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냐짱(Nha Trang)에서 태국 파타야(Pattaya)로 대중교통으로 가기
베트남 냐짱(나트랑, Nha Trang)을 떠난다.
냐짱에서 거의 석 달이 다 되어간다. E비자 90일로 들어왔으니 만료 전에 다른 국가로 이동해야 한다. E비자 연장이 베트남 내에서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공식 E비자 신청 사이트에는 E비자 발급 조건의 첫 번째로 ‘베트남 외부에 있는 외국인(Outside Vietnam foreigners)’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내에서 신청한 경우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태국 파타야(Pattaya)는 일종의 비자런(visa-run) 목적이다.
딱히 생각이 있어서 파타야에 가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 조금 더 있고 싶어서 비자 연장을 위한 비자런 장소다. 무비자 45일로 베트남에 다시 들어오려면 육로로 캄보디아나 라오스 찍고 바로 들어오면 된다. 하지만 E비자를 받을 생각인지라 시간이 필요하다. E비자는 나오는 데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3~5일 정도 걸린다. 베트남 외부에서 최소 일주일 정도는 체류해야 한다.
여러 곳을 고민했지만 그냥 한 달 지내기에 저렴하고 편한 곳이 파타야로 보였다. 바다도 있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비수기라 방값도 싸다. 특히 수영장이 있는 콘도가 저렴해서 맘에 들었다. 냐짱에서 요가를 했다면 파타야에서는 수영을 할 생각이다.
치앙마이 등도 생각했지만 솔직히 요즘 치앙마이의 방세나 물가가 파타야보다 비싸 보인다. 이번에 파타야에 내가 얻은 콘도는 조금 낡았다고는 하는데 바닷가 바로 옆에 있고, 꽤 깔끔한 수영장도 있다. 이런 곳이 에어비엔비로 한 달에 30만원도 채 안 된다. 아마 치앙마이에서 이런 콘도를 얻으려면 최소 70~80만원은 주어야 할 터이다. 비수기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명한 관광지가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특히 바다나 스키로 유명한 곳.
냐짱에서 파타야 가는 길은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다.
계획은 숙소에서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공항버스 사무실로 이동. 그곳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냐짱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는 방콕의 돈므앙 공항(Don Mueang International Airport)으로 들어간다. 돈므앙 공항에서는 A1 버스를 타고 모치 버스 터미널(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파타야 북부터미널(North Pattaya Bus Terminal)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예정이다. 그리고 파타야 북부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썽태우를 2번 갈아타고 갈 생각이다. 그랩을 타도 되겠지만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내 배낭여행의 규칙이자 고집이다. 특히 새로운 곳에 도착한 첫날은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하는데 택시를 이용하게 되는 날은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배낭여행객의 괜한 부심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냐짱 깜라잉 공항으로 간다
정들었던 냐짱을 떠난다. 새벽 3시에 눈이 떠진다. 샤워하고 마지막으로 짐을 챙긴다. 5시 넘어 체크아웃하고 바로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공항버스 사무실로 이동한다. 이른 새벽의 길이라 시원하다. 도로에는 이미 많은 오토바이와 차가 다닌다. 오토바이를 타고 정들었던 길을 지나가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 올 생각이지만 인생사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
공항버스 출발지인 사무실은 지난 일요일에 직접 가서 확인했다. 냐짱 해변의 롯데마트에서 5분 거리다. 6시 첫차 시간도 확인했다. 사무실 벽에 있는 시간표에는 훨씬 이른 시간도 있었는데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6시가 첫차란다. 벽에 붙은 시간표를 보니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시간대가 있는데 아마도 그 시간에만 버스가 있나 보다.
6시 정각에 버스가 움직인다. 중간 중간 정류장에서 사람을 태우는데 주로 항공사나 공항 직원들로 보인다. 중간에 요금을 걷는데 6만 5천동이다. 그랩으로 확인했을 때 내 숙소에서 냐짱 공항까지 그랩 차로 35만동 정도 했다. 35만동이면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 되는 돈이다. 그걸 그랩 오토바이 포함해서 대략 5천원에 간다. 냐짱에서 공항까지 1시간 조금 안 되게 걸린다.
