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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27 조지아 므츠헤타 1: 므츠헤타(Mtskheta)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 위에 서서(20190321)

경계넘기 2019. 4. 7. 17:52

 

 

 므츠헤타(Mtskheta)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 위에 서서

 

 

한국인 여행자와 트빌리시 근교의 므츠헤타(Mtskheta)에 가기로 했다.

 

어제 아르메니아의 예레반(Yerevan)에서 올라온 관계로 조금 늦잠을 자고 싶다고 해서 느지막한 12시에 만나기로.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도미토리 방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좋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맑고 쾌청하다. 이런 날 침대에서 뒹굴기는 쉽지 않다. 12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먼저 나가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기로 한다.

 

10시 반 숙소를 나서서 만나기로 약속한 루스타벨리(Rustaveli) 역 근처에 있는 커피스타(Coffeesta)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지나다니다가 가끔 본 곳인데 조지아의 프랜차이즈 카페로 보인다. 조지아의 스타벅스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유광장 옆 갤러리아 쇼핑몰 안에도 입점해 있었다.

 

들어가서 아메리카노 큰 잔을 시킨다. 가격은 5.4라리였던 것 같다. 작은 잔은 3.8라리. 다른 일반 카페에 비해서 가격이 조금 높은 것 같기는 하다. 창밖에 붙어 있는 자리에 앉아서 거리 풍경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한다.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카페에 들어가 있다고 카톡을 날렸더니 그 친구도 조금 일찍 왔다.

 

커피 한 잔을 받아 준다. 커피를 마시며 내일 갈 카즈베기(Kazbegi) 숙소를 예약한다. 카즈베기도 같이 가기로 했다. 트빌리시에서 흥미를 잃고 있었는데 하늘이 연달아 한국인 친구를 보내주어 생기를 넣어주는 모양새다.

 

두 사람이 트윈룸을 쉐어하니 도미토리보다는 경제적이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시길. 요즘은 도미토리도 대부분이 믹스(mix), 즉 남녀 공용이라 남녀가 한 방에 있다는 것이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 친구도 예레반의 같은 도미토리 방에서 이미 동거(?)했던 친구다. 내 바로 옆 침대.

 

12시 반쯤 카페를 나서서 지하철역으로 간다.

 

므츠헤타에 가기 위해서는 디두베(Didube) 역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디두베 버스 터미널에서 내일 카즈베기 가는 버스도 탄다

 

트빌리시 지하철은 이번에 처음 타본다. 오늘로써 코카서스 3국의 모든 지하철을 다 타보는 것인데 트빌리시 지하철이 가장 깊었다. 정말이지 사정없이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 다음으로 깊은 곳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고, 아르메니아 예레반(Yerevan)의 지하철은 그렇게 깊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열차 자체는 많이 낡지 않았는데 문제는 철로다. 이게 지하철을 타는 것인지 비포장도로 위의 버스를 타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엄청 흔들린다. 어딘가를 잡지 않고는 달리는 지하철 안에 서 있을 수 없다. 책을 보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차도 많이 흔들리지만 소리도 엄청 시끄럽다.

 

지하로 달리던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가더니 곧 디두베(Didube) 역에 도착한다.

 

지하철역을 나와서 시장 쪽으로 들어가니 버스들이 잔뜩 서 있는 터미널이 나온다. 그런데 대체 어느 버스가 어디를 가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므츠헤타를 외치며 가고 있는데 한 서양인 관광객 커플이 우리 보고 므츠헤타에 가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곁에 있는 조지아 청년과 같이 가면 된다고 한다. 자기들도 그 버스를 타려고 가는 중이란다. 청년이 친절하게도 버스표를 사는 곳을 알려준다. 요금은 1라리. 참 저렴하다.

 

바로 버스가 온다. 잠시 있으니 만석. 곧 버스가 출발한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과 므츠헤타(Mtskheta) 마을 풍경

 

 

버스는 쿠라(Kura) 강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좀 달리는 것 했더니 저 멀리 산 위에 성당 건물이 보인다. 우리가 가려는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거의 다 왔다는 것. 아니다 다를까 강 건너 주황색 지붕들의 예쁜 마을이 보인다.

 

다리를 건넌 버스는 우리를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 근처에 내려 준다. 아무도 내리질 않아서 버스 안의 현지인 분께 물어보고서야 겨우 내릴 수 있었다. 영어가 안 된다 싶어 그냥 므츠헤타만 외쳤다. 그러니 내리라는 손짓을 하시고 여행객이 가야 할 길까지 손으로 알려주신다. 그런데 우리만 내리는 줄 알았는데 우릴 따라 꽤 많이 내린다. 전부다 누가 말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실 난 이곳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므츠헤타가 2세기에서 5세기 동안 조지아의 옛 수도였다는 사실 정도였다. 트빌리시의 정보도 이제 알아가는 처지라 근교의 정보를 알아볼 여지는 없었다. 이곳의 여행 루트를 꼼꼼히 챙겨 온 여행 친구의 도움으로 오는 것이다.

 

성당이라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성당은 색다르다.

 

일단 대성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당 규모도 있었지만 성당을 둘러싸고 있는 성이 무척이나 색달랐다. 그냥 높은 담 정도가 아니라 꽤 크고 넓은 제대로 된 성, 즉 요새였다. 왜 성당을 이렇게 성으로 둘러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성당이었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성당 안도 둘러볼만 하다.

