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두 산사(山寺) 1, 왓 파랏(Wat Pha Lat)
선셋 투어(sunset)를 갔는데 산사(山寺) 투어다.
맥주 한 잔 하면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숙소 직원이 다가온다. 숙소 프로그램인 선셋(sunset) 투어에 가잔다. 무료는 아니고, 참가비 120밧에 1시간 정도 산에서 트레킹도 한다고. 무료하기도 하고, 인원이 적어서 그러는가 싶어 가 보기로 한다.
출발 시각에 맞추어 가니 사람이 많다. 나까지 포함해서 12명. 대절한 썽태우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다. 직원 녀석이 영업을 잘한 것인지 막판에 몰린 것인지. 대부분 백인 친구들. 이 친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대는 영어를 들으며 썽태우는 한참을 달린다.
썽태우는 산 초입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숲 사이로 등산로가 보인다. 트레킹의 시작인가보다.
여기서부터 한 시간 정도 올라간다고 했는데 정작 걸은 시간은 한 30분 남짓이다.
신비로운 산사, 왓 파랏
Wat Pha Lat
짙은 녹음 사이 계곡 옆으로 사찰이 보인다.
산 속의 사찰이니 산사(山寺)다.
산사의 이름은 ‘왓 파랏(Wat Pha Lat)’.
‘바위 위의 사원’이라는 의미란다.
산사는 숨어 있으나 산사에서 치앙마이가 내려다 보인다.
산 속에 있는 사원은 시내에 있는 사원보다 더 독특하다.
다른 사원들보다 인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깊은 산 속 계곡 옆에 자리 잡은 사찰은 동남아의 그 어느 사찰보다도 우리네 사찰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즈넉한 산 속의 사원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법당 건물은 목조 건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법당 주변의 석상 조형물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이끼와 무성한 수풀에 감겨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마치 숨겨진 사원 같다.
거친 밀림 속에 숨겨져 있던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Angkor Wat)를 연상케 한다.
이 산사에 얽인 이야기가 있단다.
왓 파랏은 14세기 말 태국의 고대 왕국 중에 하나인 란나 왕국(Lan Na Kingdom)의 쿠에나 왕(King Kuena, 1355-1385)의 집권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쿠에나 왕이 사원을 지을 터를 찾아 하얀 코끼리를 타고 수텝산에 오르던 길이었다. 수텝산 중턱에 이르러 왕이 탔던 하얀 코끼리가 탈진해 쓰러져 이내 죽고 말았다.
왕은 코끼리가 죽은 장소에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인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를 짓고, 이곳에 오르는 길 중간 중간에 코끼리가 쉬어갈 수 있는 세 개의 사원을 지으라고 했다한다. 그 세 사원 중의 하나가 왓 파랏이다. 왓 프라탓 도이수텝까지 오는 길에 다시는 코끼리가 탈진해 죽지 않도록 쉬면서 올라가도록 한 왕의 배려로 만들어진 사원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왓 파랏에는 코끼리 석상과 부조가 많다.
우리로 치면 왓 프라탓 도이수텝이 본사(本寺)가 되고, 왓 파랏은 본사에 속하는 부속 사찰인 말사(末寺)가 되겠다.
6백 년이 훌쩍 넘은 사찰이지만 대부분의 사찰 건물은 오랜 세월에 허물어져 사라졌고, 지금의 모습은 1936년 미얀마의 한 사업가에 의해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미얀마 양식이 사원 곳곳에 묻어 있다고. 처음 사원을 보고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느낀 이유가 아무래도 미얀마 양식 때문으로 보인다. 미얀마는 인도와 바로 이웃하는 국가가 아닌가.
산 아래에서 걸어온 숲길이 스님들이 다녔던 길이라 해서 ‘스님의 길(monk’s trail)’로 불린단다. 지금은 수텝산(Mt. Suthep) 트레킹 코스의 일부분이라고. 이 트레킹 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치앙마이의 가장 유명한 사찰인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에 닿는다고 한다.
쿠에나 왕이 절터를 찾기 위해 하얀 코끼리를 타고 올랐던 길이 아닐까 싶다.
스님의 길이라 하니 생각나는 길이 있다.
전라남도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만덕산 숲길이다.
1km 남짓 되는 숲길이지만 다산 정약용이 만덕산 기슭에 다산초당을 짓고 유배 생활을 할 때 백련사 주지로 있던 혜장 선사와 벗하며 매일같이 서로 오가던 길이다. 유학자와 스님이 서로의 우애와 학문을 나누던 정겨운 길이다.
이곳 스님의 길보다는 만덕산 숲길이 훨씬 아름답다.
백련사 쪽 초입에는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된 300년 된 동백나무 숲이 있고, 산길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면 파아란 남해 쪽빛 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진 길이다.
스님들이 다니는 오솔길이라 하니 불현듯 그 길이 생각난다.
아래에 이어서....
치앙마이의 두 산사(山寺) 2,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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