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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이야기 7: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20220523-3)

경계넘기 2022. 6. 12. 08:20

 

 

노가다(건설 노동)의 분야, 공종(工種)

 

 

노가다(건설 노동)에도 당연히 여러 분야가 있다.

 

이를 공종(工種)이라고 한다. 건설 노동(노가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 중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노가다처럼 일본어에서 나온 용어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용어들 중에서도 사전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종도 그렇고 지난 번 글을 쓴 공수제라는 용어도 그렇다. 이들 용어도 일본어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노가다 일을 잡기 전에 노가다 일의 종류, 즉 공종을 알아봤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덜 힘든 일을 찾으려는 노력에서였다. 힘든 일을 기피해서라기보다 내 체력에 맞는 일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괜히 돈 많이 준다고 덥석 시작했다가 골병들거나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힘에 부쳐 일을 그만두면 인간의 본성 상 다른 노가다라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노가다의 공종에는 배관, 전기, 덕트, 칸막이, 양중, 비계 등이 대표적이다.

 

배관과 전기는 말만 들어도 대충 알 수 있을 게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일이 덕트, 칸막이, 양중, 비계가 아닐까 싶다. 덕트는 천장이나 벽에 다는 커다란 관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환풍기. 환풍기 외에도 여러 갈래의 전기선이 지나가는 덕트도 있다. 이런 덕트를 다는 일이다. 당연히 덕트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일이 힘들거나 편할 것이다.

 

칸막이는 석고보드 등으로 벽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아파트나 일반 빌딩과 달리 공장은 대개 각층이 기둥만 있고 창고처럼 뻥 뚫린 채로 짓는데 여기에 방을 만들 때에는 석고보드로 벽을 세운다. 양중은 자재 등을 나르는 일을 말한다. 흔히 노가다하면 벽돌이나 시멘트 포대 등을 등짐으로 나르는 모습을 연상하는데 요즘에는 보통 대차라는 큰 카트를 이용한다. 비계는 건물을 지을 때 벽에 임시로 계단이나 발판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흔히 건설 현장의 외벽에 쇠판으로 만들어진 간이 계단과 발판을 보게 되는데 이를 만드는 일이 비계다.

 

이들 공종 중에서 배관 < 전기 < 덕트 < 칸막이 < 비계의 순으로 힘들다.

 

노가다 경험자들의 의견을 정리해보자면 배관이 가장 편하고, 비계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 순서는 일의 기술적 난이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많이 드느냐 적게 드느냐를 말하는 것이니 혼동이 없기 바란다. 양중은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른 듯하다. 대차로만 이동하면 가장 단순하고 쉬운 일이지만 몸으로 직접 날라야하는 경우가 많다면 무척이나 힘들다. 덕트를 가운데에 두고 초보자가 할 만한 공종은 배관과 전기고 힘든 공종은 칸막이와 비계다. 특히 비계는 초보자가 하다가 며칠 못가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안전하고 더 편한 안전 관련 공종도 있다.

 

앞서의 공종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인데 이런 안전 관련 공종에는 안전감시단, 화재감시단, 유도원, 신호수 등이 있다. 직접 건설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유지하고 감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종이다. 건설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이 규정대로 안전하게 일을 하도록 돕거나 감시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 관련 인력들의 수급이 중요해졌다.

 

안전 관련 공종은 직접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힘들 일도, 위험할 일도 없다. 다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니거나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게 다리가 아프고, 시간이 무지하게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개 건설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잔소리를 해야 하는 일이라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안전 관련 공종은 일당이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건설 공종들에 비해서는 일이 편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게다. 건설 현장에서 이들 안전 관련 공종들에 상대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차이가 있다.

 

우선 건설회사에 따라 안전 관련 공종에 주는 임금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면 삼성물산처럼 안전 관련 공종에는 시급제를 적용하는 회사가 있다. 주간 일당은 비슷하더라도 연장과 야간에 시급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당이 무척 짜다. 반면에 삼성엔지니어링이나 SK에코플랜트처럼 안전 공종에도 공수제를 적용하는 회사도 있다. 이 경우 주간 일당이 적더라도 연장과 야간이 많은 경우 무척 짭짤하다.

 

아웃소싱이냐 직접 채용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안정 관련 인력들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아웃소싱 안전업체들이 있다. 이곳을 통해가는 경우는 임금이 짤 뿐만 아니라 식대나 무료 숙소 등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건설 현장의 업체들이나 팀에서 직접 구하는 경우는 대개 일도 편하고 공수제로 주기 때문에 임금도 높다. 업체에 따라 숙소와 식대가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업체나 팀에서 직접 구인하는 경우는 대개 인맥을 통해 아름아름 구하는 경우가 많고, 대개 여성을 선호하는 편이라 일을 얻기가 쉽지 않다.

 

내가 얻은 일은 안전 공종, 그 중에서도 팀 유도원이다.

 

유도원이란 말 그대로 건설 현장에서 장비나 차량을 유도하고, 작업 현장에서 사람을 통제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업무를 맡는다. 한 마디로 몸 쓰는 일은 거의 없고 주로 걷거나 서 있는 일이 주된 업무다. 여기에 팀에서 직접 구하는 유도원이라 단가도 비교적 높고, SK하이닉스의 공사를 담당하는 SK에코플랜트가 안전 공종에도 공수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공수제로 임금을 받는다.

 

내가 받는 일당 14만 원은 팀 유도원 중에서도 단가가 조금 높은 편이다. 이는 나를 뽑은 팀이 물량에 따라 수익을 챙기는 물량팀이기 때문이다. 물량팀은 대체로 단기간 치고 빠진다. 같은 물량을 빨리 끝낼수록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5월에서 10월까지 일을 한다. 단기로 일을 하는데다 급하게 사람을 구해야 해서 단가를 조금 더 쳐준 게다.

 

모든 조건이 다 들어맞는 일이란 없다.

 

일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1차 조건에 부합한다면 나머지는 대충 맞추면 된다. 원했던 안정 관련 공정인데가 팀 구인으로 일당이 나쁘지 않다. 다만 단기라는 점이 아쉬운데 5개월 후에는 경력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니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얻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공종의 일을 해볼 수도 있고. 아니면 청주를 떠나 아예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해볼 수도 있고. 항상 미래의 여지가 많은 게 좋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