식 아닌 공식이 있다.
일단 숙소 구하는 사이트에서 무조건 평점 좋은 곳으로 간다.
요즘은 숙소 구하는 사이트가 있어서 이게 좋다. 호텔이든 호스텔의 도미토리든 상관없다. 무조건 평점 높은 곳으로 간다. 평점을 매긴 사람의 수도 되도록 세 자리 이상인 곳을 간다. 숙소가 많은 곳이라면 10점 만점에 8점대도 잘 가지 않는다. 9점대 숙소에 바퀴벌레나 빈대 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바퀴벌레나 빈대가 출현하는 숙소에 수백 명의 여행객들이 높은 평점을 줄 리 없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의 호텔이 7점대고 호스텔의 도미토리가 9점대라면 돈이 있더라도 도미토리로 간다. 좋은 방에서 홀로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느니 여럿이 쓰는 도미토리라도 맘 편하게 자는 게 낫다.
동남아에서는 중급 이상의 호텔에서도 바퀴벌레가 곧잘 출현한다.
직접 여러 번 경험했다. 예전 하노이에서는 외관 멀쩡한 중급 이상의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낮에 시원하게 샤워하고 방에서 맥주 한 잔 할 때다. 잠깐 책상 위에 맥주 캔을 올려놓았는데 그새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올라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태국 빠이(Pai)에서 일이다. 시내 외곽의 시설 좋은 빌라의 방갈로 방에서 묵었었다. 방은 깨끗했고, 동남아에 흔한 개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관리가 무척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어느 날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고 나서다. 갑자기 방과 화장실에서 바퀴벌레가 출현했다. 숙소 직원의 말이 비가 많이 와서 수풀에 물이 차면 수풀에 살던 바퀴벌레가 건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단다. 정말 이것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숙소에서는 내 방갈로 주변에 약을 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난 방에 정이 떨어졌다.
그럼 숙소 사이트가 없었을 때에는 어떻게 방을 구했을까?
우선 바람이나 햇볕이 잘 드는지를 확인한다.
채광을 확인하기 어려운 저녁에는 어떻게 할까? 사실 가장 먼저 습관처럼 하는 것은 침대 시트와 이불을 만져보는 것이다. 시트와 이불이 눅눅하다면 나머지는 거의 볼 필요도 없다. 그리곤 방 구석구석을 확인해서 곰팡이가 피어 있는지, 방의 페인트나 벽지가 울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곰팡이가 핀 흔적이 있거나 페인트나 벽지가 울어있다면 무조건 습기가 많은 곳이라는 의미다. 바람이나 채광이 잘 들어도 곰팡이가 피어있다면 무조건 제친다.
방 안에 나무로 된 붙박이장이 많거나 바닥에 양탄자가 깔린 곳도 제친다.
그나마 새로 생긴 숙소라면 고려해 보겠지만, 오래 된 숙소에 나무 붙박이장이 많고, 바닥마저 양탄자가 깔려 있는 곳이라면 서랍만 열어도 바퀴벌레가 튀어 나올 수 있다. 이런 숙소는 빈대가 나올 확률도 높다.
도마뱀이라도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된다.
도마뱀을 징그러워하는 사람이라면 이도 안 되겠지만 그나마 도마뱀이라도 있으면 바퀴벌레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도마뱀이 바퀴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숙소 천장에서 바퀴벌레와 도마뱀이 동시에 뛰어 노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분명 도마뱀이 바퀴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뛰어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배낭여행을 하면 주로 도미토리에서 잠을 잔다. 숙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조차도 덥고 습한 동남아에서 방을 구할 때는 무척 신경을 쓴다. 적어도 바퀴벌레와 모기와 같이 생활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타이응우옌에서 집을 보면서 한 곳을 제외하면 다른 곳은 습기와 벌레의 온상지 같았다.
두 번째 방문한 집은 최근에 지은, 꽤 넓은 곳이었다. 그런데 집 안 복도와 계단에 물기가 많은 것이었다. 우리가 둘러본다고 관리인이 방금 청소를 한 것이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습기가 차서 그런단다. 얼마나 습기가 차면 방금 물청소를 한 것처럼 바닥과 벽에 물기를 머금게 되는 것일까!
다른 곳은 습기도 습기지만 집이 낡고 오래 동안 사용을 한 흔적이 없어서 벌레들의 온상으로 보였다. 오래된 나무 집기들도 많고 벽 곳곳에 곰팡이가 핀 흔적도 많고. 이런 곳을 얻으면 편해야 할 공간이 곧 스트레스의 온상이 되기 싶다. 사람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벌레들을 이한 봉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원하다.
덥고 습한 동남아에서 완벽하게 습기 없고, 바퀴벌레 없는 집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특별히 비싸고 관리가 잘 되는 집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그런 럭셔리한 집은 세금으로 활동을 하는 우리 역시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햇빛과 바람이 잘 들어서 습기가 덜 차고, 바퀴벌레나 모기가 덜 꼬이는 곳이었으면 한다. 1년 동안 타지에서 잘 활동하고 생활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by 경계넘기
'살아보기(해외) > 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응우옌 살이 3: 벌써 졸업식인가!? (20230409) (0) | 2024.03.28 |
---|---|
Koica 이야기 8: 타이응우옌에서 집이나 방 구하기 어려운 이유 (20230403-3) (2) | 2024.03.24 |
Koica 이야기 6: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집구하기 (20230403-1) (1) | 2024.03.22 |
Koica 이야기 5: CGV가 있는 곳에서 코이카 자원봉사라... (20230402-2) (0) | 2024.03.21 |
타이응우옌 살이 2: 이곳에서의 첫 일상.... 영화를 보다(20230402-1) (0)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