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건설 노동)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여행, 특히 배낭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배낭여행 할 때 꼭 챙겨할 것,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게 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발과 배낭. 그 외 나머지 것들은 대세에 지장 없는 것들이니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알아서 준비하라고 한다.
신발과 배낭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고른다면?
그건 당연히 신발!
발이 불편하거나 다치면 여행은 바로 지옥이 된다. 반면에 발만 편하면 여행 중에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다. 산이든, 들이든, 빗길이든, 눈길이든, 돌길이든 거칠 것이 없다.
비싼 신발을 사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해야할 여행 장비가 신발이란 말이다. 자신의 발에 잘 맞아 편하고, 되도록 질긴 신발을 신어야 한다. 여기에 다기능이라면 더욱 좋다. 그냥 걸을 때, 등산이나 트레킹할 때, 봄가을, 여름겨울 등 용도마다 계절마다 신발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면 배낭의 짐이 늘어나니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기에 패션도 무시할 수 없으니 그만큼 신경을 써야한다.
그런 신발이 꼭 비싸야 할 이유는 없지만 위에 조건에 맞는 신발이라면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을 것이다. 다른 여행 장비들에는 돈을 아끼더라도 신발에는 돈을 좀 쓰라고 한다. 먼저 기능성에 우선을 두고, 여기에 패션을 살포시 얹는다. 사실 신발과 배낭만 제대로 마련했다면 여행 장비의 반 이상은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것들은 현지에 가서 그때그때 구입해도 된다.
노가다 일주일 만에 안전화를 새로 샀다.
SK에서 안전화도 무료로 주는데 이게 좀 불편했다. 일단 안전화는 한 치수 크게 신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음에도 새끼발가락이 끼여서 며칠 만에 새끼발톱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 내 발볼이 넓어서 그런 모양이다. 안전화는 떨어지는 물건이나 바닥에 치이는 물건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발 앞부분을 철판으로 두른다. 맞지 않으면 발이 상할 수밖에 없다. 철판이기에 당연히 오래 신는다고 늘어나지도 않는다.
안전화를 신은 지 이삼일 정도 지나서부터는 발이 붓는 오후에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좁은 안전화 안에서 발가락을 오므리며 걷는데 정말 죽을 맛이다. 서고 걷는 게 일인 이 직업 상 발이 아프면 그 무엇보다도 치명적이다. 군대에서 행군할 때 새 군화에 뒤꿈치 까진 적이 있다면 이 상황이 잘 이해될 게다. 딱 그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SK에서 제공하는 안전화는 신발 바닥도 무척 딱딱해서 발바닥도 아팠다. 안전화는 못이나 쇠붙이를 밟더라도 발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밑창을 단단하게 만든다. 덕분에 쿠션이 없어서 오래 신으면 발바닥이 아플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이 싸구려 중국제 신발은 딱딱해도 너무 딱딱하다. 다이소에서 산 밑창을 깔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발가락이 끼는 터라 그마저도 빼 버렸다.
바로 새 신발을 사려 했다. 그런데 근무하고 3일째인가 SK에서 새로운 안전화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에서 팀원들 전원의 발치수를 물어왔다. 팀원들이 모두 새 안전화를 지급하려고 그러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서 나온 결과는 방진화였다. 클린룸에 들어갈 때 신는 신발. 덕분에 며칠을 더 발가락이 아픈 채로 지냈다. 거의 발가락이 빠지기 직전이다.
일단 발이 편해야 한다.
아예 두 치수 큰 걸 쿠팡으로 주문했다. 직접 신어보고 사고 싶었지만 가까운 곳에 안전화 파는 곳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나마 쿠팡은 교환이 신속하게 되니 이곳으로 주문했다. 전체적으로 한 치수 큰, 지금의 신발이 딱 맞긴 한데 새로 주문한 신발마저 발가락이 끼면 교환하느라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았다. 안전 빵으로 두 치수 크게 주문하고 대신 가격이 좀 있는 두툼한 밑창도 주문했다.
도착한 안전화를 신어보니 두 치수를 크게 주문했는데도 아주 크다는 느낌은 없다. 살짝 헐겁다 싶은 생각은 두툼한 밑창을 깔고 신으니 이내 사라진다. 오히려 꼭 낀다는 느낌마저 든다. 무엇보다도 발가락이 편하니 세상 좋다. 밑창도 두툼하니 안전화가 푹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좋다. 이제는 펄펄 날 것 같다. 검게 변한 새끼발가락을 보니 그냥 빨리 주문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무게는 사제 신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지만 전체적으로 편하고 좋다. 발이 편하니 현장을 걸어 다니는데도 전혀 부담이 없다. 하다못해 점심에 먼 식당을 가는 것도 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발이 아플 때에는 걸어가는 것이 부담되어서 매번 굻을까를 고민했었다.
돈이 좀 들긴 했지만 역시 여행이나 노가다나 발이 편해야 한다. 쓸 곳에는 써야 한다. 돈 십만 원 아끼려다 일이든 여행이든 지옥이 될 수 있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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