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예쁜 리비우(Lviv)의 올드타운
리비우에 대해서 알아본 것은 오페라하우스가 전부다.
오페라하우스의 공연 프로그램과 일정, 그리고 가격 정도. 그 외의 볼거리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다. 왜냐고? 리비우에서 난 쉬고 싶었으니까. 일부러 쉬려고 물가 저렴하고 작은 도시를 선택했다. 물론 어제 둘러본 결과로는 우리만 잘 몰랐지 의외로 크고 나름 화려한 도시였지만.
하지만 난 첫날부터 쉬지 못했다.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침은 호스텔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1층 카페에서 했다.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뷔페식으로 나오는 줄 알고 갔으나 웬걸 그냥 레스토랑이다. 일반 메뉴에 나와 있는 걸 시켜서 먹는다. 당연히 가격도 싸지 않고, 아침 메뉴에 차나 커피조차도 포함되지 않아서 따로 시켜 먹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리비우 관광이 시작되었다.
리비우의 동행인 된 친구가 오늘 가고 싶은 데를 아침부터 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캐슬 공원(Castle Park), 그리고 성당과 약박물관 등등. 우크라이나만 여행하고 리비우는 3박 4일만 체류하는 친구인지라 열심히 돌아다닐 모양이다.
캐슬 공원(Castle Park)
캐슬 공원이라고 해서 성이 온전히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작은 산 정상에 리비우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만 있을 뿐 성은 흔적만 조금 남아 있었다. 전망이 훌륭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전망대까지는 마치 바벨탑을 올라가듯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냥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
약박물관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바로 올드타운으로 나온다. 성당을 구경하고 그곳에 있는 약박물관으로 간다. 입장료는 30흐리브냐(UAH). 오래된 약국을 박물관으로 만든 것인데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작은 마법의 집 같다. 영어 설명문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전혀 없으니 눈요기만 해야 한다.
리비우 올드타운은 그리 크지 않다.
어제, 오늘 반나절 정도의 산책으로도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리비우의 작은 올드타운이 나쁘지 않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물가가 많이 부담되는 곳이 아니니 올드타운을 둘러보다 맘에 드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 식사 한 번 해도 크게 무리는 가지 않는다. 물론 나 같은 가난한 장기 배낭여행자에겐 그것도 부담이 가긴 하지만, 장기여행자가 아니라면 크게 부담가지 않으면서 유럽식 올드타운 속에서 식도락도 즐길 수 있다. 장기체류에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
성당도 곳곳에 있지만 이젠 이름 외우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나에겐 호프집이 더 좋다. 잠시 어제 갔던 호프집에서 난 맥주를, 그 친구는 커피를 한 잔 했다. 올드타운 골목길에 있는 레스토랑 겸 펍(Pub)은 가격도 운치도 나쁘지 않았다. 메인 길에서 조금 들어가는 골목길이라 시끄럽지도 않고.
배가 고파진다. 친구가 우크라이나 전국에 있는 체인 음식점이 있는데 가볼 거냐고 한다. 일반적 레스토랑이 아니라 대중적인 식당인데 진열된 음식들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담아 계산하면 되는 곳이란다. 예전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있던 카페테리아 같은 식당일 거라는 생각에 얼른 가자고 했다. 그런 곳을 알아두면 리비우에 있으면서 먹는 걱정은 덜 수 있다.
예레반의 그곳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레반에서는 하나의 접시에 담아주는데 이곳은 각각 다른 접시에 담아 주었다. 그러다 보니 몇 개만 담아도 쟁반이 넘쳐 더 담을 수가 없다. 가격은 좀 있다. 예레반에 비해서도 조금 비싸고, 이곳 물가에 비해서도 싸지 않다. 그래도 다양한 음식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고를 수 있으니 좋다. 더욱이 친구가 이곳 스프들 중에서 약간 육개장이나 부대찌개 맛이 나는 것을 알려주어서 감사히 먹는다. 미역국처럼 보이는 스프도 있는데 그것은 나중에 먹어보기로. 볶음밥도 있어서 리비우에 있는 동안 자주 이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친구 덕분에 좋은 식당 하나 얻었다.
숙소 가는 길에 오페라를 예약하러 오페라하우스로 간다.
정식 명칭은 ‘리비우 오페라발레 극장(Lviv Theatre of Opera and Ballet)’으로 리비우의 랜드마크이자 이곳에서 올드타운이 시작된다. 공연요금이 무척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마침 지금이 여름 시즌공연 기간으로 보인다. 일주일에 4일은 공연이 있다. 그것도 매일 다른 공연으로. 지난번 아르메니아 예레반(Yerevan)의 오페라하우스도 티켓은 저렴했지만 일주일에 공연이 2번밖에 없어서 무척 아쉬웠었다. 운좋게 기간을 제대로 맞춰 왔다. 숙소에서도 오페라하우스가 5분 거리다.
친구와 함께 가서 오페라를 예약했다.
내일 공연은 남은 티켓이 별로 없어서 비싼 좌석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공연이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인지라 인기가 좋아 보인다. 친구가 내일밖에 시간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그것도 각자 떨어져 앉아야 하는데 난 1층 사이드 좌석으로 자금만치 450흐리브냐. 2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다. 가장 싼 좌석이 50흐리브냐이니 엄청 비싼 좌석이다.
가끔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끌려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혼자 다닐 때에는 매일매일 매시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직접 찾아다녀야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렇게 산책하듯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끌려 다니니 머리가 쉬는 것 같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오후 늦게 저녁도 먹을 겸 다시 나온다. 이번에는 그 친구가 오르간 콘서트 홀이 있다고 그곳에 가보자고 한다. 혹 공연이 있을지도 몰라서 가 보기로. 올드타운 외곽에 있는 곳인데 공연이 있지는 않았고 성당 건물이다. 잠시 들어가서 보니 한 분이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을 처음 들어보는데 온 성당을 울리는 폼이 자못 웅장하다. 정식 공연이 있으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
저녁은 점심 먹은 그 카페테리아 식당에서. 이번에는 미역국처럼 생긴 스프를 먹었는데 진짜 맛이 거의 비슷하다. 미역도 맞는 것 같고. 돌아오는 길에 펍에서 맥주 한 잔 하려했으니 비가 오는 관계로 숙소에서 낮에 마트에서 사온 맥주로. 저녁 늦게 친구가 클럽에 가자고 했으나 쉬고 싶어서 사양. 오늘 정말 열심히 다녔다. 난 이것으로 충분하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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