 

성당 바닥에는 마치 비석과 같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코카서스 성당들에서 쉽지 않은 거대한 벽화들도 눈에 띈다.

 

 

 

성당 한쪽 기둥 같은 곳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닥 돌을 많이 사람들이 만지며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꽃들도 많이 놓여 있다. 무언가 성스런 곳인가 싶었는데 친구 말이 이곳이 아무래도 예수님의 옷이 묻힌 자리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성당이 유명하단다. 진짜 예수님의 옷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슬쩍 바닥의 돌을 만져 본다.

 

예레반 근처에 있는 한 도시의 성당에는 예수님을 찌른 창이 보관되어 있다고도 했다. 가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절이든 성당이든 그 건물 자체보다는 그곳이 있는 곳의 환경이나 자연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종교라든지 건축에 그다지 조예나 흥미가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절이나 수도원은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 있고, 성당이나 모스크는 도시나 마을의 가장 중심에 있어서 대체로 그곳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크게 실수하는 법이 없다.

 

 

 

성당을 나와서 성을 둘러싼 마을을 둘러본다.

성당을 둘러싸고 주황색 지붕을 가진 예쁜 전통적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관광지라 기념품 파는 골목들도 있다.

 

 

 

골목길을 걷다가 강변으로 내려간다.

 

얼음 녹은 물이 많이 흘려내려 온 것인지 장마철의 강물처럼 물이 넘쳐흐른다. 물살도 거세다. 조금만 더 비라도 내리면 곧 범람할 것 같은 기세다.

 

나무로 만든 작은 선착장에 앉았다. 바람은 쌀쌀하지만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나무 바닥이 따뜻하다. 마치 온돌바닥에 앉은 느낌이다. 햇살을 받으며 잠시 그렇게 앉아서 므츠헤타를 휘감고 내리는 쿠라 강물을 바라본다. 회색빛과 황토빛이 섞인 듯한 탁한 강물은 무섭기까지 하다.

 

 

 

 

츠바리 수도원(Jvari Monastery)

 

 

대충 마을을 둘러보고 택시를 타고 츠바리 수도원으로 향한다.

 

츠바리 수도원은 마을에서 떨어진 제법 높은 산 정상에 있다. 택시는 성당 앞 광장에 잔뜩 있다. 호객 행위를 열심히들 하신다. 20라리를 부르시길래 15라리를 말했더니 바로 ok이란다. 더 깎을 걸 그랬나. 인당이 아니라 차 한 대 가격이다. 착오 없으시길. 

 

 

 

츠바리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

 

두 개의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앉은 므츠헤타와 그곳을 둘러싼 산들의 전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야말로 그림이 되는 곳.

 

므츠헤타는 주() 강인 쿠라 강과 아라그비 강(Aragvi River)이 합류하는 곳에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와 같은 곳이다. 위에서 바라보는 두 개의 강은 색깔이 확연히 달라서 구분이 쉽다. 주 강인 쿠라 강은 탁한 색, 반면에 아라그비 강은 푸른색이다. 푸른 아라그비 강이 탁한 쿠라 강에 합류되어 그 푸른빛이 사라진다. 그런 전경이 츠바리 수도원 아래로 펼쳐진다.

 

 

츠바리 수도원
왼쪽 탁한 강이 쿠라 강, 오른쪽 푸른 강이 아라그비 강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거세다.

 

수도원에서 강과 므츠헤타 시가 내려다보이는 사진 명당에서는 여성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으려 저마다 멋진 폼을 잡고 있지만 휘몰아치는 강풍에 망나니 머리마냥 나풀대는 긴 머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머리를 부여잡고 열심히들 사진을 찍는다. 남자인 나도 이해가 되는 게 카메라만 들이대면 예술인 이곳을 바람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으리.

 

택시가 우리에게 준 시간은 단 30.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커피나 와인 한 병 들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멋진 전경이 보이는 수도원 담장 위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나 향기로운 와인을 마시며 한없이 멍 때리고 싶어 진다.

 

 

깡통로봇을 닮은 수도원의 잔해

 

한국인 여행친구 덕에 좋은 곳을 구경했다.

 

므츠헤타는 강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도 아름답지만 예쁜 집들이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였다. 그냥 산책하면서 며칠 조용히 묵어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여기저기 바쁘게 무언가를 보고 다녀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심심할 수 있는 곳이겠지만. 마을에서 츠바리 수도원까지 거리가 가깝다면 매일 그곳까지 산책을 하면 좋겠지만 거리가 꽤 되어 그러기는 싶지 않다.

 

트빌리시 시내로 들어와서는 친구가 블로그에서 읽었다던 싸고 맛있는 조지안 식당을 찾아갔다. 와인도 리터랑 몇 5, 6라리밖에 안하는 곳이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곳이 론리에 나오는 곳이라는 말에 불안해졌는데 역시나 내부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를 하고 나면 가격을 껑충 올리겠지.

 

일단 론리와 같은 여행책에 나오면 가격이 오르면서 여행객들만 가는 식당이 된다. 자연히 맛도 떨어진다. 왜냐고? 현지인들이 현지음식을 가장 잘 아는데 그 사람들이 안 가는 식당이 맛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객들이 현지음식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론리와 같은 여행책에서 맛집이라면 대개들 그런 줄 알지.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역시 가격은 싸지 않다. 그래도 일행이 있어서 식당도 들어가고 현지 음식도 찾아 먹어 본다. 혼자라면 또 대충 빵 쪼가리 하나 들고 숙소에 갔을 터인데.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