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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Pattaya in Thailand(태국 파타야)

파타야 살이 6: 파타야 좀티엔 해변에서 건강한 먹거리 찾기 1 (20240603)

경계넘기 2024. 6. 21. 11:57

 

 

파타야 좀티엔 해변에서 건강한 먹거리 찾기 1

 

 

예전 같으면 라면과 밥만 있어도 충분했다.

 

먹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편의점 하나 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더욱이 태국의 편의점은 우리의 편의점만큼이나 먹거리가 다양하다. 콘도식 숙소라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주방도구가 있으니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고, 간단한 계란 볶음밥도 해먹을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요리(?)지만 무던한 식성이라 한 달 정도는 그렇게 먹어도 큰 무리가 없다.

 

 

태국 편의점의 한국 라면

 

 

작년에 코이카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코이카 자원봉사를 1년 다녀온 후에 건강에 노란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아니다. 아니, 관리를 잘못하면 심각해질 수 있다. 코이카 자원봉사를 다녀오면 반드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2월에 귀국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 귀찮은 것은 빨리 몰아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다. 건강에는 별무리가 없었던 터라 별다른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는 심란해졌다.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치수들이 높아졌다.

 

혈압, 혈당,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왔다. 매년 건강 검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코이카 자원봉사를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 검진에 통과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코이카 나가기 전에는 이들 수치들에 별 이상이 없었다는 말이다. 즉 코이카 자원봉사 기간에 이런 수치들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답이 딱 나온다. 나는 베트남 북부의 타이응우옌(Thai Nguyen)이라는 곳에서 1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도시긴 하지만 내가 근무했던 곳은 도시 변두리의 작은 대학이었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대학 주변에 마땅한 식당, 재래시장, 마트 등이 없었다. 작은 식당들이 있긴 했지만 다들 에어컨이 없는 곳들이라 덥고 습한 베트남에서, 더욱이 모기들과 싸우며 식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베트남 타이응우옌(Thai Nguyen)

 

타이응우옌 대학

 

 

주식은 라면과 밥이요, 후식은 빵이었다.

 

기숙사 1층에 공용 부엌이 있었지만 요리하는 걸 많이 귀찮아하는 터라 그냥 밥솥과 간단한 전기냄비를 사서 방에서 라면이나 밥을 해서 먹었다. 반찬은 베트남 마트에서 김이나 김치, 햄 등을 사다 먹었다. 베트남 마트에는 한국라면도 종류별로 다 판다. 대형마트에 다녀 올 때마다 빵도 잔뜩 사와서 먹었다. 덥고 습한 나라에다 특별히 베트남은 맥주가 싸서 맥주는 물처럼 마셔댔다. 야채나 과일 등은 거의 먹질 않았다. 과일이라 해봐야 바나나 정도 먹었다. 외국 생활에 익숙하고, 건강에는 별 걱정이 없던 터라 거의 1년 동안 이렇게 살았다. 여기에 너무 덥고 습하다 보니 운동도 제대로 못했다.

 

수치들은 딱 탄수화물과 맥주 과다 복용(?)의 결과다.

 

운동은 안 하고 과일이나 야채도 거의 먹지 않고, 밥과 라면만 줄곧 먹어대었으니 탄수화물 과다로 혈당만 높아진 게다. 여기에 맥주는 물처럼 마셨으니 요산 수치도 높아진 것이고. 이런 상태에서 귀국 정리한다고 2, 3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귀국 바로 다음날 이른 아침에 건강 검진을 받았으니 혈압도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여하튼 건강을 너무 자신하고, 먹는 것을 너무 귀찮아한 결과다.

 

 

타이응우옌 대학 숙소

 

 

그래서 건강한 먹거리에 가장 관심을 갖기로 했다.

 

베트남 냐짱(Nha Trang)에서도 국수나 밥, 빵 등은 최대한 지양하고 되도록 샐러드 등의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었다. 요산 수치가 높으니 맥주도 최대한 자제하고, 정 알코올이 생각나면 와인을 사다 마셨다. 베트남에 저렴하지만 괜찮은 와인이 있다. 현지 헬스장을 끊어서 요가와 헬스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살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빠졌다.

 

이곳 파타야(Pattaya)에서도 과일과 야채 중심의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한다.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어느 정도 규모의 슈퍼마켓도 없고, 달랑 편의점만 있는 이곳 좀티엔 해변이 당황스런 이유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부엌과 조리기구가 있으면 뭐하냔 말이다. 물론 편의점에서 신선 식품을 사다 요리를 해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사 먹는 편이 비용은 비슷하지만 수고는 더는 것일 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편의점에서는 자꾸 인스턴트 식품이나 간편식에 손이 간다.

