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Hanoi)에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최악의 국제버스
D+043, 베트남 하노이 5-4: 하노이(Hanoi)에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최악의 국제버스(20181227)
하노이(Hanoi)에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최악의 국제버스 for me 성수기 동남아에는 안 좋은 추억이 많다. 숙소에서 픽업을 기다린다. 픽업 시간이 오후 5시였는데 30분이 넘어서야 오토바이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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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으로 1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 여정
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 라오스 북부의 루앙프라방(Luang Prabang)까지 버스가 달리는 거리는 870km다. 이 길을 버스로 1박 2일 간에 걸쳐 2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여행사에 말한 공식적인 시간이 24시간이지 실제 타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27시간 이상이다.
구글 지도 상에도 자동차로 19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여기에 국경 통과와 식사 시간을 더하면 얼추 시간이 나온다. 관건은 국경 통과에 걸리는 시간이다.
870km. 멀다면 먼 거리지만 사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왕복 거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거리를 24시간 이상 달린다는 사실은 그만큼 길이 험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국경을 넘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칸(Nan Can)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간다. 지도에 나오듯이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더 짧은 길들이 있음에도 버스는 가장 먼 길로 돌아간다. 아마도 다른 길들이 야간 운행이 어려울 정도로 험하거나 아니면 일반 대중교통은 다른 국경 검문소 통과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제 저녁 6시 버스는 하노이를 출발했다.
침대 버스지만 나는 통로에 누워서 가고 있다.
오버부킹으로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전반측(輾轉反側). 저녁 내내 한 가지 자세로는 도저히 힘들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서 잠을 청해 보지만 금방금방 깨고 만다. 몸을 좀 제대로 움직이려면 담이 걸릴 것 같다. 삼열의 침대 버스 통로에 잔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다행히 어제 저녁을 먹은 후로는 버스가 쉬지 않고 달린다.
사람들도 대부분 잠에 떨어졌다. 나만 잠 못 드는 밤인가.
같은 돈 내고 참 고생이다.
새벽 5시쯤 되었을까. 버스가 서더니 시동까지 끈다.
국경에 도착한 모양이다.
보통 새벽에 국경에 도착한 버스는 국경 문이 열리기까지 거기서 잠을 자면서 기다린다.
국경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좀 늦게 출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국경에는 출입국 심사를 받으려는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있게 마련이다. 출입국 심사와 짐 검색까지 국경을 통과하는데 빨라도 한,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조금만 늦게 와서 뒷줄에 서게 되면 언제 국경을 통과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걸 알기에 국경을 통과하려는 차량이나 사람들은 새벽같이 미리 와서 줄을 선다. 최대한 앞줄에 서서 빨리 수속을 끝내려는 것이다. 5분 늦었다가 50분이 아니라 5시간 이상 늦어질 수도 있다. 미리 와서 기다렸다가 일찍 받는 것이 국경 통과의 최선책이다.
다행히 국경 검문소에는 우리 앞에 다른 차량들이 없다.
짙은 안개에 싸인 베트남-라오스 국경
6시 반쯤 답답해서 차에서 내린다.
버스는 국경 검문소의 차단봉 바로 앞에 서 있다.
어둠이 걷힌 새벽의 국경은 짙은 안개로 싸여 있다.
바로 앞의 베트남 검문소도 보이질 않는다. 저 멀리 어느 곳에 라오스 국경 검문소도 있을 텐데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짙은 안개 속에 야릇한 긴장감이 더해진다.
여러 번 국경을 넘어 봐도 마찬가지.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흥분과 출입국 심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뒤섞이며 야릇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안개가 더하니 스릴까지 더해진다.
경계서는 군인에게 화장실을 물었다. 차단봉 너머의 한 건물을 가리킨다. 넘어가도 되나 보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이빨과 세수를 하고 돌아오니 버스 차장이 여권에 스탬프 찍는 시늉을 한다. 출입국 검사를 받으러 가라는 만국 공통어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차단봉이 올라가 있다. 대충 7시쯤 되었을 게다.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다.
버스 안의 승객들은 이제 슬슬 깨워서 출입국 심사로 보낼 모양이다. 앞뒤로 기다리는 차들이 없어서 차장들도 여유다. 베트남인지 라오스인지 모를 몇몇 사람들만이 나를 앞서 간다. 그들 뒤를 쫓는다. 지난 번 중국에서 넘어올 때처럼 외국인으로서는 맨 처음이다.
쫓던 사람들이 금세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안개에 싸여 앞뒤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국경 길을 홀로 걷는다. 조금 걸으니 앞에 네온사인이 보이고 베트남 국경 검문소가 나타난다. 반갑다. 없나 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티가 난다.
