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투어(Green Tour):
데린쿠유(Derinkuyu), 셀리메 수도원(Cathedral of Selime), 으흘라라 계곡(Ihlara Valley)
괴레메(Göreme)에 와서 처음으로 투어를 한다.
이름 하여 그린 투어(Green Tour).
괴레메에는 유명한 투어가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색깔 이름을 딴 레드 투어(Red Tour)와 그린 투어가 유명하다. 레드 투어는 괴레메 동편의 근교 투어를, 그린 투어는 괴레메 남서편 좀 먼 지역의 투어다.
처음 간 곳은 어제 갔던 괴레메 파노라마(Gőreme Panorama). 괴레메 중심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앞으로 역시 어제 걸었던 비둘기 계곡(Pigeon Valley)이 펼쳐져 있다. 어제 왔던 곳이라 감흥이 크진 않다. 괴레메 파노라마에서는 파노라마 끝에 있는, 어제 갔던 그 카페의 전경이 가장 좋은데 여기서는 제법 걸어야 한다. 어차피 투어라 시간도 없고.
데린쿠유(Derinkuyu) 지하도시
다음은 가장 기대하는 데린쿠유(Derinkuyu) 지하 도시.
지하 8층에 깊이가 55m에 이른다는 데린쿠유는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고 한다. 그 중 공개되는 곳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투어라 30~40분 정도밖에 구경할 수 없다.
지하 도시는 놀라웠다.
인간과 개미의 차이가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지하 도시는 좁은 동굴로 이어져 걸어 다니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그 안에 침실, 부엌, 저장고, 와이너리, 성당, 가축우리 등 없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지하 도시가 딱 들어맞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공기가 통하는 환풍구와 우물, 그리고 적이 쳐들어왔을 때 다른 지하 도시로 도망칠 수 있는 비상구도 있어서 도시의 환경과 방어까지 고려하고 있다.
넓은 집회 공간 가운데 기둥이 하나 서 있다.
그 기둥 상단에는 두 팔을 묶을 수 있는 홈이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묶어 채찍질을 했던 곳이란다. 지하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는 나름의 엄한 규칙과 규율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하 도시는 수천 년에 걸쳐서 만들어졌다한다. 처음 1, 2층은 기원전에 이곳에 살았던 히타이트 족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이후 로마 시기 기독교 탄압을 피해 왔던 사람들이 와서 더 깊은 지하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셀리메 수도원(Cathedral of Selime)
데린쿠유를 나와서는 근처에 있는 셀리메 수도원(Cathedral of Selime).
높이 솟은 바위에 동굴을 파서 만든 수도원으로 성당, 교실, 기도실, 부엌, 저장소 등을 만들어 놓았다. 바위를 파서 만든 성당 안은 넓기도 넓지만, 2층으로 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신기하다.
규모는 작지만 모습은 우치히사르(Uhisar) 성채와 비슷하다. 실제로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초기에는 기독교인들에 의해 수도원으로 사용되었지만, 셀주크(Seljuk)과 오스만(Osman)의 이슬람 제국들이 지배하면서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이곳은 실크로드의 초기에는 낙타 대상들의 객주로 사용되다가, 이후에는 실크로드를 감시하는 초소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셀리반 수도원에서 보는 풍경도 좋다.
특히 이곳의 풍경은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에 영감을 준 곳이라고 한다. 잘 보고 있노라면 정말 스타워즈의 배경이 연상된다. 황량한 우주의 어느 혹성의 모습.
멍때리고 싶어진다.
시간이 있다면 어딘가 걸터앉아 자연의 위대함과 역사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지만 투어라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좀 멍 때리다가 집합 시간이 촉박해서 뛰어가듯 버스로 달려간다.
단체 투어의 식사는 한국이나 세계 어디나 똑 같다.
