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가 있는 곳에서 코이카 자원봉사라...
타이응우옌(Thai Nguyen) 시에는 CGV도 있고, 두끼도 있다.
시내에 나가면 빈컴 플라자(Vincom Plaza)에 한국 영화관 체인인 CGV가 있다. 그 건물 안에는 한국 떡볶이 체인인 ‘두끼’라는 식당도 있다.
CGV가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이라......
코이카(Koica) 해외봉사를 생각하면 오지가 연상되었다. 가난한 나라의 낙후 지역에서의 봉사 활동. 그런데 대한민국의 영화 체인인 CGV가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이라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베트남 자원봉사에 합격하면서 내가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될 타이응우옌이라는 곳을 검색해 보았다. 당연히 베트남 북부의 오지겠거니 했는데 웬걸 구글 지도에 떡하니 CGV가 나오는 게 아닌가! 혹 다른 의미의 CGV가 아닐까 싶어서 클릭해보니 한국의 그 CGV가 맞다. 한국의 멀티플렉스가 있는 곳에 가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코이카 봉사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조금 어그러지는 순간이었다.
베트남은 코이카 단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란다.
한국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생활여건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 같이 여행을 많이 하고,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사람이나 그렇지 해외 체류 경험이 많지 않은 단원들, 특히 연세가 많은 단원들의 경우는 봉사지역의 생활여건이 가장 중요하리라 싶다. 베트남의 경우 마트에 가면 라면, 김, 김치 등부터 한국 음식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 식당들도 많으니 이보다 생활하기 편한 곳이 없다.
타이응우옌은 베트남의 코이카 단원 파견지역에서 그나마 오지일 수 있다. 북부의 하노이, 남부의 호치민, 중부의 후에(Hue) 등 베트남 대도시에 많은 자원봉사 단원들이 파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온 두 개의 프로젝트팀 중 한 팀도 후에로 갔다. 후에만 해도 우리보다 훨씬 큰 도시에 베트남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다. 나만 해도 후에를 두 번이나 여행했었다. 이런 곳에 코이카 자원봉사 단원들이 파견되어 있으니 조금 의아할 만하다.
사실 베트남은 자원봉사를 받을 국가는 아니다.
이미 많은 서구 국가들은 베트남을 자원봉사 대상국가에서 졸업시키고 있다. 그나마 자원봉사단을 파견하는 국가들도 점차 출구전략을 펴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경제 수준이나 사회 수준이 외국으로부터 자원봉사를 받을 수준 이상으로 이미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한국은 여전히 베트남에 많은 자원봉사 단원을 파견하는 것일까?
그건 한국이 해외 ODA 공여를 국가관계 개선과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정치경제적 목적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정부가 해외봉사나 ODA 지원을 순수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우리 외에도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어쩌면 한국의 ODA나 해외봉사는 일본의 그것을 많이 벤치마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서구 선진국들이 마냥 순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 개념이 발전한 서구 유럽의 경우에도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강해서 자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에게 자원봉사나 ODA를 많이 지원했다.
베트남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다.
미중 간의 갈등 관계가 높아지고,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을 위시한 해외자본들이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을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과 LG 등이 베트남 현지에 거대한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 빠져나온 여타 한국 자본들도 속속 베트남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베트남과의 우호 관계를 돈돈히 함과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현지 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두고 한국의 베트남 ODA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도 이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여태 우리의 비자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현지 수혜국이 원해서 파견되는 자원봉사임에도 우리 코이카 단원들이 2월 중순에 입국한 이래 아직까지 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베트남에 파견된 우리 단원들은 관용여권을 가지고 이곳 베트남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모든 코이카 단원들이 관용여권을 가지고 나왔지만 지금은 일반여권을 가지고 나온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관용여권을 가지고 들어온 이유는 베트남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여권의 경우 베트남 무비자가 15일인데 반해 관용여권은 3달, 즉 90일이기 때문에 일단 3달 무비자로 들어오기 위해서 관용여권으로 들어온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자국에 봉사활동을 간다는데 비자를 내주지 않는 베트남이나 비자도 내주지 않는 나라에 굳이 들어가려는 한국이나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게 무슨 종교적 목적을 갖는 선교사들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이 해외봉사단 파견이나 ODA 지원에 일부분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면 우리 측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를 간파한 베트남도 배짱을 튕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적이 간파된 한국이 목적을 간파한 베트남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현재 베트남 코이카 자원봉사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한국도 없이 사는 나라가 아닌데 이런 일에는 좀 더 순수하면 안 될까? 그게 더 멀리 보는 전략적 자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by 경계넘기.
'살아보기(해외) > 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카테고리의 다른 글
Koica 이야기 7: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살 만한 집이란? (20230403-2) (1) | 2024.03.23 |
---|---|
Koica 이야기 6: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집구하기 (20230403-1) (1) | 2024.03.22 |
타이응우옌 살이 2: 이곳에서의 첫 일상.... 영화를 보다(20230402-1) (0) | 2024.03.20 |
타이응우옌 살이 1: 타이응우옌(Thai Nguyen)의 첫인상 (20230401-2) (4) | 2024.03.19 |
Koica 이야기 4: 코이카 단원은 뚜벅이가 되어야 한다 (20230401-1) (1) | 2024.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