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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58, 태국 치앙마이 1: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로 (20190111)

경계넘기 2021. 5. 22. 15:13

 

 

치앙라이(Chiang Rai)에서 치앙마이(Chiang Mai)

 

 

치앙마이(Chiang Mai)로 떠나기로 했다.

 

치앙라이(Chiang Rai)에서 난민 생활을 하느니 그 편이 낫겠다 싶다. 치앙아리에서의 두 번째 숙소도 오늘 옮겨야 한다. 성수기의 저주. 예약이 차서 연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맘에 들면 더 체류하는 자유 여행가에게 성수기는 이래서 힘들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치앙라이에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서다.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없을뿐더러 34일 동안 있었지만 맘에 드는 카페나 식당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치앙라이가 절대 흥미 없는 도시는 아니리라. 그저 나와 궁합이 맞지 않을 뿐이다.

 

여행지에도 궁합이 있는 법이라 남들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곳있는 가하면 나는 참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싫다는 곳이 있다.

 

숙소를 옮기나 아예 도시를 옮기나 일단 짐을 싸는 이상 수고로움만 조금 더 할 뿐 별반 차이가 없다. 더욱이 이곳처럼 숙소 바로 옆이 버스 터미널이라면 그 수고로움조차도 거의 차이가 없다.

 

오전 820분쯤 짐을 챙겨서 공용 거실로 나온다. 945분 버스라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이동하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갖는 여유다.

 

915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나선다. 버스 터미널이 코앞이라 시간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45분 버스니 아직도 30분 가까이 남는다. 더 천천히 나와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공항이나 역에 1시간 정도 미리 나오는 습관이 무섭다.

 

 

 

치앙마이 가는 버스표는 어제 사 두었다.

 

어제 저녁 밥 먹으러 나오면서 숙소 직원에게 버스 편을 물어보니 차편은 많지만 내일부터 주말이니 혹시 표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금 사두라고 했다. 터미널도 가깝고, 치앙마이 가는 버스도 많다고 해서 오늘 그냥 터미널에 와서 표를 살 생각이었다.

 

직원의 말에 바로 터미널로 갔었다. 그린 버스(Green Bus) 창구에 가니 줄이 길게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표를 사려하니 적당한 시간대의 버스는 이미 좌석이 없었다. 이른 시간대나 늦은 시간대의 표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아침 940분 표가 있어서 그걸 샀다.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난처할 뻔했다.

 

시간에 맞춰 버스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버스 상태는 나쁘지 않다. 태국에서는 그나마 그린 버스가 괜찮다고 해서 되도록 그린 버스를 타려고 한다. 물론 더 좋은 버스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버스들은 일반 터미널이 아니라 주로 사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지라 찾아가기 귀찮아서 잘 타지 않는다.

 

 

 

옆자리가 비워서 편하게 가나 싶었는데 중간에 군데군데 정류장에 서더니만 이내 좌석을 다 채운다. 처음부터 옆자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기대라도 안할 터인데 괜한 희망고문만 시킨다.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 가는 길은 잘 정리되어 있다. 길의 풍경도 예쁘다. 곳곳에서 국립공원을 관통하는지라 아름다운 숲속 길을 달리기도 한다. 오토바이나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달리고 싶은 길이다. 왕복 2차선과 4차선이 대체로 반반씩 섞여 있지만 곳곳에 4차선 확장공사다. 다음에 오면 잘 깔린 4차선을 만나겠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 구간이 관광지인가 보다. 도로 곳곳의 전망 좋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예쁜 카페나 작은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생각 외로 태국에는 도시 근교에 예쁜 카페들이 많다. 도시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에도.

 

한국에서는 마이카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90년대 이후 사람들이 차를 많이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서울 근교의 가평이나 청평 등지의 경치 좋은 곳에 멋진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사실 젊을 때 차를 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주말이나 저녁에 여자 친구 또는 남자 친구와 교외로 드라이브도 하고 풍경 좋은 카페에서 분위기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 다녀오고는 이내 다시는 가지 않는다. 왜냐고?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울은 주말에 인근의 가평이나 청평 한 번 나갔다 돌아올 때 거의 초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좁은 국도 길이 차로 꽉꽉 막혀서 안 막히면 30분도 안 되는 길이 2~3시간 기본이다.

 

뭘 모르는 사람들이나 주말에 교외로 나가자고 하지 아는 사람들은 주말에 오히려 도심에서 논다. ‘평일 시내, 주말 교외는 이상이고 평일 교외, 주말 시내가 현실이다.

