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살아보기(해외)/Thai Nguyen in Vietnam(베트남 타이응우옌)

KOICA 이야기 1: 하노이를 떠나며......, 코이카 현지교육 (20230331-1)

경계넘기 2024. 1. 26. 12:24

 

 

하노이(Hanoi)를 떠나며......, 코이카 현지교육

 

 

드디어 자원봉사 부임지인 타이응우옌(Thai Nguyen)으로 떠난다

 

아침부터 부산하다. 그럼에도 새벽 산책은 쉬지 않는다. 떠날 모든 준비를 다 끝내놓고 산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다를 뿐이다. 하노이대학 운동장 주변을 몇 바퀴 도는 것이긴 하지만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남는다.

 

같이 교육을 받은 후에(Hue) 프로젝트팀이 이른 아침에 먼저 떠난다. 베트남 중부에 있는 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느라 우리 팀보다 일찍 서두른다. 우리야 뭐 하노이에서 버스로 1시간 반 거리라 서두를 필요는 없다. 기숙사 앞에 정차된 후에팀 버스 앞에서 그간 같이 수업을 받았던 후에팀 단원 선생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헤어짐의 시간이라 그런가 하늘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숙사 옆 대학식당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교정이 바로 보이는 2층 베란다로 올라간다. 비 내리는 날의 커피는 항상 운치 있다. 6주간 정들었던 교정이다. 한 쌤에게 전화가 온다. 같은 프로젝트 팀원으로 베트남어 같은 반 동기에 기숙사 내 옆방에 사는 쌤이다. 덕분에 하노이에서 내내 붙어 다녔다. 학생식당 베란다에서 커피 한 잔 한다고 하니 얼른 온다. 버스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에 하노이대학에서의 마지막 남자들의 수다를 떤다. 여전히 가랑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코이카 해외 자원봉사 하노이 현지교육

 

 

 

지금 난 코이카(Koica) 해외봉사 단원이다.

 

작년 말에 코이카(Koica) 프로젝트 해외봉사단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2번의 교육을 받고 올 216일에 이곳 하노이에 왔다. 코이카는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약칭이다. 외교부 산하의 기관으로 정부 차원의 국제개발(ODA) 사업을 담당한다. 그 사업들 중에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이 있다. 그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이곳 베트남에 온 것이다. 옛날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어찌하다 인연이 되었다. 처음 지원해봤는데 운 좋게 선발되었다.

 

 

개인적으로 코이카의 자원봉사자 교육 시스템은 정말 맘에 든다.

 

 

코이카 자원봉사자로 선발되면 출국하기 전에 먼저 한국에서 입소 교육을 받는다. 교육 기간은 자원봉사자 종류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듯하다. 일반적으로 한 달 정도 강원도 영월에 있는 교육원에서 교육받는다고 들었는데 프로젝트 자원봉사단은 일주일만 입소했다. 그마저도 추가로 모집된 내 경우는 입소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자원봉사와 해외생활과 관련된 교육이다.

 

코이카 자원봉사 교육의 꽃은 현지 교육에 있는 듯하다.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1주간의 현지적응 교육과 5주간의 베트남어 교육을 받았다. 현지적응 교육은 베트남 현지에서의 봉사활동과 생활에 필수적인 교육 내용들을 담았다. 자원봉사 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안전 관련 교육도 받았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수업도 있다. 일주일 간의 교육이라 살짝 수박 겉핥기 식일 수밖에 없긴 하지만 나름 많은 도움이 된다. 숱한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나라에 들어갈 때마다 맨땅에 헤딩에 왔는데 이렇게 사전에 누군가에게 브리핑을 받듯이 교육을 받으니 색다른 느낌이다.

 

 

 

 

5주간 베트남어 교육도 집중적으로 받았다.

 

하노이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받은 곳은 하노이 외국어대학이다. 베트남 명문대학 중에 하나. 이곳에는 한국어과도 있다. 수업은 우리 단원들만 받았는데 5명이 한반이다. 다만 우리 반은 4명이 수업을 받았다. 보통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도 한반에 열댓 명이 기본이니 4~5명이라면 말 그대로 정말 소수 정예다. 당연히 수업료도 비쌀 듯하다. 오전, 오후로 이어지는 수업에 많이들 힘들어하지만 간만에 받는 수업이라 그런지 힘든지는 모르겠다.

 

 

 

 

숙소는 하노이 대학 기숙사다.

 

일반 학생들 기숙사는 아니고 유학생 기숙사 또는 일종의 학교 게스트하우스 개념이다. 좋은 시설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반 학생들 기숙사와는 비교할 수 없다. 숙소가 학교 안에 있다 보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더욱이 이곳에 한국어학과가 있다 보니 한국어를 제법 구사하는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학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아르바이트 하는 한국어과 학생들이 많아서 주문도 가끔 한국어로 하곤 했다. 가끔은 아르바이트 하는 한국어과 학생들이 다가와 한국어로 먼저 말도 걸어오고, 조금 친해지면 한국어 작문 숙제 등도 물어보곤 한다. 한국어에 정말 진심인 학생들이라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오른쪽이 우리 숙소, 왼쪽이 현지 대학생 숙소

 

 

현지어 시험도 봤다.

 

대충 볼 줄 알았는데 제법 까다롭게 시험을 봤다. 어제는 코이카 단원들만의 졸업식도 가졌다. 코이카 하노이 사무소 분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강당에서 제법 성대하게 했다. 5주간의 교육임에도 졸업 가운도 입었다. 얼마만에 입어보는 졸업가운인지. 이날 우리 팀 여자단원들은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빌려서 입었다. 이날 수료증에 성적표까지 받았다. 시험은 걱정을 좀 했는데 20대 단원들 못지않은 성적이라 나름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하노이에서 6주를 보내고 이제 곧 부임지인 타이응우옌으로 떠난다.

 

지금 이 순간 하노이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거의 없다. 사실 하노이는 이번에만 3번째 방문이다. 그래서 떠나는 아쉬움보다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한번도 가보지 못한 타이응우옌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크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