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수업 스케치
한글 수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화 수업으로 했던 김밥 수업은 두 개 반을 끝으로 일단 일단락 짓고, 지금은 정규 한글 수업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어 학과 측에서 우리에게 말하기와 단어 교육을 부탁했다.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를 담당하시는 단원 쌤이 전담하신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기후변화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모든 단원들이 한국어 담당 쌤을 도와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추가된 2명의 단원 쌤들도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글 수업은 단어와 말하기 위주로 진행한다.
아직 따로 한국어 반을 개설하지는 않았고, 정규 수업 시간에 단어와 말하기 부분을 우리가 담당한다. 한국어과 학생들이지만 대부분 한국인 원어민과 대화한 경험이 없기에, 비록 적은 시간이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한국어 담당 쌤은 2학기에 방과 후 한국어 반을 따로 개설해서 운영할 계획이시다.
아이들이 무척 쑥스러워한다.
코이카 활동으로 베트남에 와서 안 사실 중에 하나는 한국인들처럼 베트남인도 무척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는 것이다. 한중일과 베트남이 유교 문화권이라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내 경험 상 유교 문화의 종주국인 중국인들은 그다지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 않는다.
나도 원어민 영어 시간에 원어민 영어 선생이 말을 걸까봐 내심 무척 쫄곤 했었는데 이곳 학생들이 딱 그 모습이다. 간혹 용기 내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들 눈이라도 마주치면 시킬까봐 피하기 바쁘다. 그 모습이 귀엽다. 순진해 보여서 더욱 좋고. 그래도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준다.
조별로 말하기 연습도 한다.
반을 몇 개의 조로 나뉘어서 우리 단원 쌤들이 각각 조를 맡아서 말하기 연습도 시킨다. 한국어 쌤이 게임식으로 진행하도록 미리 준비를 해주셔서 아이들과 놀이처럼 말하기를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수줍어하는 친구들의 입을 떼게 하기는 영 쉽지가 않다. 사실 대학생 치고는 이곳 대학 한국어과 학생들의 실력이 썩 좋지는 않다.
예전 연기수업을 받을 때의 방식을 써 먹는다. 특별한 것은 없다. 내가 먼저 엄청 큰 소리로, 마치 무대에서 연기를 하듯 말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나를 따라서 큰 소리로 말해 보라고 한다. 배에 힘주고, 틀려도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나만 따라 하라고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기 소리만큼 내다가도 내가 쪽팔림 없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자기들도 따라서 목소리를 낸다. 한 번이 힘들지 한 번 터지면 그 다음부터는 죽 터진다. 그러다보면 숨겨진 한국어 실력을 가진 학생들도 나온다.
단어 맞추기 게임도 한다.
우리도 많이들 하는 게임이다. 한국어 단어를 한국어로 설명을 해서 맞추는 게임이다. 몸짓은 허용되지만 베트남어는 안 된다. 조별로 나와서 하는데 첫 한, 두 조가 게임이 익숙하지 않고, 쑥스럽기도 해서 성적이 안 좋았다. 이후에 나오는 조들이 잘 하니까 이들 조가 다시 시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성적이 가장 좋은 조를 위해 초코파이를 부상으로 준비해갔다.
우리와의 눈맞춤에 익숙해지는 학생들이 나온다.
쑥스러워하던 친구들이 열심히 자기 목소리를 낸다. 발음이나 문장이 엉망이어도 원어민이 개의치 않아 하니 용기를 낸다. 우리와 친해지기도 했고. 요새는 학교 교정을 걷다보면 수업 시간에 만난 친구들이 큰 소리로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걔 중에는 나와 같은 조에서 배웠던 문장을 큰 소리로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기특한 녀석들.
학교에서 교사를 하시다가 오신 두 분 선생님들의 스타일이 다르다.
남자 쌤은 무척 다정하고, 부드럽게 다가가신다. 반면에 한국어를 담당하시는 여자 쌤은 학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강렬하시다. 어쩌면 두 분 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계실지 모른다. 다만 여자 쌤은 본인이 한국어 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잡고자 카리스마 있게 나가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다년간의 노련한 교사 경험은 어디 안 간다.
수업이 끝나면 기운이 쏙 빠진다.
한국어 담당 쌤이 가장 힘들겠지만 여타 단원들도 아이들과 정신없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기분이 든다. 여자 쌤들은 기 빨리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왜 안 그럴까! 나도 대학에서 강의할 때 3시간 강의 한 번 하면 그날은 말하기도 싫어졌었다. 더욱이 이곳 강의실에는 에어컨은 없고, 천창에 붙은 팬이 전부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등 뒤로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이렇게 스킨십을 하니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체감한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여자 쌤들도 물론 call!
참, 베트남 생맥주 정말 싸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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