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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이야기 25: 나의 포지션......, 재수없거나 얄밉거나(?)(20230510-7)

경계넘기 2024. 5. 28. 19:24

 

Koica 이야기 24: 특성 셋, 시민사회의 의사 결정은 상향식(bottom-up)이어야 한다

 

Koica 이야기 24: 특성 셋, 시민사회의 의사 결정은 상향식(bottom-up)이어야 한다 (20230510-6)

Koica 이야기 23: 특성 둘, 프로젝트에서는 ‘균형 잡힌’ 역할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Koica 이야기 23: 특성 둘, 프로젝트에서는 ‘균형 잡힌’ 역할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30510-5)Koica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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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포지션......, 재수없거나 얄밉거나(?).

 

 

우리는 역설적인 상황(구조)에 놓여 있다.

 

시민사회 활동에서 의사결정은 구성원들의 손에 달려 있어야 한다. 지시나 명령이 아닌, 구성원 자신들의 자발적인 제안과 조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구성원 각자의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종합 사업으로서 커뮤니티 사업에는 사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업무 분장 등 조직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즉 상향식은 하향식보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업은 일반봉사 사업보다 구성원들에게 더 높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한다.

 

반면에 우리의 팀은 경험 없는 구성원이 대부분이다. 경험 없는 사람들이 더 높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사업들을, 또한 더 높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바로 이 역설적인 격차가 스트레스와 갈등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요인이다. 이 격차를 줄여주는 게 바로 PMC의 역할이지만 현재 우리의 PMC는 자기 앞가림만도 바쁘다.

 

그럼 나는?

 

기업과 대학에서 프로젝트 경험이 다소 있다. 마케팅 대행사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프로젝트 사업에는 익숙한 편이다. 대학교의 시민사회 관련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덕분에 시민사회와 커뮤니티 사업 등에도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다. 물론 다른 단원 쌤들에 비해서 경험이 좀 더 있다는 것이지 전문가는 아니다.

 

우리의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자면,

우리 프로젝트 팀은 동네축구 팀인 셈이고,

나는 그곳에서 그나마 공 조금 차본 사람이 된다.

 

 

 

 

어떻게 이 구조적 갭을 줄일 수 있을까?

 

 

 

다음의 세 가지 행동 원칙으로 나의 역할을 갈음한다.

 

첫째, 기다림의 미학.

 

 

소크라테스의 대화법(문답법)에서 그 답을 찾는다.

 

경험 없는 단원들이 어떻게 상향식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비평을 하며, 때로는 사례와 예시를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서 나의 역할을 찾는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문답법)을 차용했다. 이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 방식이다. 흔히 대학에서 하는 토론식 수업이나 세미나식 수업이 이에 해당한다.

 

어느 분야든 누구나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 아이디어나 생각을 사업에 맞게 현실성 있게 풀어내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더 신선한 아이디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단원 쌤들이 가지고 있는 그 신선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현실성 있게 풀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는 기다림의 미학을 요구한다. 서양의 엄마들이 자녀가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고 기다려 주듯이, 팀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야 주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어 주는 것이다. 이게 우리 팀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가장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넘어지면 번개 같이 달려가 일으켜 세워 주는 한국 엄마들이 그게 자녀들의 자립심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속이 타니 몸이 먼저 가는 게다. 서양 엄마들이라고 자녀에 대한 그런 애타는 마음이 없을까! 그걸 억누르면서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니 어찌 더 힘들지 않을까!

 

나 역시 업무 추진에 있어서 하향식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 의미는 내가 일의 속도와 효율성을 엄청 중시한다는 말이다. 그런 내가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는 건 나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을 할 때가 있다면 그건 내가 희생적이라기보다는 기다리기가 답답하거나 짜증이 나서 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업무 분장은 단호하게.

 

 

역할 분담 즉 업무 분장에서는 단호할 생각이다.

 

시민사회 활동은 순수한 목적과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순수한 목적과 자발적 참여가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순수한 목적과 자발적 참여로 모이다 보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제대로 된 역할 분담을 잘 안 하게 된다. 역할 분담은 곧 책임을 지우는 일이기 그렇다. 제대로 업무 분장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하면 남들에게 자신이 까탈스럽거나 책임지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조직에서 갈등과 다툼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시민사회 조직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악역을 맡아 단호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 아울러 업무 분장에는 조직이나 프로젝트에 관한 기술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업무 분장을 균형 있고 형평성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안 되면 오히려 업무 분장이 갈등과 분란의 더 큰 원인이 된다. 그래서 혹 업무 분장이 잘못 되었을 때는 업무 분장을 하자고 한 사람이 총대 맬 각오도 해야 한다.

 

우리 팀에서 이 악역을 맡을 사람이 누굴까?

아무래도 이지 않나 싶다.

 

 

 

 

셋째, 되도록 나서지 않는다.

 

 

이건 조직에서의 역할보다는 위치에 해당한다.

 

초등학생 동네축구 이야기로 가보자. 어쩌다 어른이 초딩들이 하는 동네축구에 끼게 되었다고 하자. 어떤 포지션을 맡아야 할까? 공격수! 안 된다. 어른이 공격수를 맡게 되면 본인 원맨쇼로 끝나기 딱 좋다. 애들은 그저 어른 쫓아다니다 끝난다.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공격수를 맡게 되면 골 욕심이 나게 마련이다. 이럴 땐 골키퍼나 최종수비수 정도가 가장 좋은 포지션이다. 같은 팀 아이들도 주눅 들지 않고 축구를 즐기고, 상대 팀도 그 정도는 받아들 수 있다.

 

경험자가 자꾸 나서면 그 사람 위주로 일이 진행된다.

 

아무래도 경험자이다 보니 일의 진행도 빠르고, 결과도 좋을 수 있다. 상대방도 경험자가 훨씬 편하다. 아무래도 무경험자는 소통이나 의사결정은 느리면서도 시행착오는 많기 때문이다. 경험자가 계속 나서다 보면 팀은 전체적으로 소극적이고 무기력해지고, 경험자는 모든 일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서게 된다. 흔히 나 아니면 우리 조직은 안 돌아가!‘라고 말하는 리더들이나 팀장들이 이런 식으로 팀을 망가트린 장본인들인 경우가 많다. 분명히 말하지만 단기전일 때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전일 때는 결코 이렇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갈등과 분란의 원흉이 된다.

 

되도록 뒤로 빠져야 한다. 이건 첫째 원칙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사회든 조직이든 경험자나 연장자가 해줘야 하는 것은 나서는 것이 아니라 받쳐주는 것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동 원칙을 설정해 놓고 보니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이번 봉사활동이 재미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위의 세 가지 행동 원칙은 영락없이 나를 뒤에서 잔소리만 하는 인간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일이다. 단원 쌤들에게 딱 재수없거나 얄미운 인간이 되는 길이다. 축구 한 게임 뛰면서 골맛 좀 보려 왔는데 골키퍼나 하면서 뒤에서 잔소리만 해야 하니 이게 나에게도 재미있을 리가 없다.

 

이번 프로젝트 봉사단은 2년을 할 수 있다. 나는 2년을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하지만 지금 1년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