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티엔 해변(Jomtien Beach)의 아침 산책
내 장기체류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산책하기 좋은 곳이 있는가다.
산책을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한다. 특히 커피 한 잔 들고, 음악과 함께 걷는 걸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어느 정도 장기체류를 할 경우 항상 고려하는 조건이 근처에 산책하기 좋은 곳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그게 산이든, 공원이든, 강가든, 해변이든 상관은 없다. 어느 정도 길이의 걷기 좋은 곳이면 된다.
베트남 냐짱(Nha Trang)에 석 달을 체류했던 이유도 산책하기 좋은 해변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파탸야, 그 중에서도 좀티엔 해변을 선택한 이유도 산책하기 좋은 해변길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울러 지금의 숙소를 선택한 이유도 숙소가 해변가에 있기 때문이다. 내 방 침대에서 바다가 바로 보인다. 건물 사이로 살짝 보이긴 하지만. 냐짱의 숙소처럼 이곳도 바다 풍경에, 걸어서 해변까지 3분 컷이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해변길 산책에 나선다.
해변길을 걷는다. 숙소가 해변 바로 옆이라 좋다. 바다는 냐짱의 혼총 해변(Hon Chong Beach)과 비슷한데 모래사장은 훨씬 넓다. 모래 자체는 냐짱 해변(Nha Trang Beach)보다는 못하고 혼총 해변과 비슷하다. 모래사장 옆으로 난 해변길이 참 좋다.
커피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마침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커피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간만에 편의점에서 내린 커피를 마신다. 편의점 커피를 많이 마셨던 멕시코가 갑자기 생각난다. 편의점 커피지만 싸지 않다. 아이스커피가 큰 게 45밧. 우리 돈으로 1,700원 정도하니 메가 커피 같은 한국의 저렴한 커피보다 비싸다.
마침 흐린 날이라 선선하니 산책하기 정말 좋다. 이상하리만치 습도가 높지 않다. 열대의 나라라면 흐린 날이라 하더라도 습도가 느껴지게 망정인데 그렇지가 않다. 베트남 냐짱만 해도 이른 아침에도 분명 습도가 느껴져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조금 꿉꿉함을 느꼈었다. 습도가 느껴지지 않으니 바람만 불면 상쾌하리만큼 선선하다.
고즈넉한 좀티엔 해변.
좀티엔 해변이 파타야 해변보다는 조용하리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른 아침이라지만 운동과 산책을 몇몇 여행객들을 제외하고는 해변에 사람이 거의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른 아침에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해변가 공원에서 단체 춤들을 많이 춘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럼 사람들이 아예 없다. 한적하다 못해 고즈넉하다.
아침의 좀티엔 해변은 동네 강아지들의 차지다.
주인이 있는 강아지들 같지는 않다. 해변 모래사장을 집 삼아 사는 놈들 갔다. 말이 강아지라고 하지 덩치 큰 성견들이다. 와중에 떼로 다니니 저녁이나 해 뜨기 전의 새벽에 만나면 좀 무서울 것 같다. 녀석들의 해변에는 구역이 있다. 어제 오늘 보니 다른 놈들의 구역에는 가지 않는 듯하다. 모래사장에 강아지 똥들이 좀 있다. 녀석들 아침 응아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본다.
해변 어시장이다.
멀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보인다. 뭔가 해서 서둘러 걷는다. 해변 모래사장으로 올라온 배들이 보인다. 그 뒤로 깃발을 단 가판대도 보인다. 조금 더 다가가서 보니 어시장이다. 막 잡아온 생선들을 바로 뒤의 가판대에서 팔고 있다. 배들도 방금 들어왔는지 어부들이 배 위의 그물에서 생선을 떼기 바쁘다. 바로 잡은 생선, 오징어, 새우, 게 등을 바로 판다. 너무 싱싱해 보여서 사가지고 가고 싶다. 이번 숙소에는 부엌이 있어서 사가도 되긴 하지만 해산물 요리할 엄두가 안 난다.
오기 전에 구글 지도에서 숙소 근처에 어시장이 있다는 걸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변 모래사장에서 바로 잡은 생선들을 파는 어시장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내 눈앞의 그물에서 막 떼어 낸 생선들이니 그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하다. 정말 큼직한 생선 한 마리 사서 구워먹고 싶다.
아침부터 배가 고파진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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