마치 휴게소 대형 식당 같은 곳에 때려 넣고 대충 구색만 갖춘 것이 나온다. 그나마도 다 일행들이 있고 나만 혼자인지라 밥 먹는 시간이 더 외롭다. 신기하게 투어 팀에는 중국인이 반이고 인도인이 반이다. 인도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튀니지인이었던 한 쌍의 연인이 그나마 나와 함께 나머지 그룹을 형성한다. 인구로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나라 사람들에 끼여 여행을 하고 있다. 참, 재미없는 투어 구성이다. 연인들 사이에 끼기도 뭐하고.
으흘라라 계곡
(Ihlara Valley)
점심을 하고 나서는 으흘라라(Ihlara) 계곡 트레킹.
그린 투어에서 데린쿠유 다음으로 기대를 한 곳인데 다소 실망스럽다. 너무 유원지 같다. 입장료 받는 것부터 이상했는데 그냥 계곡의 공원. 트레킹 길도 잘 갖추어 있다. 나름 멋있기는 한데 이미 여러 곳을 트레킹 한 나에겐 식상할 뿐이다. 트레킹은 편도로 3.5km 정도를 했는데 길이 너무 평탄해서 그냥 산책 수준이다.
으흘라라 계곡은 평평한 대지 가운데로 협곡이 나 있는데, 카파도키아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평지에 흐르는 물이 무른 응회암층을 깎아내려 계곡을 만든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대부분 지형은 땅이 융기해서 산이나 계곡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평지였던 곳이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에 의해 깎인 곳은 계곡이 되고, 남은 곳은 산이나 구릉으로 남은 것이다. 그래서 밑에서 보면 산처럼 보이지만 막상 올라가보면 새로운 평지가 나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트레킹이 끝나고는 비둘기 계곡(Pigeon Valley) 근처에 있는 보석 기념품점을 들린다.
투어인데 안 들리나 했다. 그래도 한 곳 정도 들리는 것이니 애교로 봐줄만 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는 우치히사르 성채(Uḉhisar Castle), 비둘기 계곡의 풍경이 정말 좋다.
그린 투어를 하면서 길에서 보는 평온한 카파도키아 하늘과 대지의 풍경이 운치 있다. 곳곳에서 오다가다 만나는 에르지에스 산(Mt Erciyes)의 풍광은 덤이고.
개인적으로는 다소 싱거웠던 투어다.
거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투어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이미 괴레메 이곳저곳을 걸어 본 나의 경우인 것이고 짧은 시간 투어로만 구경하는 사람들에겐 나름 괜찮은 투어일 수 있다. 레드 투어든 그린 투어든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레드 투어의 경우는 괴레메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직접 걸어서 다니길 바란다. 내 경우 3일에 걸쳐 레드 투어 지역은 모두 걸어서 다녔다. 괴레메 지역은 목적지도 좋지만 거기까지 걸어가는 과정의 길이 더 좋았다. 길목길목, 굽이굽이가 절경이고 신비로웠다.
그린 투어 지역은 상당히 먼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볼거리들이 상당히 분산되어 있어서 걸어서는 결코 다닐 수 없다.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가장 가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인 지하 도시 데린쿠유(Derinkuyu)만 하더라도 괴레메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네브셰히르(Nevsehir)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이곳에서 개별적으로 다니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더. 투어에는 입장료가 포함되는데 입장료를 계산하면 투어 비용이 마냥 비싸다만 볼 수 없다. 그린 투어에는 괴레메 파노라마, 데린쿠유, 셀리메 수도원, 으흘라라 계곡 등이 포함되는데, 이중 입장료를 내는 곳은 데린쿠유, 셀리메 수도원, 으흘랄라 계곡이다. 입장료는 각기 대충 35리라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린 투어 비용이 많이 올라서 유로로는 35유로로 환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내 경우 230리라를 냈다. 개인적으로 간다면 입장료만으로도 100리라 이상을 내야 한다. 이 돈에 130리라 정도를 더 내고, 교통편과 가이드, 점심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으니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여행사야 단체 티켓으로 끊어서 싸게 사겠지만 어차피 개인적으로 가는 경우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고려할 바는 아니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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