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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쨩 살이 11: 베트남 교민들은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갈까? (20240708)

경계넘기 2024. 8. 13. 13:40

 

 

베트남 교민들은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갈까?

 

 

베트남 교민들은 여름휴가 때 한국에 간다!

 

태국 파타야에서 한 달을 보내고 일요일에 냐짱한인교회에 갔다. 그런데 뭔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 예배를 이끄는 분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보를 보니 설교하시는 분도 이전 목사가 아니었다. 외국 살이 하며 두어 달 다녔던 교회라 정이 들었는데 그새 몽땅 바뀌었나 싶었다.

 

이곳 베트남에 있는 한인교회는 여름에 되도록 행사를 안 합니다.”

 

설교자의 말씀을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여러분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찬양을 이끄시는 분 등 기존 예배 사역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안 보이실 겁니다. 모두들 한국에 가셨기 때문입니다. 담임 목사님마저도 미국에 잠시 가셨습니다. 베트남에 있다 보니 여름휴가 기간에 많은 교민들이 한국에 가시더군요. 잘 모를 땐 여름휴가 기간에 교회의 중요 행사를 잡았었는데 이젠 절대 안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냐짱이 관광지라 여름휴가 기간에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교민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십니다.”

 

 

 

 

다른 나라의 교민들은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갈까?

 

 

역시 한국에 많이들 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민 가 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여름 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온다. 아이가 2명인지라 네 명 식구 왕복 비행기 삯만 거짓말 살짝 보태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든다는 친구다. 예전 세계여행을 할 때 여름에 프랑크푸르트의 친구 집에 들린 적이 있었다. 역시나 애들 방학하자마자 한국에 간단다. 덕분에 친구 한국 간 보름 동안 친구 집에서 혼자 지냈었다. 친구가 숙박비 대신 정원과 주차장의 잡초 뽑으라고 해서 열심히 뽑았다.

 

 

 

 

교민들이 여름휴가마다 한국에 가는 이유가 무얼까?

 

아이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초창기 이민 세대와 요즘 이민 세대가 한국인의 정체성, 특히 한국어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한국이 가난한 나라일 때 이민을 갔던 초창기 이민 세대는 이민 간 나라의 언어를 못하기 때문에 많은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 자식들만이라도 그런 차별을 받지 않게 하려고 악착같이 현지어를 배우도록 했다. 초창기 이민 세대의 경우 집에서도 현지어만 쓰게 하거나 자녀들에게 따로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초창기 이민 세대의 자녀들, 특히 현지에서 태어난 2세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였던 모국의 정체성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한국어를 따로 가르칠 필요를 못 느꼈던 게다.

 

 

 

 

요즘 이민 세대는 다르다.

 

자녀들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어를 잊어버릴까를 걱정한다. 이민 사회의 경험이 많다보니 아이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현지어를 금방 배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릴수록 한국어를 금방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고민한다. 그래서 요즘 이민 세대는 집안에서는 되도록 현지어를 못 쓰게 하고 한국어만을 쓰도록 한다. 현지에서 태어난 2세들인 경우에는 아이들이 싫다고 해도 반강제라도 한국어 교실을 보낸다.

 

여름휴가 기간에 가족들이 한국에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년에 한 번 만이라도 한국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다. 자녀가 어릴수록 되도록 자주 가려고 한다.

 

 

 

 

요즘 교민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이유가 무얼까?

 

무엇보다도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이왕이면 2개 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좋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현지어를 금방 배운다는 사실을 알기에 한국어만 잊지 않게 하면 자연스럽게 두 개의 모국어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 경제 수준과 국가 브랜드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예전에야 못사는 나라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어엿한 나라가 아닌가! 경제면 경제, 문화면 문화 등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이미지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숨기지는 않더라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모국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싶은 모국이 되었다. 비록 외국에서 살더라도 자녀들에게 한국인 또는 한국계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주고 싶은 이유다. 아울러 한국의 국가 브랜드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어를 배워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걸 놓칠 요즘 부모 세대가 아니다.

 

독일로 이민 간 내 친구가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항공료만 천만 원씩 날리면서도 악착같이 아이들과 한국에 오는 이유다.

 

 

 

 

그럼 교포 자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몇 년 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을 만났다.

 

자신을 뉴욕에 사는 한국계 3세라고 소개했는데 한국어가 너무 유창했다. 그냥 한국인인줄 알았다. 언어감각이 좋다는 가수 박정현도 한국에 산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색한 억양이 나온다.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3세임에도 억양조차 전혀 어색함 없는 한국어를 구사했다. 혹 한국에서 몇 년 살았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들이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어만 사용하게 했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 교실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게 했다고 한다. 그때는 그게 너무 귀찮고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 친구의 부모님들도 틈날 때마다 자신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셨고, 대학생이 돼서는 방학 때 혼자 한국 친척집에 가서 지내다 오곤 했다고 한다.

 

요즘 자신은 미국 드라마나 음악보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이 더욱 늘고 있다고 했다. , 예능도 한국 예능이 더 재미있어서 한국 예능만 본다고 했다. 교포 3세가 이런 말을 하니 이상하기도 했지만, 한류가 왜 퍼지는 지도 이해가 갔다.

 

 

 

 

남미의 에콰도르를 여행할 때는 현지 교민을 만났었다.

 

고등학교 때 에콰도르로 이민을 오셨다는 50대 교포였다. 딸 둘을 두고 있었는데 자녀들은 모두 에콰도르 현지에서 태어난 에콰도르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은 자신이 교민 회장을 할 때 교민 자녀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두 딸들도 한국어 교실에 가서 한국어를 공부하도록 시켰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척이나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학교를 다녀오면 딸들이 자신에게 한국인 가수나 배우 또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물어보고 했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요즘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자꾸 친구들이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자신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들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더란다.

 

사실 그 교민분도 언젠가부터 에콰도르에 한국 가전제품과 한국 자동차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한국계를 바라보는 현지 에콰도르인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K팝과 K드라마 덕분에 자녀들까지도 부모님의 모국인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시작하니 무척 뿌듯하다고 했다. 이제는 자녀들이 대학을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첫째 딸은 당시 한국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했고, 둘째 딸마저 한국 대학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유학 자금 마련하느라 걱정이라는 기분 좋은 푸념을 하셨다.

 

 

 

 

그런데 왜 여름에 주로 한국에 갈까?

 

그 이유도 간단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가을에 새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봄에 새 학기가 시작하다보니 다른 나라들도 그러려니 생각하지만 사실 봄에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이나 일본 등 몇 개국에 불과하다. 가을에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나라들은 대체로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은 없거나 있더라도 무척 짧은 경우가 많다. 이곳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겨울방학은 따로 없고, 설 연휴가 거의 겨울방학 역할을 한다. 그러니 자녀들 여름방학에 맞춰 여름휴가를 내고 한국에 가는 것이다.

 

요즘 한국 여름이 베트남 여름보다 더 덥다고 하던데, 여름에 한국에 가신 베트남 교민들이 고생 좀 하시겠다. 이곳도 더운데 휴가 간 한국은 더 더우니 말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자녀들 때문이라도 한국에 가야 하니 말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