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의 천사산(Angel Mountain)
냐짱(Nha Trang(나트랑))은 한국의 속초와 비슷하다.
속초는 백두대간과 연결된 설악산 줄기가 도시와 해안을 감싸고 있다. 동쪽을 보면 푸른 바다요, 옆과 뒤를 보면 험준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속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도시 중의 하나다.
이곳 냐짱도 동쪽을 보면 푸른 바다요, 옆과 뒤를 보면 험준한 산이 보인다. 속초와 마찬가지로 도시와 해안을 산줄기가 감싸고 있다. 이들 산줄기도 만만치 않다. 강원도보다도 훨씬 넓은 베트남의 중부 고원지대(Central Highlands)에서 연결되는 산줄기들이다. 이 고원지대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도시가 바로 달랏(Dalat)이다. 도시의 높이가 해발 1,700m다. 바로 이 달랏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이곳 냐짱까지 연결된다. 달랏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 도시가 바로 냐짱이다. 달랏에서 오다 보면 계속 산길로 달리다가 평지로 내려서자마자 냐짱이 나온다. 마치 강원도의 높은 지대를 달려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자마자 나오는 평지가 바로 속초인 것과 마찬가지다.
냐짱의 북쪽에 있는 혼총 해변과 연결되는 작은 산이 있다.
이름하여 천사산(Angel Mountain)이다.
천사산은 혼총 해변의 북쪽 끝에 있는 산이다.
혼총 해변은 냐짱의 중심지인 냐짱 해변의 북쪽 너머에 있는 해변이다. 천사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해발 300m 정도 되어 보인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바다에 접해 있는 산이니 우습게 볼 수는 없다. 해발 0m인 해변에서 생으로 300m를 올라야 한다. 아울러 해변의 산이니 그 전망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운데 봉우리를 머리로 하고 좌우 봉우리를 날개깃으로 하면 천사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에서 제1봉의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면 바로 해변과 만난다. 등산로는 오른편 끝의 해안에서 제3봉까지 가는 길이다. 참고로 봉오리 번호는 내가 임의로 붙였다. 맨 왼쪽이 제1봉일 수도 있다.
혼총 해변 북단 끝에서 바로 길만 건너면 등산로가 나온다.
길 건너 카페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등산로다. 다른 길도 있는 듯하지만 이 길이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길이다. 초입은 꽤 가파르고 미끄럽다. 퇴화가 많이 된, 흙과 돌이 섞인 길이라 내려올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20~30분 정도 이 길을 따라 헉헉 거리며 올라가면 바로 눈앞에 냐짱의 파란 바다가 보이는 능선이 나온다. 이 능선부터는 길이 좀 완만하다가 첫 봉우리 직전에 다시 가팔라진다.
사실 난 이 능선 초입까지만 올라갔다.
원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정말 간만에 산을 탔더니 너무 힘들었다. 여기서도 냐짱만의 경치가 펼쳐지기 때문에 굳이 더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온 친구가 계속 올라가자고 했지만 여기서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이 친구가 정말 산을 좋아하고 잘 탄다. 내가 등산로가 있다는 말을 했더니만 바로 그 길을 찾아서 냐짱에 있는 동안 매일 오후에 산을 올랐다. 계속 혼자 보내다가 한번 따라나선 것이다. 한 번은 풍경을 봐야겠기에.
능선에서 보는 풍경도 좋다.
바닷가나 섬에 있는 산은 내륙의 산과 달리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한참 땅과 나무만 보고 올라가다가 능선이나 언덕에 다다르면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면서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지금 냐짱 천사산의 풍경이 딱 그렇다.
나짱의 바다를 보면 한국의 남해안이 생각난다.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과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보면 딱 남해안이다. 다낭의 바다가 서해안이라면 냐짱의 바다는 남해안이다. 앞으로는 나짱 해안과 혼총 해안이 뒤로는 또 다른 바다가 보인다. 친구 말로는 정상에 올라가면 앞으로는 나짱만(Nha Trang Bay)이, 냐푸만(Nha Phu Bay)이 펼쳐진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천사산을 품은 산줄기가 바다로 튀어 나와서 냐짱만과 냐푸만을 가르고 있다.
시원한 커피나 와인이 생각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늦은 오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있으니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와인이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곳에 오게 되면 텀블러에 커피나 와인을 담아온다.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커피나 와인 한 잔 하며 멍 때리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여기에 음악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지금이 딱 그렇고 싶은 순간이다.
서편 하늘, 산줄기 뒤로 노을이 진다.
베트남의 바다는 주로 동해다. 냐짱의 바다 역시 동해다. 따라서 해는 바다에서 나오고 내륙으로 진다. 지금 내 오른편으로 일몰이 인다. 높은 곳에 앉아서 일몰의 바다를 보니 남다른 감회다.
천사산은 꼭 오후 늦게 오르기 바란다.
참, 등산화는 꼭 필요하다.
천사산의 등산로는 동쪽의 해안가에서 서쪽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아침이나 낮에는 동쪽이나 정오의 태양을 바로 맞는다. 특히 산 능선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어서 태양을 피할 곳이 없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넘어서면 해가 산줄기에 가려서 등산로에 전혀 햇살이 들지 않는다. 등산하기 딱 좋은 때가 된다.
산은 그냥 딱 한국의 산이다. 동남아의 산이라 해서 밀림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천사산은 그냥 한국의 산과 별반 다른 게 없다. 그냥 편하게 올라가면 된다. 다만 길이 미끄러우니 꼭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기 바란다. 높은 산이 아니니 옷은 간편하게 입으면 된다. 스포츠 샌들이라면 모를까 일반 샌들이나 슬리퍼는 절대 안 된다.
어둠이 깔리기 전에 서둘러 내려온다.
여러 번 올라왔던 친구말로는 길 초입이 가파르고 미끄럽기 때문에 어두우면 사고가 날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되도록 해가지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경치에 빠져서 시간을 놓치지 말고 꼭 해지기 전에 내려가기 바란다. 그리고 정말 미끄러우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내려오기 바란다.
친구 말에 의하면 첫 번째 봉우리까지는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만 다음 봉우리까지 가려면 왕복으로 3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시간을 잘 계산하기 바란다.
냐짱에서는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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