내 비행기가 오늘 첫 비행기다.
냐짱 공항의 정식 이름은 깜라잉 공항(Cam Ranh Airport)이다. 공항버스가 깜라인 공항 국제선 청사가 아니라 국내선 청사에 내려준다. 그냥 버스에 앉아 있었는데 기사님이 나보고 내리라고 한다. 국제선은 바로 옆 건물이라고 걸어가란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올 때는 국제선 청사에서 공항버스를 탄다고 한다. 그런데 시내에서 공항 갈 때는 국내선 청사가 종점인가 보다.
국제선 공항 청사에 들어선다. 지금 시각이 오전 7시인데 냐짱 공항은 이제 막 영업 준비를 한다. 아직 문도 안 연 카페나 가게가 태반이다. 체크인 카운터가 운영되는 곳도 없다. 국제선 청사에 승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를 포함 4~5명 정도다. 내 비행기는 오전 10시 30분. 일반 공항이라면 무척 바쁜 시간일 터라 조금 서둘렀는데 괜히 그랬다 싶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에어아시아 체크인 카운터가 열린다.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얼른 가서 체크인을 한다. 통로 쪽 좌석을 요청하니 좌석은 자동 지정이라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의 의미는 가운데 좌석이라는 말이다. 10시 30분 내 비행기가 오늘 첫 비행기인 듯하다. 새벽같이 시작하는 베트남인데 공항은 늦게 시작한다.
냐짱 국제공항의 첫 출국자!
냐짱 국제공항의 출국 심사를 내가 첫 번째로 한다.
어떻게 내가 첫 번째인지 아냐고? 출국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잠겨 있다. 앞에 서성거리니 안에 있던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서 지금은 준비 중이니 밖에서 커피나 마시다가 조금 뒤에 오란다. 카페도 연 곳이 없는데 어쩌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시 부른다. 그냥 출국 심사 받으란다. 뭐야!?
그냥 직원이 아니라 출입국 심사관이다.
자기 출국 심사 창구 앞으로 오라고 하더니만 모니터를 켜면서 세팅을 시작한다. 정말 준비 전인가 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창구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괜히 미안해진다. 한참 세팅을 하더니만 내 여권을 달라고 한다. 드디어 출국도장이 찍힌다. 마침 그때 다른 심사관이 지나가는데 내 심사관이 그 심사관에게 볼펜을 달라고 하더니 내 여권에 뭔가를 적는다. 나와서 보니 출국 스탬프 날짜가 어제 날짜로 되어 있어서 그걸 수정한 거다. 급하게 하려다 보니 스탬프 날짜 바꾸는 걸 잊었나 보다. 더 미안해진다.
짐 검사 하는 곳도 한 군데만 열려 있다. 직원들이 모여서 잡담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부리나케 자기들 자리로 간다. 짐 검사도 첫 번째. 국제공항에서 첫 출국자라니! 덕분에 빠르게 출국 심사를 마쳤다. 걸린 시간이라고는 출국 심사관이 세팅하는 동안 기다린 시간이 대부분이다. 육로 이동 빼고는 가장 빨랐던 출국수속이다.
불현듯 내 생애 가장 빨랐던 출입국 수속이 생각난다.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의 날이었다. 중국 윈난성(云南省)에서 베트남 라오까이(Lao Cai)로 넘어오는 육로 길이었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에서 밤기차를 타고 국경에 도착한 게 깜깜한 새벽이었다. 중국 측 출국장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갔다. 출국장에서는 거의 세 번째인가 했다. 중국심사관은 여권만 보고 무심히 출국도장을 찍어줬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베트남 입국장이었다. 입국장에 들어서는데 베트남은 지금처럼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입국 도장을 받고 짐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아직 엑스레이 심사대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내가 배낭을 가리키며 어떻게 하냐고 묻는 제스처를 취하니 심사관이 손짓으로 그냥 나가란다. 그렇게 내 생애 가장 빠른 출입국 심사가 끝났다. 걸어서 다리 건넌 것 빼고는 출국 심사와 입국 심사 각각 3분 컷이었다.
