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의 일상이 없는 곳에서의 먹거리 문제
괜찮은 로컬 식당이 없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아침식사를 할 만한 식당을 찾는다. 식당도 없지만 가격도 베트남 냐짱(Nha Trang)의 거의 2배 수준. 비싸도 너무 비싸다. 파타야가 저렴하다 하더라도 관광지는 관광지다. 어제 산책하면서 봐둔 곳으로 간다. 가격이 99밧으로 그나마 저렴한데 그만큼 음식도 썰렁하다. 이 근처 식당의 아침 식사가 대체로 좀 썰렁해 보인다.
아침 메뉴로 서양식 아침과 함께 태국식 아침도 있다. 태국식 아침은 죽과 커피, 디저트로 간단한 과일이 나온다. 어제 먹은 죽이 생각나서 태국식 아침을 주문한다. 어제는 산책하다 돌아오면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려서 먹거리를 사다 먹었었다. 죽과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이곳 죽이 한국 죽과 비슷하게 맛이 괜찮았다. 태국 사람들이 아침에 죽을 많이 먹는지는 몰랐다. 한국의 맛과 정말 비슷하다.
모기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나온다.
죽을 반쯤 먹었을까 다리가 간지럽기 시작한다. 느낌이 좋지 않다. 얼른 아래를 보니 모기가 장난 아니다. 바닷가 바로 옆 야외 식당이다. 요즘 평일 낮 온도가 32~33도에 이르고, 아침이긴 하지만 바람도 제법 불어서 모기 생각을 미처 못 했다.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온도가 20도 중후반이라고 한다. 그래서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밤 기온도 거의 30도에 육박하는 동남아의 한여름에는 아예 모기가 사라진다. 그래서 모기 걱정을 안 했는데, 어쩐지 파타야의 아침 기온이 선선하다 했다.
바닷가 바로 앞 식당이다. 분위기 좀 잡으며 여유롭게 식사를 하려 했으나 모기에는 장사가 없다. 한 손으로는 쓰고 있던 모자로 연신 모기를 쫓고, 한 손으로는 서둘러 식사를 한다. 내 꼴이 우스웠는지 종업원들이 웃는다. 커피도 숭늉 마시듯 얼른 마셔 버리고 일어난다. 대충 대여섯 방 이상은 물린 것 같다.
덥고 습한 나라에서 나는 야외 식당을 꺼린다. 모기 정말 잘 물리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온 동네 모기 다 몰고 다닌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에어컨 있는 식당이 아침 영업을 하는 곳은 더더욱 없다. 있더라도 아침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좀티엔 해변 주변에 먹을 만한 곳이 없다.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이나 레스토랑은 좀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은 여행자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라면 차라리 파타야 해변으로 갔지 뭐 하러 이곳 좀티엔 해변까지 왔겠는가!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 카페, 시장 등을 원한다.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도 난 여행객들이 가는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특히 네이버 등의 한국인 블로거들이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곳은 절대 안 간다. 그런 곳 가봐야 한국인들만 득실득실하고, 돈은 돈대로 내고 대우도 잘 못 받는다.
내가 찾는 식당은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길을 걷다가도 현지인들이 많이 있거나 줄을 서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슥 하고 들어간다.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인지도 잘 모른다. 이런 곳은 보통 영어도 안 통하고, 영어 메뉴판도 없다. 그냥 주위 한 번 둘러보고 많이들 먹는 것들 중에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나도 달라고 한다.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라면 더 이상 의문이 필요 없다.
내가 로컬 식당을 찾는 이유는 맛도 맛이고, 가격도 가격이지만 현지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다.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같은 방식으로 먹다보면 없던 정도 쌓인다. 나만 정이 쌓일까? 아니다. 식당의 현지인들은 낯선 외국인이 자신들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힐끔힐끔 본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는다. 뭐랄까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재래시장도 없다.
어제, 오늘 둘러본 결과로는 좀티엔 해변에는 로컬 식당이나 카페, 재래시장 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 숙조 주변에는 없다. BigC 등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규모의 마트도 좀티엔 해변에는 없다.
여행을 하면서 숙소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주변에 먹을 만한 곳이 있는가다. 숙소 주변에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이 있다면 최고다. 식사를 해먹을 때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팔기 때문에 먹을 것 걱정은 없다.
대형마트가 없더라도 괜찮은 로컬 식당 한, 두 개 있다면 감사하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그런 곳이 주변에 있다면 생활하기 정말 좋다. 그런 식당이라면 역시 현지들이 즐겨 찾는 로컬 식당이다. 여기에 하나 더 괜찮은 카페도 한, 두 개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좀티엔 해변에서도 태국 현지인들의 일상을 볼 수 없다.
좀티엔 해변 일대는 태국의 일반 현지인들이 사는 주거지가 아니다. 허허벌판이던 곳이 관광지로 개발된 모양이다. 호텔이나 콘도들이 들어서고 이들 주변으로 여행객들을 위한 상가들이 들어선 것 같다. 일반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이나 재래시장 등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좀티엔 해변은 원래 현지인들의 마을이었던 곳이 해안가를 중심으로 관광지역으로 개발된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아서 많이 당황스럽다. 그냥 중심지인 파타야 해변의 좀 한산한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차라리 먹거리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파타야 해변 쪽에 숙소를 정하는 게 나을까도 싶다. 숙소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으면 뭐하나 음식 재료 살 만한 곳이 없는데 말이다.
앞서 석 달을 살았던 베트남 냐짱(Nha Trang)의 혼총 해변(Hon Chong)은 원래 현지인들의 주거지다.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 고등학교에 나짱 대학교가 있다. 그런 곳에 해변가를 중심으로 호텔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지역으로 개발된 것이다. 해안가를 따라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이나 카페도 있지만 대개는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로컬 식당과 카페들이다. 이런 곳들은 맛도 좋지만 가격도 착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현지인들과 외국 관광객들도 같이 찾다보니 현지인과 외국인의 입맛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식당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곳이다. 로컬 식당이고 로컬 음식이지만 플레이팅 등이 무척 깔끔하게 나온다거나 외국인 손님인 경우 아예 처음부터 고수 등을 빼고 나오는 식이다. 고수가 먹고 싶다면 주문할 때 말하거나 까먹었다면 나중에라도 요청하면 바로 가져다준다. 자주 가던 쌀국수 집은 외국인들이 싫어할 수 있는 현지 특유의 맛을 많이 빼고 외국인들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담백하게 나왔다. 한국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아울러 커다란 재래시장도 있고, 곳곳에 작은 재래시장도 있어서 신선한 과일이나 먹거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곳에도 비록 대형마트는 없었지만 곳곳에 어느 정도 규모를 가는 슈퍼마켓이 있어서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또 곳곳에 헬스장, 요가실, 당구장 등도 있다. 당연히 현지인들을 위한 곳이다. 그곳에서 요가와 헬스장을 다니면서 현지인들도 사귈 수 있었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없는 곳에서 당장 한 달 살이 먹거리 문제에 직면한다.
짧은 일정의 여행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살면서 매일 세 끼를 비싼 레스토랑이나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이곳에서 한 달 살이 먹거리를 해결해야 할지가 당면과제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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