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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터키(Turky, 튀르키예)

D+151, 터키 괴레메 6: 도자기의 도시, 아바노스(Avanos)(20190414)

경계넘기 2020. 8. 19. 10:24

 

 

도자기의 도시, 아바노스(Avanos)

 

 

도자기로 유명한 아바노스(Avanos)란 도시가 있다.

 

괴레메(Göreme) 북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도시다. 도자기로 유명하다. 어제 같은 숙소에 묵었던 한 한국인 여행객으로부터 들었다. 작지만 무척 예쁜 도시라고 하면서 카파도키아에 다시 온다면 아바노스에서 묵고 싶다고도 했다. 오늘 바로 아바노스에 간다. 편도 8km가 넘는 길이라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 천천히 걸어오기로 한다. 중간에 다리가 아프면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1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것 같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온다. 요금은 4리라. 버스로 한 10여 분 정도 가니 도착한다.

 

아바노스는 도시 전체가 도자기를 만들고 파는 일에 관련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도시의 심벌들도 도자기이거나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터키 깃발이 휘날리는 곳을 향해 걷는다.

 

아마도 그곳이 중심지가 아닐까 싶어서다. 중간에 벼룩시장 같은 곳이 있다. 주전자, 농기구에서 총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동사니들을 판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데 도자기의 도시라고 하는데 팔고 있는 중고 잡동사니들은 대체로 금속류 제품이 많다.

 

 

 

강을 건너 도시 중심에 있는, 터키 깃발이 휘날리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아바노스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도시 가운데로 강이 흐리고, 도시는 그 강 양편으로 강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중심에 올드 타운이 있지만 관리나 복구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건물들이 많이 허물어져 있다. 하지만 이곳에 관광객을 위한 도자기 공예점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다. 관광객들도 많고.

 

 

 

카페나 식당 또는 호텔 등의 문이나 벽이 도자기로 장식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 무척 인상적이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도자기들로 나름의 멋을 부리고, 자기류를 붙여 만든 벽화로 치장하고 있다. 여기에 주황색 지붕과 누런 황토빛 벽으로 지어진 터키의 집들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시 전체가 야외 예술관 같은 곳으로, 나름의 멋과 운치가 있는 곳이다.

 

 

 

중심지도 작고 그나마도 제대로 보존이 되어 있지 않아서 볼거리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에게 이곳을 추천한, 그 여행자 분 말씀처럼 조용하고 아담하고 예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예쁜 건물의 맥도날드가 보여서 들어가 본다.

 

가격도 알아볼 겸 해서 빅맥 세트를 시켜봤는데 21리라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싼 가격도 아니다. 리라가 폭락한 지금도 4천원이 넘는 돈이니 리라 환율이 정상일 때에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리라 폭락 이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햄버거는 싸서 나온다.

걷다가 좋은 곳이 나오면 도시락으로 먹을 생각이다.

 

 

 

다시 트레킹이다.

 

구글맵을 보니 차가 다니는 도로 외에도 걸어갈 만한 길이 있다

평탄한 들길이지만 주변의 경치가 좋다.

 

 

 

아바노스에서 한 2~3km 정도 걸어가니 Cavusin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의 길은 너무도 잘 안다. 거의 매일 왔던 길이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심상치 않다. 마을에 오기 전에도 들길을 걷는데 비가 조금 내렸다. 마을 지나서부터는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멀리서 천둥치는 소리가 나는 폼이 한바탕 쏟아질 것 같다.

 

마을을 지나 새로운 길을 찾아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법 굵다. 비 피할 곳을 찾아보니 길가 밭들 안쪽으로 농사를 위해 만들어 둔 헛간 같은 곳이 보인다. 얼른 그곳으로 뛰어 들어간다. 나무로 대충 만들었지만 창문도 있다. 인적 없는 길가 외딴 바위 아래의 작은 오두막.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또 음악도 틀어놓고 이국의 비오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시릴 만큼 운치가 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비가 내렸다 안 내렸다를 반복한다.

 

비 그치기만을 마냥 기다리다간 한도 없을 것 같아 길을 나선다.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견딜만 하다. 항상 지나가던 로즈 벨리(Rose Valley) 초입의 카페 부근에 와서 또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뛰어서 카페로 들어간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도 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도 오늘처럼 사정없이 비가 내렸었다. 이곳에서 두 번이나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는다. 따뜻한 차이를 하나 시켰다. 가격이 5리라. 좀 비싸게 받는다. 30분 정도 쏟아지니 다시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오늘은 계속 이럴 모양이다. 다시 길은 나선다. 비는 오지만 다행히 쏟아지지는 않는다. 이곳에 와서 비도 여러 번 맞는다. 비 올 때는 비올 때의 운치가 있고, 맑은 날은 맑은 날의 운치기 있긴 하지만 걷고 싶을 때 비가 오면 맘껏 걸을 수가 없어서 그게 좀 안타깝다.

 

지름길로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계속된 강행군으로 몸이 많이 피곤한지 졸음이 몰려온다. 옥탑에는 올라가지 않고 방에서 휴식을 취한다. 내 기분을 알았는지 4인실 도미토리 방에 나밖에 없다. 혼자 편하게 휴식을 취하라는 하늘의 배려인가 보다.

 

덕분에 편하게 쉰다.

 

 

by 경계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