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Antalya)의 지중해와 올드시티(old city)
안탈리아(Antalya)에 도착한다
괴레메에서 저녁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어둠을 내내 달려 오전 8시 조금 넘어 안탈리아에 도착했다. 편하게 오기는 했지만 앉아서 오는 것이라 엉덩이가 무척이나 배겼다. 이곳에도 버스 터미널에서 도심으로 연결해주는 무료 세르비스는 없단다.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것인지 아예 없앤 것인지.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도심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준다. 버스와 트램 중에서 뭐가 낫냐고 물으니 트램을 타라고 한다. 터미널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트램역이 나온다. 매표창구에서 가는 곳을 말하니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까먹을 까봐 계속 되뇌이면서 오다가 트램 노선을 보고서 발음이 비슷한 역의 이름을 확인했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그 역이 맞다.
한 20분쯤 가니 바로 도착한다.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안탈리아 중심가의 모습은 세련됨이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한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터키 특유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이것도 터키의 모습이겠지만 전형적인 유럽 관광지의 모습이 강하다.
트램역에서 내가 정한 숙소까지는 금방이다. 일단 교통이 편하니 좋다. 안탈리아에서는 개인방을 얻기로 했다. 호스텔도 별로 없고, 그 와중에 도미토리 가격이 꽤 나간다. 반면에 저렴한 호텔이 많다. 조금 돈을 더 주고 개인방을 얻는 것이 가성비가 더 높다는 생각이다. 저렴하면서도 평점이 높은 호텔이다. 주중이라 다행히 방은 있다. 방값은 100리라를 부르는데 3일 250리라로 흥정을 했다. 하루에 83리라 꼴이다. 여기 도미토리도 65리라를 하니 훨씬 나은 셈이다. 방도 넓고 무엇보다도 깔끔하다.
오전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해서 짐을 맡겨두고 바로 나온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올드시티나 구경할까 하고 조금 걸어 나오니 바닷가 절벽 위다. 절벽 아래로 작은 포구가 보이고 바로 뒤로 올드 시티가 펼쳐져 있다. 숙소가 올드시티의 초입인 게다.
바다를 보면서 절벽 위로 걷는다.
조지아(Georgia) 바투미(Batumi)에서 흑해(Black Sea)를 보고,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는 내륙 고원을 걷고, 다시 이곳 안탈리아에서 지중해를 본다. 지중해의 바다가 이렇게 파란지 미처 몰랐다. 쏟아지는 오전의 햇살을 받아 바다는 눈부시게 맑고 파랗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바다조차 바로 바라보기가 힘들다. 흑해나 카스피해(Caspian Sea)하고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다. 이래서 지중해, 지중해 하는 구나.
지중해 바다만 보고 있어도 안탈리아에 온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안탈리아 바다는 저 멀리 웅장한 설산을 끼고 있다. 올림포스 산(Olympos Mount)이란다. 우리가 아는 올림포스 산은 그리스에 있는데 신화 속의 이름이 유명해서인지 이렇듯 터키 소아시아에도 같은 이름을 단 산이 있다.
언덕 위 한 노천카페에 들어가 터키 홍차인 차이(cay)를 마시면서 안탈리아의 바다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본다. 카파도키아와 달리 날씨도 너무 맑고 햇살도 무척 좋은 날이다. 밤샘 버스로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올드시티를 가로 질러 먼저 포구로 내려가 본다.
작은 포구는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성에 둘러싸여 있다. 포구의 물이 너무도 맑다. 배가 많이 다니는 곳은 물이 지저분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포구의 물도 맑디 맑다. 어떻게 관리를 하길래 이렇게 맑은 물을 유지하나 궁금해진다.
포구를 나와 본격적으로 올드시티를 구경한다.
구불구불 복잡한 돌길 골목마다 예쁘고 세련된 레스토랑과 호텔, 바(bar) 그리고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잘 꾸며진 골목길. 대충 훑어보면서 가는데도 미로 같은 올드시티의 골목길은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다. 올드시티 역시 예쁘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세련됐다는 표현이 더 잘 맞는다. 하지만 세련되다라는 말에는 상업적으로 잘 개발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걷다보니 힘이 든다. 밤새 버스를 타고 와서 아직 씻지도 못하고 있다. 햇살 받으며 걸어 다니니 조금씩 몸이 처진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다. 개인실이라 몸과 마음이 편하니 졸음이 쏟아진다. 방 안으로 쏟아지는 안탈리아 지중해의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즐긴다.
오후 늦게 저녁을 먹을 겸 다시 올드시티를 들어간다.
좀 걸으니 어둠이 깔리는데 저녁의 올드시티 골목길은 더욱 화려하다. 골목길에 테이블을 깐 레스토랑과 바에는 저녁과 함께 술 한 잔 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도 그 사이에 껴 볼까 싶지만 혼자라 그런지 선뜻 들어가지지 않는다.
끝내 들어가지 못하고 되네르(döner)와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안탈리아는 혼자 오기 좀 뭐한 동네 같다.
홀로 여행자보다는 연인에게 더 어울리는 곳 같다.
by 경계넘기
'세계 일주 여행 > 터키(Turky, 튀르키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56, 터키 안탈리아 3: 고대 도시, 지금은 휴양 도시 안탈리아(Antalya)(20190419) (0) | 2020.08.21 |
---|---|
D+155, 터키 안탈리아 2: 지중해의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20190418) (0) | 2020.08.20 |
D+153, 터키 괴레메 8: 사랑하소서, 이들처럼 from 터키 괴레메(Göreme)(20190416) (0) | 2020.08.20 |
D+152, 터키 괴레메 7: 붉게 물든 로즈 밸리(Rose Valley)(20190415) (0) | 2020.08.19 |
D+151, 터키 괴레메 6: 도자기의 도시, 아바노스(Avanos)(20190414) (0) | 202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