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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 살이 2: 도착지 공항에서의 나의 여행 루틴 (20240531-2)

경계넘기 2024. 6. 8. 13:48

미얀마 양곤 공항

 

 

도착지 공항에서의 나의 여행 루틴

 

 

돈므항 공항도 참 오랜만에 온다.

 

예전에 치앙마이 가기 위해서 이곳을 이용했었다. 갈아타는 비행기와의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곳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었다. 간만에 보니 반갑다.

 

 

도착 공항에서 하는 나의 여행 루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경을 넘을 때마다 하는 일련의 규칙들이다.

 

일부러 이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다. 혹 빼놓고 할 수 있어서 순서까지 정해 놓았다. 필요 없는 과정이라도 꼭 확인을 하고 넘어간다. 이제는 정말 습관이 되어 안하면 찜찜해지는 나의 여행 루틴이 되었다.

 

이곳 돈므앙 공항(Don Mueang Airport)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태국으로 국경을 넘었으니 이 공항에서도 나의 루틴이 자동으로 발동한다. 비행기 트랙을 내리면서 시작한다.

 

 

돈므앙 공항

 

 

첫째, 현지 시각(표준시)을 확인한다.

 

 

국경을 넘고도 현지 시각으로 바꾸지 않아 실수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경우에 이런 실수가 특히 잦다. 현지 시각으로 맞추지 않은 경우 차나 약속 시간을 놓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시각이 늦춰지는 경우는 그나마 일찍 가게 되니 상관없는데 시각이 당겨지는 경우에는 비행기를 놓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자동 시간 설정도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아르메니아에서 예약한 오페라 공연을 놓친 적이 있다. 2019년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넘어갔을 때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의 표준시는 같다. 그래서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핸드폰 시각만 믿고 있다가 오페라 공연에 늦어 입장을 못했다. 핸드폰의 자동 설정 오류로 시간이 한 시간 늦게 되어있었다. 가지고 다니던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나서야 핸드폰의 오작동을 알았다. 조지아에서는 핸드폰과 손목시계의 시각이 같았고, 아르메니아에 들어와서도 내가 따로 조작한 게 없었다. 표준시가 같더라도 핸드폰을 한번이라도 현지 시계와 맞춰보는 과정을 거쳤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지아-아르메니아 국경

 

날려버린 나의 오페라 티켓

 

 

동남아에서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말레이시아로 오갈 때 조심해야 한다.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는 같은 표준시를 쓴다.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그런데 태국 바로 아래에 있는 말레이시아의 표준시는 이들보다 한 시간 빠르다.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말레이반도가 태국 바로 아래에 있고,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보다 서쪽에 있기에 설마 표준시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태국에서 말레이시아 혹은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육로 이동을 하다보면 당장 국경도시인 파당 베사르(Padang Besar)에서부터 사단이 난다.

 

 

D+073, 말레이시아 페낭 1-1: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3, 파당 베사르 기차역에서 국경 넘기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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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갈 국가의 표준시를 알고 있는 경우에도 내 기억이 착각을 할 수 있거나 앞서의 사례처럼 핸드폰의 오작동이 있을 수 있어서 국경을 넘자마자 꼭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계가 안 보이는 경우에는 현지인 직원에게라도 물어본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을 때에는 공항 직원이 자신의 시계를 보여준 적도 있다.

 

돈므앙 공항에는 입국 심사장에 가는 통로에 시계가 있다. 베트남과 시간이 같다. 핸드폰의 시간은 심카드를 갈아야 하니 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

 

 

태국 방콕 돈므앙 공항

 

 

둘째, ATM을 찾아 현지 돈을 찾는다.

 

 

최대한 출국장 안에서 돈을 찾는다. 출국장 밖으로 나가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구역이라 안전하지 않다. 특히 서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요즘이야 환전 수수료 없는 체크카드 그리고 트래블로그나 트래블월렛 등이 있어서 ATM에서 돈을 찾지만 예전에는 달러를 가져가 환전을 했다. 환전을 할 때는 공항에서 소액만 했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는 환율을 좋게 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돈므앙 공항의 출국장 안에서 ATM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포기하고 출국장을 나가려는 찰나 저 멀리 ATM이 보인다. 2만 밧을 출금한다. 태국은 모든 ATM에서 수수료 220밧을 받는다. 우리 돈 8천 원 정도. 그러니 최대한 많이 뽑는 게 낫다. 2만 밧이 ATM으로 뽑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들었는데 25천 밧까지 ATM 화면에 표시된다. , 은행마다 다를 수 있겠다.

 

 

태국 방콕 돈므앙 공항 출국장 안 ATM

 

 

셋째, 지갑, 카드, 여권 등의 중요 소지품을 정리한다.

 

 

이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보통 공항에 도착하면 지갑에는 이전 나라에서 쓰다 남은 돈, 환전이나 비상용으로 담은 달러, 환전이나 ATM에서 찾은 현지 돈, 여기에 카드까지 잔뜩 들어있게 마련이다. 정리도 잘 안되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태로 공항을 나가게 되면 돈을 꺼낼 때마다 지갑 안의 많은 현금과 카드가 보여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수로 돈을 잘못 낼 수도 있다. 베트남, 태국, 한국 등 화폐 단위가 큰 나라에서 이런 실수가 많이 나온다. 나 역시 예전에 베트남에서 그랬다. 베트남 경우는 2만 동과 20만 동 그리고 5만 동과 50만 동이 많이 헷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국인이 5천 원 권과 5만 원 권 화폐를 많이 헷갈려 한다.

