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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9, 터키 괴레메 4-1: 괴레메 파노라마(Göreme panorama)와 우치히사르 성채(Uḉhisar Castle)(20190410)

경계넘기 2020. 8. 17. 12:59

 

 

괴레메 파노라마(Göreme panorama)와 우치히사르 성채(Uḉhisar Castle)

 

 

새벽부터 허탕을 쳤더니 허하다.

 

어제 오늘은 열기구(balloon)가 뜰 것 같다는 숙소 스텝의 말이 있었다. 최근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이곳 카파도키아의 명물 열기구가 뜨질 못하고 있다. 그저께 같이 로즈 벨리(Rose Valley)를 걸었던 중국인 부부는 4일 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못타고 어제 안탈리아(Antalya)로 갔었다. 내가 있는 동안에도 계속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열기구 뜨는 광경을 못 보나 싶었는데 어제 스텝의 귀띔이 무척이나 고맙다.

 

어제 자기 전에 새벽에 나갈 준비를 다 해놓고서 잠을 잤다. 새벽에 추울 것이라는 스텝의 말에 따라 덕다운도 챙겨 놓았다. 새벽 5시쯤 숙소를 나섰다. 도미토리 방에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살며시 일어나서 바지만 갈아입고 바로 나섰다. 어두컴컴한 동트기 전의 새벽길. 그래도 가로등이 잘 되어 있어서 가는 길이 어둡지는 않다. 열기구가 나는 광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도 일몰 포인트(sunset point). 첫날 와봤던 곳이라 길은 쉽게 찾아 간다.

 

일찍 나와서 일몰 포인트에는 서너 명의 사람들 밖에는 없다. 안으로 더 들어가서 가장 잘 보일만한 곳에 터를 잡고 추위를 참아가며 기다린다. 어느덧 해가 뜨고 그 장관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일몰 포인트는 가득했지만 결국 열기구는 뜨지 않는다.

 

 

 

스텝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열기구를 끌고 온 차량들과 탑승객을 실은 미니버스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끝내 비상(飛上)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성급한 한 열기구가 바람을 넣어보았으나 이내 중단한다. 경찰차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한소리 들었나 보다.

 

결국 7시쯤 되니 열기구 차량들이 줄줄이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오늘도 최소다. 날씨는 나쁘지 않으나 바람이 좀 문제였나 보다. 추운 새벽의 한기를 참으며 명당자리 잡아 기다렸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역시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

 

 

 

숙소에 돌아와서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한다.

추위에 언 몸이 녹느라 손발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오늘은 레드 코스(Red Course)의 마지막 장소인 우치히사르 성채(Uḉhisar Castle)에 가보려 한다.

 

괴레메(Göreme) 어느 곳에나 멀리 우뚝 서서 보이는 곳이 우치히사르 성채다. 물론 돌을 쌓아 만든 성채는 아니다. 산처럼 커다란 바위인데 이곳 역시도 안에 굴을 파서 사용했다고 한다. 괴레메 어디서도 보인다.

 

 

 

 

괴레메 파노라마
(Göreme panorama)

 

 

우치히사르 성채는 네브셰히리에서 괴레메 오는 길에 있다.

 

지난번 네브셰히리에서 오는 버스에서 봐두었다. 다만 차가 달리는 도로를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 맘에 들지 않을 뿐이다.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괴레메를 조금 벗어나자마자 인도가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서 조금 위험해 보인다.

 

날씨는 그 어느 날보다 좋다. 아침임에도 햇살이 강렬하다. 열기구만 떴으면 최고였을 터다.

 

계속 이 위험한 도로를 걸어가야 하나 싶을 찰라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빠져 조금 걸어 올라가니 차와 사람들이 많다. 여기가 모든 투어버스들이 거쳐 간다는 괴레메 파노라마(Göreme panorama)인가 보다. 긴 절벽 가에 카페들도 사람들도 엄청 많다. 파노라마라는 이름답게 괴레메를 둘러싼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괴레메 파노라마 최고의 명당을 찾았다.

 

절벽 위의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파노라마는 모든 투어버스들이 거쳐 가는 곳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곳을 지나쳐 가니 파노라마가 끝나는 무렵에 조용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다. 이런 곳에는 들어가 주어야 한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모든 파노라마 중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커피 한 잔 시켜서 멍 때리며 풍경을 본다.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우치히사르 성채
(Uḉhisar Castle)

 

 

그곳에서 우치히사르 성채까지는 또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성책 아랫마을에 도착해서도 올라가는 길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맨다. 입장료는 9리라. 우치하사르 마을 자체도 예뻤다. 옛 모습이 살아 있는 마을이다. 언덕 편의 마을은 조금만 올라가도 눈 앞에 펼져지는 전망이 달라진다.  

 

 

 

60m에 이르는 높고 커다란 바위에 굴을 내서 수많은 방을 만들었다.

 

방들은 모두 계단과 터널로 연결된다. 이름처럼 요새 또는 성처럼 높고 웅장하다. 실제 우치히사르 성채는 비잔틴 제국이 지배할 시기에는 이슬람의 침입을 방어하던 곳으로, 셀주크(Seljuk)과 오스만(Osman)의 이슬람 제국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실크로드의 무역과 대상을 통제하던 곳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평원에 우뚝 솟은 지형이니 말 그대로 천혜의 요새다.

 

 

 

정상까지 꽤 올라가야 한다.

 

괴레메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정상에서 보는 전망이 압권이다. 날씨도 쾌청하고 맑아서 파한 하늘과 카파도키아 대지의 다양한 색깔이 잘 대비되어 드러난다. 멀리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르지에스(Mt Erciyes)도 보인다. 신비로운 카파도키아의 대지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화산이다.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정상 위의 바위에 걸터앉는다.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통해서 잠시 경치도 보여드리고. 시원하다 못해 가슴이 뻥 트인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길이 없다.

 

 

 

1시간 정도 멍을 때렸나 아니면 그 이상이었을 수도 있다.

가야할 길이 있으니 아쉽지만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본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