 

태국에서 자동차가 보편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남아에서 대부분의 성인들은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으니 확실한 마이카 시대다. 치앙라이든 빠이(Pai)든 작은 관광 도시로 갈수록 도시 외곽에 정말 예쁜 카페들이 많다. 그래서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뚜벅이들은 아무래도 여행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오후 120분에 버스는 치앙마이 터미널에 도착한다.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중간 중간 터미널이나 정류장에 서지 않는다면 3시간 정도 거리다. 해외여행에서 차로 3시간 거리는 그냥 옆 동네다.

 

치앙라이는 처음이었지만 치앙마이는 이번이 2번째.

 

터미널의 모습은 3년 전과 비슷하다. 터미널에서 어떻게 구시가지로 들어가나 고민하고 있는데 승강장 건너편으로 빨간색 썽태우들이 보인다. 차 외벽에 30밧이라고 크게 써 있다. 정액을 받고 운행하는 썽태우인가 보다. 지난번 치앙라이에서도 있더니만 요즘 태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나 보다. 썽태우나 택시 기사들과 승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다.

 

썽태우 승차장 옆으로 플래카드가 한 장 크게 걸려 있다. 그랩(Grab)은 불법이라는 플래카드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우버(Uber)로 불리는 승차 공유 서비스다. 태국에서도 한국처럼 택시나 툭툭 기사들의 공유차량 서비스에 대한 반대가 심한가 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서비스인가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택시 등과 같은 대중교통 서비스의 존재 이유는 기사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타는 사람들, 즉 승객에 있다. 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객들 역시 그것을 원한다면 그것으로 가는 길은 불가피하다. 막는다고 막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걸 여실히 보여주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바가지로 악명 높던 대중교통 서비스가 그랩(Grab)의 등장으로 한국보다 더 나은 친절과 정직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랩만 이용한다면 베트남에서의 대중교통 이용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편리하고 친절하다. 그랩이나 우버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도 있다면 나라도 택시는 절대 타지 않는다. , 절대 타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택시에 당한 설움이 어디 한, 두 번인가?

 

타패 게이트(Tha Phae Gate) 앞에서 내린다.

 

치앙마이의 여행과 관광 중심은 구시가지 즉, 올드타운이다. 이 구시가지는 정사각형 모양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타패 게이트는 동문으로 구시가지의 가장 중심 문이다. 구시가지의 여행자 거리도 이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치앙마이는 대충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예약한 숙소는 타패 게이트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는 곳에 있다. 성 안은 아니고 바로 성 바깥이다.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새로 오픈 한 곳이라 해서 시설이 모두 새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존에 있던 호스텔을 약간 리모델링 한 정도다. 침대나 침구 등도 그전에 쓰던 것들을 그대로 쓰는지라 오히려 많이 낡았다.

 

1박에 350. 도미토리지만 개인공간이 좀 넓은 곳으로 했다. 도미토리만 친다면 동남아에서 태국의 숙박비가 가장 비싼 느낌이다. 베트남이 가장 싸고, 그 다음 라오스고 태국이 가장 비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베트남과 라오스는 기본적으로 조식이 나오는데 태국에서는 조식 나오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흔하지 않다. 조식까지 고려한다면 태국의 도미토리 숙박 가격은 여타 동남아 국가의 1.5배에서 2배 가까이 비싸 보인다.

 

 

 

오후 늦게 잠시 나가서 저녁만 하고 곧 숙소로 돌아온다.

식당은 숙소 직원에게 맛집을 물어서 갔다.

 

 

 

오는 길에 예전에 자주 다녔던 길을 가봤다. 예전에 묵었던 숙소는 현재 철거 직전이고 바로 맞은편의 숙소는 새로 지어져서 호텔 급으로 변해 있다. 자주 가던 카페도 인테리어는 그대로인데 햄버거 집으로 바뀌어 있다. 3년밖에 안 되었는데 모든 게 바뀌어 있으니 아쉽다.

 

치앙마이는 와봤던 곳이라 치앙라이보다는 편하다. 그리고 치앙라이와 달리 숙소든 식당이든 대체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관광객들이 분산되어서 좋다.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 관광객 입장에서는 확실히 치앙마이가 편하다.

 

비수기라면 모르겠지만 성수기라면 아예 인프라가 많고 잘 갖추어진 치앙마이를 권하고 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