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이야기 22: 특성 하나, 커뮤니티는 일반 봉사와 접근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20230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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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둘, 프로젝트에서는 ‘균형 잡힌’ 역할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젝트 사업은 기술적인 의미에서도 무척 까다로운 사업이다,
프로젝트 사업에서는 단순히 사업의 내용만이 좋아서는 안 된다. 조직 구성의 기술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기획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역할 분담, 즉 업무 분장이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티 사업은 대표적인 프로젝트 사업이다. 프로젝트 사업은 운동 경기로 치면 농구, 배구, 축구와 같은 팀 경기다.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 또는 ‘업무’가 중복되거나 중첩된다. 여기서 역할 또는 업무는 ‘권한’과 ‘책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프로젝트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공동 작업으로 인한 비효율성, 무임승차, 책임 회피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시민사회 활동에서 갈등이나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의도로 모여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역할 분담, 즉 업무 분장을 제대로 안 하고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자원봉사와 같은 활동에서는 비전문가나 무경험자들도 많이 참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안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 비효율성
업무 분장이 안 되어 있다 보니 구성원 모두가 몰려다니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활동 초반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온다. 모두가 같이 할 필요가 없는 일에도 모두 달려들어 하게 되니 비효율성이 높아진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임승차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정작 필요할 때에 여력이 남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2. 무임승차자와 책임 회피
사람보다 능력이 다르고, 열정이 다른 만큼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개인 간 성과 차이와 의도적인 무임승차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성과가 나쁜 사람이거나 무임승차자라고 하다라도 활동의 공은 같이 나눠 갖는다. 처음부터 업무 분장이 제대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활동의 공과를 구분할 수 없을 뿐더러 시민활동이다 보니 굳이 그 결과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무임승차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갈등이 잠재된다. ‘좋은 게 좋을’ 때야 대충 지나갈 수 있겠지만 무언가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나오면 잠재된 갈등은 폭발한다. 좋은 의도로 모인 사람들일수록 ‘좋은 게 좋다’는 심정으로 많이 참게 되는데 그만큼 갈등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3. 공유지의 비극
‘공유지’는 경제학에서 나오는 용어다.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이 관리하는 땅을 말한다. 공유지에서는 서로가 더 많이 땅을 이용하려다 보니 더 황폐해지기 쉽다. 이 논리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수익은 없지만 관리는 필요한 공유지의 경우 서로가 관리를 미루다 보니 더 황폐해진다. 간단한 예로 이웃하는 두 집 가운데 공터가 있는 경우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집 앞 길을 쓸 때도 그렇다. 두 집 사이에 공유지가 있으면 이곳에만 쓰레기나 눈이 쌓인다.
나는 이 ‘공유지의 비극’ 논리를 업무에도 곧잘 적용한다.
나는 역할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업무를 ‘공유지’라고 부른다. 기술적으로 업무 분장이 어려운 공유지들이 의외로 많다. 당연히 업무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이 나온다. 일반적으로는 이 공유지 업무를 서로 안하려고 미룬다. 더욱이 책임 문제가 불거지기 쉬운 공유지 업무는 더욱 그렇다. 물론 역의 문제도 일어난다. 이 공유지가 업무량에 비해 성과가 분명하고 또한 그 성과가 외부로 잘 드러나는 일이라면 서로 하려고 달려든다. 서로 미루든 서로 달려들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유지 업무가 전체 프로젝트에서 중요하면 할수록 프로젝트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그만큼 갈등의 중요한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업무 분장에서는 이 공유지 업무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업무 분장은 반드시 ‘균형 잡혀야’ 한다.
업무 분장에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정인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쏠리지 않아야 한다. 이는 업무 분장의 개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가장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지금 우리와 같이 구성원 개인의 역량과 의지를 서로 잘 알 수 없거나 경험이 없는 구성원이 대부분인 경우 ‘균형 잡힌’ 업무 분장이 가장 필요하면서도 역으로 가장 하기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사실 업무 분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적다. 업무 분장을 업무나 책임을 단순히 세분화시키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업무 분장은 조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작업이다.
동네축구 이야기다.
요즘 유치원 애들도 축구하면 다들 역할 분담, 즉 포지션을 정한다.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는 기본에 미드필드까지 있다. 아무리 동네축구라도 포지션을 정하지 않고 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무슨 강아지 떼 마냥 공만 보고 우르르 몰려다닌다! 각자의 포지션은 경기 휘슬과 동시에 개나 줘 버린다. 이러니까 동네축구다. 각자 포지션을 제대로 지키며 조직적으로 축구를 한다면 아무리 애들이 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동네축구라 부르지 않는다.
이게 동네축구만의 일일까?
이번에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야기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야기다. 히딩크 감독 부임 전 한국 축구 전문가들은 다들 한국 대표팀의 문제를 “조직력이나 정신력은 좋은데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기술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정 반대로 평가했다. “기술력은 유럽에 비해 뒤지지 않은데 조직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선수 개인의 전술 이해도가 많이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축구대표팀이 단일민족답게 조직력이 끈끈하고, 영리한 민족답게 전술이해도도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우리의 편견이었다. 오히려 조직력과 전술이해도가 낮단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평가는 우리에게도 충격이어서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결과로 자신의 평가가 맞았음을 증명했다.
조직력이나 전술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우리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을 제대로 이해도, 소화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골목축구만 포지션이 엉망인 게 아니다. 프로 중의 프로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마저도 포지션이 엉망이었다. 그만큼 업무 분장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니 업무 분장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프로젝트 사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게 좋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다간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다음 글에 이어서......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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