외국인 창구의 직원은 딴 짓을 하고 있다가 내국인들과 같은 곳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오라고 손짓을 한다. 딴 짓을 하고 있어서 내외국인이 같이 수속을 받는 줄 알았다. 갑자기 여권을 들여다보던 친구가 “15 days no visa?”라며 묻는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먹었다. 자기들이 더 잘 알 텐데 왜 물어보는지. 그렇다고 했더니 그냥 도장을 꾹 찍는다. 그냥 보내기는 섭섭했었나 보다. 아니면 한국인들이 이 국경을 자주 넘지 않던지.
출국 심사는 간단히 끝난다.
베트남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니 다리 하나가 나온다. 역시나 짙은 안개로 다리 너머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진짜 혼자 가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다. 내 뒤를 따라 오는 사람도 없다.
다리 초입에 어제 차장으로부터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을 들었던 청년이 서 있다.
먼저 아는 척을 해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친구 베트남 친구가 아니라 라오스 친구다. 현재 베트남 법대에서 유학을 하고 있단다. 겨울 방학을 맞아서 라오스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차장이 베트남 사람도 아닌 사람보고 통로에서 자라고 한 것이다. 베트남보다 못사는 라오스라고 무시한 것일까.
내가 만류하면서 그냥 자겠다고 했던 것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한국인 아니냐며 아는 척을 해준다. 유학을 하는 엘리트답게 영어도 곧잘 한다. 저 앞에 라오스 국경이 있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안개에 싸인 국경 다리를 건넌다.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제 베트남과는 안녕이다.
며칠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넘으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다리를 넘어 안개 낀 새벽길을 더듬어 걸으니 다시 건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건물 앞에 라오스 국경 검문소라는 푯말도 보인다.
이번에도 외국인 담당 친구는 내국인 담당하는 옆 창구만 보고 있다. 내가 창구 앞에 서서 머뭇거리니 손을 내민다. 여권 달라는 것이다. 여권을 보여주니 확인을 하고 바로 출입국 신고서 한 장을 건네준다. 출입국 신고서를 쓰고 있으니 이탈리아 친구가 왔다.
출입국 신고서를 여권과 함께 다시 건네주니 도장을 쿵 찍어주고 다시 돌려준다.
이렇게 입국 신고마저도 허무하게(?) 끝났다.
동남아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다보면 돈을 요구하는 검문소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아직까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여기도 그냥 도장만 잘 찍어 준다. 하노이에서 루앙프랑방(Luang Prabang)로 가는 이곳 국경에서도 돈을 좀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너무 없어 보이나.
한국의 여권 파워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 여권은 정말 최고다.
세계여행을 하는 웬만한 유럽권의 친구들조차 부러워한다.
바로 뒤에 쫓아오던 이탈리아 친구는 한참 뒤에 나온다. 손에 잔돈을 들고. 역시나 입국 비자를 받은 모양이다. 입국 비자를 받으려면 비자 신청서와 사진, 그리고 비자 수수료가 들 뿐만 아니라 비자 처리를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그나마 이 친구는 빨리 와서 금방 끝난 것이지 다른 서양 애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나왔다.
라오스와 베트남 등의 사회주의 국가는 미국 등의 몇몇 서방 국가들과는 무비자 협정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와 같이 무비자로 나온 친구가 한 명 더 있다. 스위스 여자애였는데 사람들 속에서 자랑질이 한참이다. 자기 나라는 웬만한 나라에서 무비자라고. 거기에 내가 살짝 숟가락을 얹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국경 심사가 금방 끝나니 너무 싱겁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 맞다. 배부른 소리다. 대신 많이 기다려야 한다. 베트남과 라오스 현지인들과 함께. 입국 비자를 받은 서양 친구들도 속속 도착한다.
안개가 걷히는 대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오는 라오스에서 한참을 더 기다린다.
사람들도 속속 도착하니 이번에는 버스의 물품 검역을 한다.
차들이 많지 않아서 그것도 수월하게 끝난다.
다들 탑승했는데 버스가 갈 생각을 안 한다.
사람들도 거의 다 탔고, 물건 검역도 끝났는데 왜들 안 가는지 좀 묻고 싶은데 말이 통하질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 한 10시쯤 되었나 한 차장 친구가 손에 여권 다발을 들고 버스에 탑승한다. 아마도 베트남 여권을 차장 한 명이 대표로 맡아서 입국 수속을 했나 보다.
베트남인은 쉽게 통과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 많이 걸리네.
바로 버스가 출발한다. 새벽 5시쯤에 국경에 도착해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니 국경 통과만 자금만치 5시간 걸렸다. 아니다. 국경 문이 열린 것은 오전 7시쯤이니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도 버스 한 대 국경 통과하는데 3시간이 걸리다니 심하다. 버스가 새벽같이 와서 기다린 이유를 알겠다.
버스가 24시간 이상 걸린다는 말은 버스가 줄기차게 24시간 이상을 달린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국경에서 시간을 까먹고 또 식사 시간이나 휴게소 시간도 포함된다. 가끔은 짐 실고 내리는 데에도 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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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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