에어아시아는 지연 없이 돈므항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비행기는 만석이다. 빈 자리 하나 없다.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요즘 동남아는 중국인들과 러시아인들이 꽉 잡은 것 같다. 10시 30분 정확한 시각에 냐짱 공항을 이륙한다. 한국에서 호찌민 올 때도 에어아시아를 탔었는데 요즘 에어아시아 지연이 없다. 오히려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돈므앙 공항 도착에 도착한다. 돈므항 공항의 입국 심사장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입국 심사에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 오후 1시 30분쯤 모든 입국 심사를 마친다.
돈므앙 공항에서 A1 버스 타고 모칫 터미널
(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
A1 버스 타고 모칫 터미널(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로 간다.
돈므앙 공항이 작아서 금방 찾는다. 헷갈리면 공항 직원 아무나 잡고 ‘A1 bus’만 말하면 알려준다. 요금은 버스에서 차장이 걷는다. 모칫 터미널이 짜뚜짝 BTS 역으로도 가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탄다. 대부분 BTS 역에서 내린다. 20~30분 정도 가니 모칫 터미널이다. 그곳에서 오후 3시 파타야행 버스(140밧)를 탄다. 파타야행 티켓 파는 창구는 금방 찾는다. 터미널에 들어서면 맞은편에 창구가 늘어서 있고 오른쪽 끝에 크게 파타야라고 써 있는 창구가 있다.
참, 모칫 터미널 세븐일레븐에는 일반 심카드를 판다.
한 달짜리가 199밧.
파타야 북부 터미널 도착
(North Pattaya Bus Terminal)
방콕의 교통 정체가 심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지만 역시나 방콕을 벗어나는 게 쉽지가 않다. 30분 정도 지연되어 5시 30분에 파타야 북부 터미널(North Pattaya Bus Terminal)에 도착한다. 방콕에서 파타야까지는 원래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오는 내내 창밖으로 짙은 먹구름만 보인다. 곧 비라도 내릴 심산이다.
썽태우를 타고 싶었지만 그냥 그랩을 부른다.
원래 계획은 파타야 북부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썽태우를 2번 갈아타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파타야의 하늘이 영 수상하다.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은 지금 당장 비가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하등 이상하지가 않다. 터미널을 벗어나면서 고민을 좀 하다가, 그냥 그랩을 부르기로 한다. 아무래도 썽태우 타고 가다가는 비 제대로 맞을 것 같다.
그랩을 부르고 잠시 서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파타야도 엄청 막힌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차가 거의 움직이질 못한다. 내 숙소가 있는 곳은 중심지인 파타야 해변이 아니라 파타야 해변 남쪽에 있는 좀티엔 해변(Jomtien Beach)에 있다. 중심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다. 차는 시내를 벗어나 외곽 도로에 들어서서야 제 속도를 낸다.
6시 조금 넘어서 숙소 도착.
생각했던 것보다는 숙소가 깔끔하다. 하지만 오래된 나무 싱크대를 보니 바퀴벌레는 있어 보인다. 여행할 때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바퀴벌레 약을 곳곳에 살포한다. 잠시 편의점에서 저녁거리와 물을 사가지고 들어오니 벌써 바퀴벌레 새끼들이 죽어 있다. 새끼가 있다면 당연히 성체도 있겠지.
방에 있는 에어컨에서는 물이 새고 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방이라 좀 눅눅해서 16도로 해놓고 나왔었다. 쓰레기통으로 물을 받는다. 드라이 모드로 바꾸고 온도를 좀 올리니 금세 멎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세탁기는 작동이 안 되는 듯. 역시 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날씨 때문에 파타야에서 썽태우를 이용하지 못하고 그랩차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잘 도착했다. 태국이든 베트남이든 웬만한 도시들은 대중교통 수단이 잘 갖춰져 있어서 굳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아도 쉽게 다닐 수 있다. 오늘처럼 피치못할 사정이 생길 때면 그랩이나 볼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여행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제 이곳에 정을 붙여야 한다.
대충 또 정 붙이면 살만 해진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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