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합니다.....,
민망한 프로젝트 회의
민망함은 나만의 느낌일까?
오후에 대학 담당자들과의 프로젝트 회의가 있었다. 우리가 제안한 프로젝트 기획안에 대한 회의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28일 우리는 대학에 프로젝트 기획안을 제출했었다. 대학 측에서 가장 궁금해 하고 독촉했던 사안이다. 그간의 회의는 대외협력실에서 했었는데 오늘은 대회의실에서 하자고 했다. 제안서에 대한 우리의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듣고 싶었나 보다. 보통의 회의보다 대학 측 참석자도 늘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좀 많이 부족한 회의였다.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회의의 결과가 예측되었다. 솔직한 심정은 가고 싶지 않은 회의였다. 회의 장소가 대회의실로 바뀌고 참석자도 늘어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학 측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합니다.”
대학 측의 간략한 반응이었다. 딱 예상한 대로였다. 건조하지만 최대한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지금도 좋은데, 조금만 더 구체적이면 더욱 좋겠습니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지금까지의 업무 진행 맥락상 그리고 대학 측 참석자들의 표정을 보건데 결코 그런 의미일 수가 없었다.
“이게 최선입니까?”
예전 한 드라마에서 백화점 대표 역으로 나왔던 현빈이 했던 대사다. 나에겐 딱 그렇게 들렸다.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합니다.”의 전제에는 우리의 기획서가 “너무 추상적이다. 너무 뜬구름 잡는다.”라는 그들의 불만을 담고 있었다. 보다 직설적으로는 “대체 너희들 한 달 동안 못했냐!”는 의미로 들렸다.
우리의 제안서는 기획 초안(draft) 수준이다.
4월 초부터 대학 측과의 2주간 회의, 여기에 더해 2주간의 말미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프로젝트 기획서는 그저 기획 초안에 불과했다. 이런 수준의 제안서는 대학 측과의 초반 회의 때나 제시했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를 가지고 양측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발전시켰어야 했었던 거다.
“재들 뭐하는 애들일까? 놀라왔나!” 싶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대학 측 담당자라면 분명히 이렇게 생각했을 게다. 나름 국가 기관에서 선발해서 왔다고 하고, 이곳 대학에 온지도 한 달이 지났고, 그간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뜬구름 잡기식의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더욱이 대외협력실의 우리 담당자들은 대부분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는 분들이다. 필드에서의 경력은 없더라도 보는 눈들은 다들 높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자리가 더욱 민망하다.
대체 왜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던 것일까?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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