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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5, 이집트 다합 6: 이집트에서 병원에 가다 (20190826)

경계넘기 2024. 3. 21. 17:06

 

 

이집트에서 병원에 가다

 

 

새벽에 잠을 깼다. 감기몸살이 심해졌다. 기침도 심해지고, 몸도 두드려 맞은 것처럼 찌뿌둥하다. 더욱 힘든 것은 더워서 에어컨을 켜면 한기가 든다는 것. 침대시트와 베개가 땀에 젖는다.

 

프리다이빙 아이다 2단계 교육을 연기하기로 했다.

 

적어도 오늘은 무리인 것 같다. 프리다이빙은 코가 막혀서 이퀄라이징이 안 되면 가봐야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감기 걸리면 무조건 프리다이빙은 쉬어야 한다고들 한다. 하우스메이트인 혜정과 같이 하기로 했는데 미안하다. 같이 하면 심심하지 않고, 서로 버디도 되어 줄 수 있고, 또 할인도 되는데. 혜정이 교육을 받으러 간 사이 난 좀 쉰다. 매일 오전에는 산책과 수영연습을 했었는데 그냥 누워 있자니 좀이 쑤신다.

 

 

 

 

저녁에 혜정이랑 병원에 간다.

 

혜정이도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자 강사가 병원에 가서 한 번 진단을 받아보라고 했단다. 감기 때문에 병원 갈 생각은 없었는데 혜정이가 같이 가자 하니 가보려고 한다. 여행 중에 병원을 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외국에 거주하고 있을 때에도 중국 외에는 병원에 간 기억이 없다. 더운 이집트에서 감기에 걸리고 거기에 병원까지 간다.

 

병원 가는 길에 택시와 실랑이를 한다.

 

가는 중에 택시를 이용했다. 혜정이 말이 10파운드만 주면 된다고 택시를 보더니 흥정도 없이 그냥 탄다. 내 경험상 쉽지 않을 터인데. 병원 앞에서 10파운드를 주고 내리니 역시나 기사가 잡는다. 25파운드란다. 1km8파운드라고 하면서 자기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혜정이도 지지 않는다. 흥정은 없다. 양쪽은 평행선. 혜정은 10파운드, 기사는 25파운드. 언성을 높이며 싸울 태세. 갑자기 기사가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자는 말을 한다. 혜정이도 물러서지 않고 좋다고 받아 친다.

 

경찰서에 가자고 하던 기사는 경찰서를 지나쳐서 처음 우리를 태웠던 곳에 내려준다. 말을 해 놓고 경찰서는 자신 없었나 보다. 그렇다고 10파운드만 받기에는 지금까지 한 말이 있어서 자존심 상할 터이고.

 

역시 택시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사기꾼들의 밑바닥은 택시기사다. 이런 택시기사들 먹여 살리자고 우버나 그램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막는 것에 난 반대다. 택시의 바가지로 악명이 높았던 베트남에 그램이 보편화되면서 대중교통이 편하고 믿을 만한 나라가 되었다. 2, 3년 사이의 일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헤이칼 병원(Heikal Clinic).

 

병원은 깨끗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병원이라 종합병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사 한 명 일하는, 간호사도 없는, 개인 병원이다. 의사는 친절했다. 영어도 잘하고. 그림을 직접 그려 가며 설명을 해 주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사람의 신체를 그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감기라고 했더니 귀에 체온계를 꽂고 온도도 재고, 입 안도 검사하고, 청진기도 하고. 그래봐야 뭐, 감기지. 참 다이빙이 가능한지 체크도 부탁했는데 이퀄라이징 할 때 양쪽 귀에 반응이 없다며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진찰료는 무조건 100파운드. 혜정이도 나도. 처방전은 종이에 직접 써 준다.

근처 약국에 가서 약을 타왔다. 난 알약 하나, 시럽 하나. 약값은 65파운드.

 

 

 

 

오늘은 집에만 있어서 돈 좀 굳나 싶었는데 병원에 와서 엄청 깨졌다.

그나저나 이거 가지고 보험사에 청구 가능하나?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