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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28, 조지아 카즈베기 1: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Kazbegi)로(20190322)

경계넘기 2019. 4. 7. 18:53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Kazbegi)로

 

 

카즈베기(Kazbegi).

 

지금까지 4개월간의 여행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다. 마을을 높은 설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산들이 마을에서 멀지도 않다. 바로 내가 서 있는 마을 바로 앞과 뒤에 펼쳐져 있다.

 

카즈베기 오는 길도 풍광이 좋았다.

 

오전 열시에 티빌리시 중심의 루스타벨리(Rustaveli) 역에서 카즈베기를 같이 갈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 디두베(Didube)(Didube) 역으로 이동, 그곳 버스터미널에서 카즈베기행 버스에 탑승했다. 요금은 10라리. 택시의 유혹이 많았지만 그냥 버스로 직진. 사람이 다 차길 기다린 미니버스는 11시쯤 카즈베기를 향해 출발한다. 시내를 벗어나자 곧 황량한 산들과 그 사이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확실히 조지아는 너른 평원이 거의 없어 보인다. 특히 트빌리스 북쪽으로는.

 

한 시간 넘게 달렸을까.

 

버스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서 S자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대부터 눈 덮인 높은 산들과 깊은 계곡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무렵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앞을 보니 차들이 줄줄이 서 있다. 의외로 대부분의 차들이 화물차다. 한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거대한 화물차. 카즈베기는 조지아 북단의 시골 도시.

 

그런데 이 많은 화물차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카즈베기는 러시아 국경 부근이다.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를 연결하는 도로는 구소련이 만든 군사도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겠지. 저 화물차들은 러시아로 향하는 것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산할 줄 알았던 도로에 많은 수의 화물차들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카즈베기에서 러시아 국경까지 15~18km 정도 거리라고 한다.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가장 높은 고개인 Jvari Pass에는 도로 주변으로도 여전히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양방향 통행이 어려워 보인다. 교차통행을 하느라 줄줄이 지체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인도 잠무-카슈미르의 라타크에서 5천 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을 때가 불연 듯 생각난다. 한여름임에도 5천 미터 고개에서는 눈이 엄청 내려서 차들이 교행 하느라 두어 시간 정체되었었다. 그때 꼼짝없이 좁은 차안에 갇혀 있었던 일행 대부분이 고산증으로 엄청 고생을 했었다. 5천 미터가 넘는 고개에서 남자들은 눈길에 빠져 허우적대는 차를 미느라 힘을 쓰기도 했고, 차들이 전부 히터를 트느라 공회전을 하고 있어서 자동차 매연 냄새도 고산증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은 기껏해야 2천 미터 정도의 높이일 터이고, 정체도 심하지 않아서 그런 고통은 없다.

 

계속 올라가던 버스는 Jvari Pass를 정점으로 내려가는 듯 하더니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카즈베기의 날씨는 흐렸다. 그래도 구름 사이사이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설산들의 모습들이 장엄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가까이 설산들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카즈베기는 1740m 높이에 위치한 마을이다.

 

설악산 대청봉의 높이가 1708m이니 이 마을이 설악산 대청봉의 높이에 있는 것이다. 온도는 확실히 떨어지고 주변에 눈이 천지다. 카즈베기의 공식적인 이름은 Stepantsminda이다. 마을을 가르는 계곡에는 Terek 강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는 5047m의 카즈베기 산이, 바로 동쪽 변으로는 4m 대의 설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숙소 창문에서 바로 손에 잡힐 듯 설산들이 보이니 어디 따로 갈 필요를 못 느낀다.

 

 

숙소 앞에서 보는 풍경
숙소 뒤로 보이는 풍경

 

숙소에서 대충 짐을 정리하고 식사를 하러 나간다.

 

트빌리시에서 왔던 버스가 섰던 곳에 레스토랑 하나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 창가의 테이블에 앉으니 그곳 창문으로 펼쳐지는 설산의 풍경 역시 장관이다. 그냥 마을 안 작은 레스토랑에 불과했는데 그 전경만은 어느 유명 산속의 산장이나 로지의 풍광 그 자체다. 그 설산 앞으로 작은 산봉우리 위에 서 있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Gergeti Tsminda Sameba Church)'의 자태가 운치를 더한다.

 

때마침 흐렸던 날씨가 어느덧 개어 푸른 하늘에 하얀 설산의 봉우리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다. 눈이 부시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뜻함을 넘어 뜨겁기까지 하다.

 

이게 카즈베기의 흔한 식당의 풍광이다. 유명하다는 룸스 호텔(Rooms hotel)의 전경은 어쩔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새 맑은 하늘은 다시 자취를 감추고 높은 설산을 구름들이 덮고 있다. 높은 산악지대라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저녁 늦게 잠시 밖을 나갔던 친구가 후다닥 들어오더니 밖에 나가보라고 한다. 별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새 날씨가 개었는지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북두칠성도 바로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다만 보름달 직전의 밝은 달빛에 별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밝은 달빛에 카즈베기 설산이 반사되어 한밤중에도 설산의 위용이 드러난다. 그 앞에 사메바 성당과 맞은편 마을의 불빛이 마치 별처럼 빛날 뿐이다.

 

숙소 창으로도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이런 풍광은 고급 호텔이나 힘들게 산을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경치라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식당이나 숙소의 흔한 풍경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