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예(Fethiye)의 아름다운 지중해안
여행을 하다보면 비싸다고 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돈을 들여 개인실에서 자면 더 편하게 잘 것 같은데 막상 늦게 까지 딴 짓을 하느라 더 숙면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도 불규칙해져서 리듬이 깨지는 경우도 많고. 안탈리아(Antalya)에서 3일 동안 개인실을 썼는데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해서 늦게까지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 보느라 오히려 더 잠을 못 잤다. 늦게 자니 늦게 일어나고, 게을러져서 여행기록도 더 안 썼다.
반면에 도미토리는 일단 방에 들어오면 자는 것 외에는 할 게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딴 짓 안 하고 규칙적으로 제 시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도미토리에 시끄러운 친구가 있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잠을 안 자는 경우도 혼자다 보니 막상 할 게 없어서 여행 정보를 찾거나 글을 쓰거나 해서 더 부지런해진다.
여기 호스텔은 침대에 개인 커튼도 있고, 만실이지만 방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들 예의가 있어서 제대로 숙면을 했다. 어제 일찍 자기도 했고. 거기에 더해 지중해안의 아침 햇살이 너무 좋다. 개운하다 못해 산뜻하다. 카파도키아(Cappadocia)에서 지중해 해안의 안탈리아로 오면서부터는 날씨가 너무 좋다. 방 커튼을 젖히니 창문 바로 옆 내 침대로 밝은 햇살이 하나 가득 들이 친다.
새로운 곳에 오면 항상 하듯이 그냥 발 닿는 데로 가보기로 한다.
12시 넘어 숙소를 나선다. 내 발이 가는 곳은 해안가. 그곳에서 산이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페티예(Fethiye) 시가지에서 해변을 바라보고 왼쪽 편이다. 조금 걸어가니 엄청난 규모의 마리나(marina)다. 해안에 크고 작은 하얀 요트들이 돛을 내리고 정렬해 있다. 이 작은 도시에 이런 많은 요트들이 있다니.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얀 요트들이 묘한 매력을 준다. 참! 뒤의 하얀 설산마저도.
어떤 요트들에는 제트 스키가 어떤 요트들에는 모터보트가 매달려 있다. 요트를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제트 스키나 보트를 즐기는 것이리라.
요트가 하도 많으니 이곳 어느 곳에 내 배가 묶여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다못해 친구 것이라도.
마리나를 지나치니 군부대가 나온다.
부대를 알리는 경고 사인이 무슨 포스터 같다.
이번에는 배를 수리하는 조선소가 나온다.
여기저기 수리와 보수를 위해 육지에 올라와 있는 요트들이 보인다.
그곳에 현지인들이 모여 있는 노천 식당을 발견했다.
메뉴는 하나, 고기를 갈아서 한국의 동그랑땡처럼 만든 괴프테(Köfte)다. 괴프테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들어가 보니 대부분 조선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조선소 부설 식당 같다.
이런 식당을 좋아한다. 맥주 한 병과 음식을 시킨다. 처음에는 음식 이름을 몰라서 그냥 손으로 가리키며 하나 달라고 한다. 나중에 보니 괴프테를 되네르(Doner)처럼 빵에 싸서 주는 것도 있고, 밥과 함께 접시에 담아 주는 것도 있다. 후자이기를 바랐는데 빵에다 준다. 조금 아쉽기 하지만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양도 꽤 된다. 맥주는 11리라, 괴프페는 10리라. 역시 현지인들 가는 곳에 가야한다. 밥과 함께 나오는 것은 되돌아오면서 먹기로 한다.
조선소를 지나가니 이번에는 한쪽은 숲이요 한쪽은 바다다. 중간에 작은 해수욕장도 나오고.
해수욕장 옆에는 야외 바비큐 파티장도 있다.
일요일 오후인지라 많은 가족들이 와서 바비큐를 굽고 있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나마 식사를 한 후라 참을 수 있다.
그곳을 지나서 조금씩 올라가자마자 맞은편에 페티예를 품은 파란 지중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풍경이 절경이다. 뒤로는 시가지와 바다를 품은 설산이 병풍 치듯 둘러싸고 있다.
마실 나오듯 나온 산책에서 이런 멋있는 풍광을 본다. 이래서 페티예를 오나보다.
안탈리아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제주의 중문단지 같다면 이곳은 보다 자연적이라서 좋다. 명당자리마다 차를 타고 온 현지인들이 자리를 깔고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며 일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돌아가는 길에 아까 점심을 했던 곳을 가니 영업을 정리하고 있다. 주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점심만 하나보다. 밥과 샐러드가 있는 괴프테가 맛있어 보였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걸어오다 또 다른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풍경도 좋고 저렴해 보인다. 거기서 아까 못 먹은 괴프테를 시켜 먹는다. 18리라. 역시 싸다. 양도 많고.
페티예가 참 맘에 든다.
배낭여행자가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단, 여름 성수기는 많이 북적될 것 같다.
페티예는 푸른 하늘, 파란 바다. 하얀 요트 그리고 빨간 지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푸른색, 파란색, 하얀색 그리고 빨간색. 참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저 멀리 하얀 설산들도 빼 놓을 수 없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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