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시, 지금은 휴양 도시 안탈리아(Antalya)
터키 음식 맛보기
사람에 따라 먹는 것에 대한 취향은 다르다.
취향의 방식이나 양태도 다양하겠지만, 간단하게 상대적인 두 취향을 양 극단에 두고 직선을 그어 보자. 한쪽은 ‘살기 위해 먹는 것’ 다른 한쪽은 ‘먹기 위해 사는 것“. 직선 그래프다.
이 선상 위에 자신을 어디에 둘 것인가? 이 직선 선상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 조건이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인간 본성에 기초하는, 지극히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즉 양 극단 중 하나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정도의 문제이기에 분명 이 두 극단의 스펙트럼 중 어느 한 곳에는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행도 두 취향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는 여행자들도 있고, 음식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살기 위해 먹는 쪽에 가깝다.
그것도 아주 가깝다. 아주 맛없지만 않다면 배부르면 그만이다. 음식에 관심에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지만 대개 먹는 것은 비슷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국수나 볶음밥. 그나마도 서구로 넘어오면 조각피자나 되네르(doner) 같이 간단한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서유럽이나 미국 같이 세금과 팁까지 따로 주어야 하는 곳은 귀찮아서 아예 식당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그렇다고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도 좋아한다. 다만 굳이 먹거리나 맛집 정보를 찾거나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관심이 높지 않을 뿐이다. 이런 여행자도 맛집이나 현지의 유명 음식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맛집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를 만나서 같이 가거나 그곳에 꼭 가보라고 추천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안탈리아(Antalya)에서는 후자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를 같이 여행한 친구가 안탈리아 가면 꼭 가보라고 강권(?)했던 식당과 음식이 있었다. 어제 저녁에 친구가 알려준 현지 식당에 가서 터키 피자인 피데(Pide)를 먹었다. 가격은 20리라였는데 양도 많고 맛도 정말 좋았다.
입맛 맞는 거 하나 꽂이면 주구장창 가는 스타일인지라 오늘 아침에도 그곳에 간다.
피데를 먹으려 하니 지금은 아침에는 안 된다고 수프를 권한다. 렌틸 수프와 치킨 수프가 있다고 해서 치킨 수프를 부탁했다. 렌틸 스프는 먹어봐서 새로운 것을 먹어 보려고. 나온 치킨 수프를 먹는데 이게 꼭 백숙 맛이다. 아주 친근한 맛. 여기에 밥만 말아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대신 무료로 먹는 빵을 주니 빵을 수프 국물에 찍어먹는다. 맛도 좋고 배도 부르고, 간만에 한국 음식 먹은 기분이다.
오늘도 화창해서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파란데, 맛있는 음식으로 배까지 두둑하다.
안탈리아 서편 해안가 산책 : 자연 경관은 공유재산이다
안탈리아 시내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왼쪽 즉 서쪽 방향으로 걷는다.
어제의 반대 방향이다. 목적지는 콘얄트 해변(Konyaalti Beach)과 그 초입에 있는 안탈리아 박물관(Antalya Museum)이다. 콘얄트 해변으로 가는 길도 해변 길. 어제 걸었던 안탈리아 동편 해변 길만큼 그쪽 길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다. 다만 좀 다르다면 이쪽 길은 해변의 언덕을 따라 고급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져 있다는 것.
이런 곳을 다니다 보면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자연의 멋진 풍경은 분명 공용의 자산인데 그것을 개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정당하다면 무제한으로 허용해도 되는 것인가의 문제다. 여행을 하다보면 경치가 좋거나 해변이 좋거나 하는 곳은 프라이빗(private) 즉, 사유지라고 해서 그 호텔에 묵는 사람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이 땅을 사서 개발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다보면 좋은 자연 풍경을 즐기고 볼 수 있는 것조차도 가진 자만이 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는 저개발 국가들에서 특히 심각하다.
멋지고 아름다운 곳은 돈 있는 외국 여행자들이 차지하고, 가난한 현지인들은 대대로 자신들이 살아 온 땅임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 동남아, 아프리카, 인도, 중남미 해변을 가보라. 멋지고 깨끗한 해변은 호텔이나 빌라의 프라이빗 존으로 묶이고, 정작 현지의 아이들은 황량하고 더러운 해변에서 수영을 한다.