 

 

냐짱(Nha Trang)에서 매일 아침으로 먹었던 베트남식 스테이크 '보네(Bo Ne)', 커피, 샐러드, 빵, 스테이크 세트가 베트남 돈 5만 9천 동, 우리 돈으로 3천원.

 

 

어제 오후에는 대형마트 로터스(Lotus)에 갔다.

 

걸어서는 못가고 볼트 오토바이로 숙소에서 45밧 정도 나오는 거리다. 그나마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다. 일단 2층에 있는 푸트코트에 갔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파타야에 와서 제대로 먹질 못한 상태라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었다. 이곳에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먹는다. 생선과 야채 위주의 현지 백반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파타야 로터스(Lotus) 푸드코트(2층)

 

 

 

일단 비상식량을 샀다.

 

식사를 하고 매장을 둘러봤다. 일단 편의점에 없는 비상식량을 구비했다. 좀티엔 해변 주변에 마땅한 먹거리를 발견하지 못한 터라 만약을 위한 비상식량이 필요하다. 배낭여행할 때 나의 비상식량은 인스턴트 스프다. 물만 부으면 되는 스프 말이다. 유럽 여행 다닐 때 많이 가지고 다녔다. 딱히 먹을 게 없을 때 인스턴트긴 하지만 스프에 따듯한 물 부어서 바게트 빵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쌀쌀해서 나가기 싫을 때 따뜻한 스프에 바게트 빵, 여기에 커피나 와인 살짝 곁들이면 괜히 분위기도 살고, 몸도 따뜻해지고 배도 불러진다. 유럽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많이들 이렇게 한다. , 물론 인스턴트 스프는 아니겠지만. 베트남에서는 바게트 빵은 많이 파는데 인스턴트 스프를 보지 못했다.

 

태국 로터스에는 인스턴트 스프를 팔았다. 그리고 죽이 맛있어서 혹 인스턴트 죽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스프와 같은 매대에 인스턴트 죽도 있었다. 이것도 물만 부으면 되는 것이다. 무겁지도 않으니 여러 개를 샀다.

 

 

 

 

태국 로터스의 단점이 신선식품과 다양한 먹거리의 부족이다.

 

태국 여행을 하면서 빅씨(Big C)와 로터스를 다녀보면 여타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은 다들 비슷한데 신선식품과 매장 내 조리 음식의 다양성과 가격에서 많이 차이가 있었다. 로터스가 빅씨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과일이나 야채 등의 신선식품의 종류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 보였다. 나 같은 게으른 여행자는 잘라서 팩에 담아 파는 과일을 주로 산다. 빅씨는 정말 다양한 과일들을 잘라서 팩에 담아서 판다. 그런데 로터스에는 이게 거의 없다. 나보고 저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사서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잘라 먹으란 말인가!

 

매장 내 조리 식품의 판매는 더 형편없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태국의 빅씨나 고마트(Mart Go) 등에서도 치킨에서부터 때론 현지 백반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판다. 근데 로터스는 없어도 너무 없다. 달랑 치킨과 빵 정도 판다. 신선식품과 조리식품의 매장 자체가 여타 공산품이나 가공식품 매장에 비해 좁다. 로터스는 확실히 식품군이 여타 마트에 비해 떨어진다. 이러니 빅씨에 치인다.

 

대형마트도 먹거리 수급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실 큰 기대도 안 했다. 건강한 먹거리인 신선식품과 조리식품의 경우 특성상 적어도 2, 3일에 한 번씩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거리가 있다. 대형마트 한 번 다녀오면 이래저래 반나절이 뚝딱 간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이유는 오트밀을 사기 위해서다. 아침을 매번 나가서 사먹기 귀찮은데 마침 아는 후배가 아침 식사로 오트밀을 권했다. 전자레인지가 있으니 오트밀에 우유를 부어 먹으면 괜찮은 아침 식사가 된단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는 오트밀을 팔지 않는다.

 

 

태국 파타야 로터스(Lotus) 매장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둘러보면 대충 현지의 물가가 잡힌다.

 

대형마트에 온 다른 이유는 태국의 물가를 알아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태국이 온 것이 2019년이다. 그새 물가도 많이 올랐을 터다.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국가에 들어가면서 하는 내 버릇이기도 하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서 전반적인 가격을 확인하면 대충 그 나라의 물가가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바가지도 안 쓰고 여행 예산도 잡힌다. 파타야에서도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좀 둘러보니 요새 태국 물가의 감이 잡힌다.

 

그러나 파타야에서 어떻게 건강한 먹거리를 해결할지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