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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7, 터키 페티예 1: 갑자기 온 페티예(Fethiye)(20190420)

경계넘기 2020. 8. 22. 10:57

 

 

갑자기 온 페티예(Fethiye)

 

 

숙소를 옮길 바에야 도시를 옮긴다.

 

어제 오후에 숙소에 들어오면서 연장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오늘 아침에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아침에 내려가 물어보니 12시에야 확인이 가능하단다. 예약은 만실인데 혹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서란다. 일단 짐을 싸 두는데 짐을 싸다 보니 다른 곳으로 옮겨도 괜찮겠다 싶다. 괜히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방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부터 새로 숙소 찾아 옮기느라 이래저래 하루만 날릴 수 있다.

 

숙소를 옮길 바에야 그냥 도시를 옮겨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페티예(Fethiye). 안탈리아(Antalya)에 더 머물려고 했던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지중해가 예뻤기 때문. 그렇다면 바다가 더 예쁘다는 페티예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안탈리아에서 멀지도 않고.

 

바로 짐을 챙겨서 오전 10시에 체크아웃을 한다. 그리고는 왔던 그대로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간다. 혹시 몰라서 가지고 있었던, 올 때 사용했던 티켓을 찍어보니 된다. 지하철 티켓을 살 때 기본적으로 얼마간의 충전을 더 하나 보다. 어쩐지 지난번 올 때 트램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트램 비용은 2.5리라.

 

트램은 바로 바로 온다. 트램 타고 20~30분 정도 가면 버스 터미널. 지난번 왔던 길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 간다. 터미널에서 파묵칼레(Pamukkale)와 카밀콕(KamilKoc) 두 군데 버스회사에서 확인해보니 모두 맨 뒷좌석 한 자리만 남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토요일 주말이다. 그나마 한 좌석이라도 있으니 다행. 처음 물었던 카밀콕에서 표를 산다. 가격은 50리라.

 

 

 

1230분 버스라 터미널에서 시간을 좀 보낸다.

인터넷도 하고, 책도 좀 보고. 뭐를 좀 먹을까도 했지만 귀찮다.

 

12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350분에 페티예에 도착한다. 3시간 20분 걸렸다. 중간에 한 20분 쉬었으니 3시간 거리다. 오는 길의 풍경이 나쁘지 않다. 황량한 벌판도 설산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페티에는 작은 도시.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가 있는 중심가까지는 2km 정도의 거리다. 당연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슬슬 걸으며 도시 구경을 한다. 시골 도시에 온 느낌이다. 관광 도시라 중심가로 들어서니 그나마 휴양지의 세련됨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넓지는 않다.

 

 

 

하지만!

난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안탈리아는 세련되게 상업화된 도시다. 올드시티도 예쁘긴 하지만 전부 호텔과 레스토랑, (bar), 기념품 가게로 채워져 있다. 사람 냄새가 나지는 않는 곳이다. 물론 중심가를 벗어나면 그렇지 않겠지만 올드시티가 있는 안탈리아 바닷가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주도 중문단지에 있는 착각이 든다.

 

반면에 페티예는 소박하다.

바닷가를 둘러싸고 있는 관광 지구도 오히려 어설픔이 있어서 좋다.

 

숙소는 도미토리지만 숙소도 맘에 든다. 깔끔하고 잘 정리된 숙소는 전망도 좋다. 숙소 옥상 공용공간에서 산비탈의 페티예 마을과 산들이 보인다. 앞이 바다고 뒤는 산이고 그 사이 산비탈에 빨간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있다. 나도 모르게 편해진다.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서 저녁 겸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러 숙소를 나선다.

 

작은 도시라 근처에 맛집이 있을 것 같다.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로 맛집을 검색하니 숙소 근처에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로 유명한 집이 1위다. 숙소에서 가깝고 바닷가와 가깝다. 근데 간만에 몸소 검색까지 했는데 페티예 1위에 빛나는 맛집이 거의 패스트푸드에 준한다는 피쉬 앤 칩스다. 그래도 바닷가니 뭔가 다르겠지.

 

해안 길을 따라 식당을 찾아간다. 안탈리아와 달리 항구가 매우 크다. 해안 길을 따라 길게 부두가 나 있고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해안 길을 따라 한쪽은 부두, 한쪽은 카페나 레스토랑이다. 숙소에서 바다가 2~3분 거리라 좋다.

 

 

 

식당에서는 피쉬 앤 칩스, 샐러드와 터키 맥주인 에페스(Efes) 한 병을 세트로 해서 34리라에 팔고 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 양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관계로 도저히 식사거리는 되지 않는다. 맥주도 한 병 더 마실켬 세트를 하나 더 시킨다. 피스 앤 칩스 2그릇과 맥주 2병을 먹었다. 그제야 배가 부르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그래도 페티예 1위의 식당 맛은 아니다 싶다. 왜 이곳이 1위지?

 

 

 

오늘은 그렇게 페티예에서 하루를 마감하기로 한다. 이동하느라 피곤하니 잠도 일찍 자기로 하고. 첫날인데도 왠지 모르게 편안하다. 일단 3일을 예약했지만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아르메니아 예레반(Yerevan) 이후 처음으로 개인 커튼이 있는 도미토리에서 자니 더 아늑하고 편안하다. 별게 다 감사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