이쪽 해변이 딱 그렇다. 동편 길에는 공원이 많아서 누구가 자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 반해서 이쪽의 가장 목 좋은 곳에는 영락없이 비싼 카페나 레스토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 역시 경치를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 뭐해서 맥주를 시켰다. 가게에서 10리라인 에페스 맥주 한 병에 25리라를 받는다. 정말이지 돈 없으면 경치 구경도 못한다.
콘얄트 해변
Konyaalti Beach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안탈리아의 콘얄트 해변은 기대 이상이다.
길고 넓은 몽돌 해변이다.
몽돌도 조지아 바투미(Batumi)의 흑해 해변과 같은 큰 몽돌이 아니라 손톱 크기의 작은 몽돌이다.
그 위에 누워보니 몽돌이 작아서 등에 배기지도 않고 편하다. 옷에 달라붙지 않으니 모래보다 더 좋다.
몽돌 위에 눈을 감고 누워 있으려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쉬익 쉬익’ 마치 해변이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소리다. 눈을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몽돌 해변에 들이치던 파도가 밀려 나갈 때 몽돌들 사이로 물이 빠지면서 나는 소리다. 그게 마치 해변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마치 해변이 살아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누워 계속 듣고 있자니 자장가 같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몽돌 해변에서 이런 소리를 들은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색다른 경험이다.
물도 아주 맑다.
물이 맑다 보니 어디까지가 바다고 어디까지가 몽돌 모래사장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이렇게 맑은 바다를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이 너무 맑으니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처럼 솟는다.
맑은 바다와 깨끗한 몽돌이 정말 잘 어울리는 해변이다.
안탈리아 박물관
Antalya Museum
해변을 나와서 해변 초입에 있는 안탈리아 박물관(Antalya Museum)에 들어갔다.
입장료는 30리라. 이곳 박물관에는 안탈리아 주변에서 나온 유물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주로 조각상이 많았는데 딱 그리스 문화다. 주로 신과 인간을 조각한 조형물. 2천 년 전 이곳의 문화 수준이 놀랍다. 어떻게 돌을 깎아 이렇게 정교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을까!
동양 예술과 서양 예술의 다른 점 중에 하나가 동양은 동식물에 대한 회화나 조각이 많은 것에 반해서 서양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회화나 조각이 많은 것 같다. 서양의 신들조차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신을 그리고 조각했다 하더라도 그건 인간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들에도 인간의 육체가 많이 그려져 있다.
반면에 동양의 토기나 자기에는 꽃이나 새들이 주로 그려져 있다.
화려한 유물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서양의 고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서양 문화의 본류인 그리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곳 소아시아가 그리스의 영향을 많아 받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본토인 그리스만 하겠는가 싶다. 그런 생각에 터키 일정에 도시 한 곳을 추가하기로 한다. 셀축(Selçuk)이 그곳이다. 터키에서 가장 큰 고대 유적지인 에페스(Efes)가 있는 곳이다. 에페스는 그리스 문화와 로마 문화가 공존 하는 곳이다.
역시나 소아시아, 즉 아나톨리아(Anatolia)는 고대 문화가 숨 쉬고,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곳이다. 자연 역시도 놀랍도록 다양하고 독특함은 물론이다.
터키 외에도 가야할 곳이 많은데 터키 안에서도 이렇게 늘어나니 마음만 급해진다.
by 경계넘기.
'세계 일주 여행 > 터키(Turky, 튀르키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58, 터키 페티예 2: 페티예(Fethiye)의 아름다운 지중해안(20190421) (2) | 2020.08.22 |
---|---|
D+157, 터키 페티예 1: 갑자기 온 페티예(Fethiye)(20190420) (0) | 2020.08.22 |
D+155, 터키 안탈리아 2: 지중해의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20190418) (0) | 2020.08.20 |
D+154, 터키 안탈리아 1: 안탈리아의 지중해와 올드시티(20190417) (0) | 2020.08.20 |
D+153, 터키 괴레메 8: 사랑하소서, 이들처럼 from 터키 괴레메(Göreme)(20190416) (0) | 2020.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