 

 

태국 방콕 수완나폼 공항

 

 

출국장 안의 조용한 장소를 찾아가 정리한다.

 

주로 가는 곳은 화장실이다. 출국장 밖의 화장실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출국장, 특히 짐 찾는 곳의 화장실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차분히 지갑을 정리한다. 지갑에는 현지 화폐 중 당일 쓸 정도만 남겨 둔다. 달러나 이전 국가의 화폐 그리고 잘 안 쓰는 카드 등은 복대 등의 원래 보관하던 곳에 다시 넣는다.

 

현지 화폐의 경우도 베트남, 태국 등 화폐 단위가 큰 나라의 화폐는 지갑의 칸을 나누어 단위가 큰 화폐와 작은 화폐를 구분해서 화폐 단위 순서대로 넣어 둔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소매치기가 극심한 서유럽이나 칠레 등의 남미에서는 지갑도 잘 안 꺼낸다. 그냥 그날 쓸 정도의 소액만 주머니에 담아 두는데 주머니도 소액권과 고액권 넣는 곳을 구분해 나누어 넣는다. 아울러 공항을 나서면 여권 쓸 일도 많지 않기 때문에 여권 등도 원래 보관하던 장소에 넣어 둔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실수할 일이 별로 없고, 소매치기 등의 범죄 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실수를 하거나 범죄를 당해도 큰 피해 입을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그만큼 당황하거나 허둥댈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에 더욱 실수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태국 방콕 수완나폼 공항

 

 

돈드앙 공항에서도 짐 찾는 곳의 화장실에 들어가 소지품을 정리한다.

 

2만 밧을 찾았기 때문에 지갑에는 오늘 쓸 돈에 약간의 비상금만 남겨 둔다. 나머지 태국 돈, 달러나 베트남 돈 그리고 카드 등은 여권과 함께 복대에 담는다. 태국 화폐는 백 밧, 5백 밧 그리고 천 밧의 화폐 색깔이 비슷하다. 그리고 20밧과 50밧의 화폐 색깔도 비슷해서 헷갈리기 싶다. 지금이야 막 ATM에서 돈을 찾은지라 모두 천 밧짜리 화폐지만 지갑의 칸을 나누어 20, 50, 백 밧의 소액을 따로 모아서 둘 생각이다.

 

 

태국 화폐, 백 밧과 천 밧

 

 

넷째, 심카드를 산다.

 

 

출국장을 벗어나야 심카드를 판다.

 

출국장 안에는 보통 심카드 파는 곳이 없다. 공항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경우 인터넷이 안 되면 엄청 불편하다. 택시를 이용해 바로 숙소로 이동하는 경우는 공항에서 심카드를 사지 않고 숙소에 이동한 후 숙소 근처에서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살 수밖에 없다. 몇 번 안 사고 이동한 적이 있는데 엄청 불편했다. 특히 늦은 시간대에 낯선 곳에 떨어지면 더욱 그렇다. 경험상 조금 돈 더 쓰더라도 편하고 안전한 게 낫았다.

 

돈므앙 공항의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심카드 파는 통신사 창구를 둘러본다.

 

모두들 비싼 투어리스트 심카드만 판다. 내 경우 주로 숙소에서 작업할 일이 많아서 굳이 많은 용량의 심카드가 필요 없다. 기껏해야 잠시 외출할 때 지도나 보고, 그랩이나 부를 때나 쓰지 않을까 싶다. 공항 안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혹시 싶어 가보지만 이곳도 투어리스트 심카드만 가져다 두었다. 투어리스트 말고 일반 심카드를 달라고 하니 자기들은 이것 밖에 없단다. 심지어 통신사 심카드보다 더 비싸다. 어쩐지 공항 세븐일레븐에서 심카드를 판다 싶었다.

 

어쩔 수 없이 30899밧 하는 심카드를 산다. 우리 돈으로 거의 35천원 돈이다. 그나마 30일로는 가장 싼 거다. 벌써 태국의 물가를 체험한다. 베트남에서는 하루에 8기가를 쓸 수 있는 30일 심카드가 우리 돈 만원 정도였다. 이것도 비싼 축에 드는 것이다. 하루에 8기가라 30일이면 240기가다. 괜히 공항에서 좀 싼데 찾는다고 가방 메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만 했다. 시간만 허비하고.

 

 

 

 

! 파타야행 버스를 타는 모칫 터미널(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의 세븐일레븐에는 일반 심카드를 판다. 한 달짜리가 199. 투어리스트 심카드 포장에는 영어 표기가 있는데 일반 심카드 포장에는 영어 한 마디가 없다. 199밧이 30일짜리가 맞냐고 점원에게 물었더니 맞단다. 버스터미널에서 살 생각은 해봤었는데 장담할 수가 없어서 공항에서 샀다. 다음에 온다면 물론 여기서 30199밧으로 사겠지.

 

 

모칫 터미널 (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

 

 

습관화하는 게 핵심이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사실 숱한 해외여행 경험 속에서 나름대로 체득한 것들이다. 물론 다들 이렇게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내가 루틴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습관이 되면 습관적으로 확인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급하거나 당황하더라도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지갑이나 중요 소지품의 정리는 이후의 일정에 안전과 편안을 준다. 알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습관들이는 게 핵심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